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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자살폭탄 공격범들 : 재벌 2세, 해외 유학파, 여성

언론을 통해 용의자들의 신원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9.04.25 15:00
  • 수정 2019.04.25 15:03
스리랑카 경찰이 자살폭탄 공격을 벌인 용의자들의 자택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5일.
스리랑카 경찰이 자살폭탄 공격을 벌인 용의자들의 자택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5일. ⓒThomas Peter / Reuters

그는 평판 좋은 젊은 사업가였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외곽에 위치한 그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장님’을 좋아했다. 직원들에게, 또 지역 주민들에게 기부도 많이 했다. 부유한 쥬얼리 제조업자의 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었다.

그의 이름, 인샤프 이브라힘(33)은 뜻밖에도 35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성당·호텔 연쇄 폭탄 공격의 용의자 목록에 등장했다. 9명으로 파악되는 자살폭파범 중 하나다.

로이터는 그의 가족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주 일요일(21일) 샹그릴라 호텔 레스토랑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린 인물이 바로 인샤프라고 보도했다. ″그는 다른 상사들과는 달리 친절했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 게 좋았다.” 인샤프의 공장에서 일했다는 한 방글라데시인이 로이터에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도 정부와 현지 언론, 외신들을 통해 용의자들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폭파범 중 하나로 지목된 인샤프 이브라힘이 소유한 공장 내부의 모습.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5일.
폭파범 중 하나로 지목된 인샤프 이브라힘이 소유한 공장 내부의 모습.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5일. ⓒThomas Peter / Reuters

 

인샤프의 동생 일함 이브라힘(31)도 자살폭탄 공격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는 평소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곤 했다고 한다. 일함은 이번 공격의 배후 중 하나로 지목된 현지 극단주의 단체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의 회의에도 참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형제의 부친 모하메드 이브라힘은 꽤 유명한 스리랑카 향신료 재벌로, 수출을 많이 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의 가족은 콜롬보의 부촌 마하웰라 가든스(Mahawela Gardens)의 하얀색 3층집에 살았다.

길 건너편 이웃집에서 가정부로 일한다는 스리랑카인 파티마 파즐라씨는 ”그는 음식과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으로 이 지역에서 유명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의 자녀들이 그런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스리랑카 경찰은 모하메드를 체포해 자살폭탄 공격 용의자로 지목된 두 아들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과거에 모하메드를 의원 후보로 공천하려 했다는 좌파 민족주의 정당 ‘인민해방전선(JVP)’의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그는 억만장자이자 잘 알려진 사업가”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몰랐을 것이다.”

한편 사건 당일 이른 오후, 수사관들이 이 자택을 급습했을 때 한 여성은 그 자리에서 폭탄을 터뜨렸다. 이 여성과 두 자녀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관 3명도 숨졌다. NYT는 인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 여성이 두 형제 중 하나의 아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한 스리랑카 군인이 성 안토니 성당 인근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4일.
한 스리랑카 군인이 성 안토니 성당 인근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스리랑카, 콜롬보. 2019년 4월24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폭파범 중 대부분은 학력이 높고, 중산층 또는 상류층 출신이다. 경제적으로 꽤 형편이 좋고, 가족들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스리랑카 국방부 부장관 루완 위제와르데네가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그게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한 명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그 다음 법학대학원 학위를 위해 호주로 갔다”고 설명했다. 영국 대테러당국은 이 용의자의 신원을 압둘 라티프 자밀 모하메드로 파악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모하메드는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런던 남서쪽에 위치한 킹스턴대학교에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극단주의 테러 범인들을 연구한 로버트 파페 시카고대 정치학 교수는 ”현지 사회와 비교했을 때 보통 자살폭파범은 평균 이상의 교육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폭파범들의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환경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현재까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 인물 총 60명을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해 영국, 호주 등이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폭파 용의자 9명 중 한 명을 뺀 8명의 신원을 확보했지만 아직 체포되지 않은 ”몇 명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덧붙였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스리랑카 연쇄폭탄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스리랑카 연쇄폭탄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Associated Press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전날 성명과 영상을 연달아 공개하며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영상에는 8명이 등장했는데, 7명은 복면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상태였다. 얼굴을 드러낸 1명은 평소 전투적 시각을 설파해 온 것으로 알려진 스리랑카인 모하메드 자흐란으로 파악됐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와 정보당국은 동부 출신으로 타밀어를 사용하는 그를 이번 공격의 총책임자로 추정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지 무슬림 지도자들과 스리랑카 정보당국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전투적이고 격렬한 시각을 페이스북에 올려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정부는 자흐란이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와 ‘잠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 등 두 무장단체가 외곽의 지원을 받아 이번 연쇄 폭탄 공격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제와르데네 부장관은 IS가 이번 사건의 공격범들에게 자금이나 훈련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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