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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몇명과 섹스해 봤어?"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섹스라고 하면 '남성 성기를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것'을 떠올린다. 이 정의는 순결에 대한 가부장적 집착에 빠져 있다.

ⓒtheevening via Getty Images

누군가와 섹스를 하기 전에 물어봐도 되는 것들이 있다. 상대가 성병 검사를 받았는지, 섹스하고 싶은지, 어떤 섹스를 좋아하는지 등등. 

그러나. ‘이제까지 몇 명과 섹스해 보았는지’는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

상대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질문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넘겨짚기가 잔뜩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넘겨짚기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것이 놀라운 사실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섹스를 하는 남성들은 정력이 넘친다, 섹스를 하는 여성들은 헤프다’라는 이중잣대가 존재한다. 이 논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상대의 성 경험을 숫자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상대의 성적 가치를 판단하려는 것이다.

 

상대의 ‘숫자’는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

문제가 있는 질문에는 문제가 있는 답이 따르게 마련이다. 너무 적다, 즉 경험이 부족하고 섹스를 잘 못 한다고 여겨지거나. 너무 많다, 즉 헤프다, ‘사귈 상대가 아니다’고 여겨진다.

ⓒNutnarin Khetwong via Getty Images

하지만 대체 무엇에 비교해서 너무 많거나 적다고 판단한단 말인가? 성적 파트너 숫자에 있어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섹스 및 친밀함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우리는 무엇이 정상인지를 물을 게 아니라, 누가 ‘정상’(normal)을 결정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애초에 순결(virginity)이란 게 뭘까?

‘섹스한 사람이 몇 명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일단 섹스가 무엇인지 두 사람이 동의해야 한다.

일단 우리 사회는 ‘섹스’를 상당히 좁고 이성애 규범적인 방식으로 정의한다. 섹스라 하면 ‘보통 남성이 페니스를 여성의 질에 삽입하는 섹스’를 가리킨다. 이 정의는 순결에 대한 가부장적 집착에 빠져있다.

ⓒNutnarin Khetwong via Getty Images

순결은 여성에게 ‘재산이자 아이 낳는 존재’ 이상의 가치를 거의 부여하지 않는 이성애와 종교적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다.

순결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성애 섹스가 아닌 섹스나 삽입이 아닌 섹스는 ‘진짜’ 섹스로 ‘쳐주지 않는다’는 걸 암시한다.

이 논리에 의해 삽입 섹스를 하지 않은 사람은 경험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LGBTQ 섹슈얼리티의 넓은 부분이 무시된다. 삽입 섹스와 오럴 섹스는 둘 다 지극히 친밀한 성행위인데, 삽입 섹스는 섹스한 것으로 인정되고 오럴 섹스는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게 말이 되나?

예를 들어 삽입만 빼고 모든 걸 여러 번 다 해본 사람은 한번만 삽입 섹스를 해본 사람에 비해 경험이 더 많다. ‘몇 명과 해보았느냐’는 질문은 성차별적 고정관념을 강화할 뿐 아니라 실제로 묻고 싶은 질문, 즉 ‘너는 경험이 얼마나 있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주지도 못한다.

 

섹스는 숫자 놀이가 아니다

한 형태의 섹스에만 집중하면 이 좁은 범위 밖의 관계나 성적 경험의 중요성을 깎아내리게 된다. 내가 가진 가장 기억에 남고 의미있었던 관계의 일부는 전통적인 의미의 섹스를 하지 않은 관계였다. 그리고 최고의 성적 경험과 발견 중 일부는 나 혼자 한 것이었다.

ⓒAlexmia via Getty Images

섹스를 숫자 놀이로 바꾸면 자동적으로 시합이 되어 버리고,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온다. 

‘숫자’는 상대가 어떤 섹스 파트너인지,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숫자를 물어보면 당신은 중요한 질문들을 놓치게 된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잘 자각하고 있는지, 소통과 존중을 아는 파트너인지, 당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지 등등의 질문 말이다. 섹슈얼리티는 정량화할 수 없는 것인데, 왜 숫자를 세고 있나? 

 

* 허프포스트 Canada의을 번역, 편집했습니다. Sara Kloepfer가 Bellesa(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축복하고, 힘을 주기 위한 플랫폼)에 최초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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