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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호가 음주운전을 한 그날, 야구 유망주가 음주운전 차에 죽었다

문득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Rawf8 via Getty Images

지난 22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의 한 인도에 서 있던 19살 청년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이름은 슬라덴 몰. 알래스카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지지 않는 팀, 즉 무패의 팀을 이끌었던 고교야구 스타 출신의 그는 토런스에 있는 엘 카미노대학교 야구팀에서 포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 사고는 그에게 미래를 허락하지 않았다.

사망 사고를 낸 이는 16살 운전자였다. 경찰은 그가 “음주 혹은 약물 상태였다”라고 발표했다. 음주이건 약물이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몰의 장례식장에서 야구 코치는 말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그를 바라보면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다.”

SK 와이번스 내야수 강승호의 음주사고가 드러났다. 22일 새벽 2시30분께 경기도 광명시 광명 IC 부근에서 도로 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보도 영상만 봐도 사고 강도가 꽤 심각하다. 당시 강승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9%.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소속구단인 SK는 곧바로 “프로야구 선수로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임의 탈퇴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2월 LG 트윈스가 음주운전이 적발된 윤대영을 임의 탈퇴한 바 있어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도 어떤 구단의 소속 선수이건 음주운전 혹은 사고의 경우 그에 준하는 자체 징계가 나올 듯하다.

강승호, 윤대영에 앞서 메이저리거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하며 한동안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한창 메이저리그에서 꽃길을 걷고 있던 때라 그의 2년 공백은 강정호에게 치명적이 됐다. 자유계약(FA) 등을 고려해도 그렇다. 2년은 야구 선수로는 황금기를 맞을 때였다. 대중적으로는 ‘음주운전자’라는 주홍글씨가 강정호에게 찍혔다. 촉망받던 두산 선발투수였던 김명제도 음주사고로 그라운드를 떠났고 삼성 정형식 또한 음주사고를 구단에 속였다가 글러브를 내려놨다. 한때의 실수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프로야구 선수들 또한 성인이므로 술을 마실 수는 있다. 여느 성인들처럼 그들도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창구가 필요하다. 하물며 여느 스포츠와 달리 야구는 1주일에 6일간 경기를 한다.

문득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사례가 있었는데 그들은 왜 대리운전 등을 부르는 데 익숙하지 않을까. 돈이 아까워서? 아닐 것이다. “이만하면 안 걸리겠지” 하는 안일함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 일반인들도 이런 생각을 꽤 하니까. 술은 어느 순간부터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한 두 잔 쯤이야”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대리운전기사를 통한 ‘소문’을 두려워하는 점도 있다. 자칫 “야구는 못 하면서 술만 마시고 다닌다”라는 구설이 날 수 있다. 어쩌면 선수들이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맨 후자일 수 있다. 선수들이 공개된 장소가 아닌 폐쇄된 공간에서 술을 마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니까.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회운동가인 마이클 무어는 그의 책 <멍청한 백인들>(Stupid White Men)에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음주운전 경력을 비난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음주운전은 마약보다 질이 더 나쁘다.” 이유인즉, 마약은 개인의 삶만 피폐하게 만들지만 음주운전은 불특정 타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승호가 음주운전을 한 그날, 미국에서는 19살 야구 유망주가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다. 약물보다, 도박보다 더 강하고 매서운 채찍이 필요한 것이 음주운전이라고 해도 결코 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프로 경력이 끝날 수도 있는 임의탈퇴라 할지라도 말이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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