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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디터의 신혼일기] 새삼 깨닫는 못말리는 사랑지상주의

나는 좀 츤데레였을 뿐이었다.

ⓒMaryna Pavlovska via Getty Images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평일 저녁에 딱히 하는 일은 없었다. 신랑하고 누워서 티비 보면서 안고 있기 정도. 그러면서 오늘 어쨌어 저쨌어 하고 수다를 떠는 게 하루 마무리였다.

이미 결혼 전에도 해 오던 일상이었다. 팔베개하고 안고 누워서, 눈은 티비를 보면서, 오늘 머했니 저했니 밥은 뭐먹었니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 그러더가 뭐 간지럽히기도 하고, 일부러 쎄게 껴안는 척 하다가 옆구리를 꼬집기도 하고 그런 꽁냥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말 말그대로 ‘일과’였다. 매일매일 하니까. 지난 몇 년을 거의 매일 해 왔으니까. 어쩌다 하루 피곤해서 누가 먼저 잠들거나 해서 안 해도 그 다음날은 반드시 또 가질 시간이었다. 이를테면 약간 습관적인 행동이다. 방은 각방을 써도 저녁마다 이렇게 대화하는 시간이 매일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전혀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딱히 생산성이 있는 대화와 행동도 아니었고 말이다.

요 근래 남편이 심각한 감기에 걸려서 말을 못 하고 잘못 껴안았다간 감기가 옮게 생겼다. 그래서 저녁에도 저만치 떨어져서 티비나 보다가 잠들고, 남편은 약 먹고 일찍 잠들고, 저녁나절 내내 한마디도 안(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기를 열흘 째. 다행히 감기는 나았지만 감기가 걸린 동안에도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대학원 가서 공부까지 하고 온 남편은 피로가 쌓이고 쌓였는지 요 며칠 내내 귀가하자마자 병든 닭처럼 기절해 잠들어버렸다. 피곤에 쩔어 잠든 모습이 안쓰럽고 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가까이 갔다가 나에게 감기가 옮으면 아프니깐 멀리 앉아서 왓챠로 영화나 보았다.

ⓒTonBoon via Getty Images

그러다보니 새삼 그 시간이 얼마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깨달았다. 매일 남편이 “여보 이리와서 같이 티비 봐” 할때마다 “으이구 그 나이 되도록 혼자 티비도 못보세요?” 하면서 타박을 주긴 했으나 돌이켜보니 그러면서도 나는 잘만 남편 옆에 가서 같이 재잘재잘 수다를 떨어댔다. 또 안고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남편 특유의 냄새도 나고, 포근포근하니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 든다. 나는 좀 츤데레였을 뿐이지 사실 그 시간을 무척 좋아했던 것이다.

그러니 열흘째 되는 그 날은 약간 미칠 것 같았다. 한 500번쯤 접었다 편 갤럭시 폴드 같은 표정으로 시름시름대며 잠들어있는 남편을 일으켜 깨워서 “빨리 이제 나랑 대화하자고!!!”라고 강요하고 싶을 정도로... 다행히 이제 감기는 다 나아서 가까이 가도 바이러스가 옮진 않지만, 그래도 맨정신으로 쫑알대면서 안고 있는 거랑 잠들어서 푹 퍼지고 고요한 상태에서 옆에 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나는 그 쫑알거림과 꽁냥거림이 필요했다.

만약 내일도 남편이 피곤에 쩔어 잠들어버리면 진짜 그땐 남편 금단증상이 올 것 같다. 남편과의 행복한 저녁일과가 뭐라고 열흘만에 금단증상까지 온단 말인가? 하여간 나는 정말 못말리는 사랑지상주의자인 것이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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