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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남성이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87세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시속 100km의 속력으로 약 70m를 질주해 1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 사고로 31세 여성과 3세 모녀가 사망했다.

아내와 딸을 동시에 잃은 남성(32)이 기자회견을 열고 고령 운전자에 대한 국가적 대책을 촉구해 일본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남성은 ”사고 현장에 있는 헌화대에 넘쳐날 만큼 꽃을 주신 여러분, 아내와 딸을 찾고 마음 아파하신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에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라며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갑자기 잃고, 그저 눈물 흘리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절망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딸 아이가 성장해 아내와 제 곁은 떠나면 아내와 수명이 다하도록 함께 살 생각이었는데, 단 한순간에 우리의 미래를 빼앗겼습니다”라며  ”분하고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분함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며칠동안 몇번이나 앞으로 살아가는 데 의미가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라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떠난 아내와 딸 그리고 저와 같은 유족이 앞으로 절대 나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내와 딸의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 남성은 아내와 딸이 사고 며칠 전 공원에서 보내는 한때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일본 내에서 엄청난 동정 여론이 일었으며 이 동정 여론이 ‘고령 운전자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이어 그는 ”자신의 운전 능력이 불안하다는 걸 자각한 운전자나 음주 운전자, 난폭운전자,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위험 운전을 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을 떠올리면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라며 ”그렇게 하면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어어 ”조금이라도 운전 능력이 불안하다고 느낀다면 차를 운전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는 걸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또 주변의 분들도 본인에게 제안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고 조금이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줄어드는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맺었다.

한편 해당 사고 이후 사건 관련 기사의 댓글 등에서는 ‘상급 국민’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다. 사건의 가해자가 옛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의 관료 출신이며 대기업 임원을 지냈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현재 체포되지 않고 입원 중이다. 

이케부쿠로 사고 이틀 뒤인 21일 고베시에서 시영 버스가 횡단보도로 돌진해 남녀 2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는데, 이 버스를 운전한 60대 남성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대비가 두드러졌다

인터넷에서 ”상급 국민은 체포하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비난이 일자 경찰청은 ”이 남성이 골절을 입어 입원해 있고, 사고 차량 등의 증거가 확보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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