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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총장선거 개입 의혹' 연루 교수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교수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경찰청 수사국 김아무개 경감이 지난해 10월 전북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경찰청 수사국 김아무개 경감이 지난해 10월 전북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교수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한겨레

“교수 등이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잃어버리고, 운동기구에서 거꾸로 매달리다 분실하는 등 다양한 이유를 진술했습니다. 또 일부는 선거전후 일정기간 휴대전화 기록이 복구가 안 됩니다.”

전주지검이 26일 전북대 총장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검찰은 의혹을 받는 관련자 4명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다양한 이유로 휴대전화를 분실했고, 2명은 휴대전화 기록 복구 자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유력 후보자도 휴대전화를 분실했거나 복구가 안 된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이날 대학총장 선거에 개입해 당시 총장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교육공무원법상 허위사실 공표·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로 전북대 정아무개(63)교수와 김아무개(73) 전 교수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총장 후보자 등 교수 3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정 교수는 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16일 경찰청 수사국 소속의 김아무개 경감을 만나 “이남호 현 총장에게 비리가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후 다른 교수에게 “경찰이 이 총장에 대한 탐문을 시작했다”는 취지로 말해 이런 내용이 교수회에 전달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교수의 발언은 이 총장을 겨냥한 경찰내사설로 발전해 대학 게시판과 교수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했다.

26일 오전 전주지검 김관정 차장검사가 경찰의 전북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6일 오전 전주지검 김관정 차장검사가 경찰의 전북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겨레

총장선거 후보들은 토론회에서 이런 의혹을 쟁점화했고, 재선에 도전한 이 총장은 지난해 10월29일 치러진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해 당선에 실패했다. 검찰은 “정씨와 이씨가 공모해 이 총장을 낙선시키려고 비리가 있는 것처럼 경찰에 제보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정씨 등은 “경찰에게 (내용을) 말한 사실이 있으나 범죄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휴대전화 분실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고, 일부 관련자들은 선거전후 휴대전화 기록이 복원되지 않는 것으로 봐서 디가우징(자기장을 이용한 데이터 삭제)이 의심된다. 교수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이번 수사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경감을 불기소한 이유에 대해 “그의 휴대전화 분실 등으로 증거가 부족하다. (교수 접촉이) 개인적인 행동같고 상부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교수들의 개입으로 총장직선제가 훼손됐다며 선거개입 의혹을 고발한 장준갑 전북대 교수 등 40명은 29일 오전 11시 전북대 인문대2호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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