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9년 04월 24일 15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25일 11시 49분 KST

핀란드의 1인당 비닐 사용은 연간 4장 뿐? 출처를 찾아봤다

핀란드 이모저모

Pexels

우리나라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은 세계 1위다...2015년 기준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도 1인당 414장에 달한다. 불과 4장을 쓰는 핀란드의 100배가 넘는 수치다. (서울경제 2월18일)

한국이 비닐을 많이 쓰는 것은 알겠는데,

핀란드는 연간 4장이라고? 정말?

2018년, 중국의 재활용품 수입 규제의 여파로 한국의 재활용 업체들이 수익성을 문제로 비닐 수거를 중단하여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한국 언론들은 외국의 비닐 사용 실태를 예를 들며, 한국의 과도한 비닐 사용량을 비판하는 논조의 기사를 써 내려갔다.

‘1인당 연간 비닐 사용량, 한국은 420장, 독일은 70장, 핀란드는 4장’이라는 통계 수치가 많은 기사에 인용되었다. 일부 기사들은 통계의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고 숫자만 나열했다. 일부 출처를 밝힌 기사를 보면, 한국의 연간 420장은 유통업계와 자원순환사회연대,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등의 2015년 기준 조사 결과다. 유럽의 수치는 2010년 기준이라는 언급이 전부인 듯하다.

나는 ‘핀란드 1인당 연간 비닐 소비 4장’이라는 기사 내용을 마주하고 흔하디 흔한 거짓부렁의 하나려니 하고 넘겼다. 핀란드에 거주하는 한인 몇 분이 자신의 페북 담장에 핀란드가 상대적으로 비닐을 적게 사용하겠지만 4장은 말도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해서 그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의 비닐 소비량이 핀란드의 100배다’를 포함하는 일회용 비닐 사용 관련 기사를 보았다. 자료 찾기 귀찮아서 무시했는데, 그만 좀 우려먹지, 도대체 누가 비닐 4장 놀이를 시작한 건가 짜증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비닐 4장의 출처를 찾아봤다.

한국 기사에서는 그 출처를 절대 찾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사들을 훑어봤다. 역시나 찾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비닐 사용에 대한 핀란드 언론의 영문 기사를 찾아봤지만, 원하는 비닐 소비량 수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M의 핀란드어 도움을 받아, 2016년 10월의 비닐봉지 소비 감소를 위한 노동조합과 환경부와의 합의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2018년 기사에서 합의 당시 유럽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핀란드 1인당 1년 평균 비닐 소비량은 약 60장이라는 수치를 찾았다. 2025년까지 EU 권고안인 1인당 1년 평균 40장으로 소비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은 이 기사를 비롯해 비닐 소비 감소를 다룬 다른 기사들에서도 언급되었다.

1년에 60장이라면, 1인당 일주일에 한 장이 조금 넘는 셈이다. 평소 에코백을 들고 다니거나 가방에 장본 물건들을 담아가는 등 비닐봉지를 최대한 사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반면, 비닐봉지를 부담 없이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적당한 평균값이라고 수긍이 갔다. 나는 휴대의 편리성 때문에 비닐봉지를 구입해서 장 볼 때 여러 번 재사용하고, 비닐봉지가 낡으면 쓰레기봉투로 활용한다. 나는 비닐봉지를 한 달 평균 1장에서 2장 구매하는 것 같다. 슈퍼마켓 계산대의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나처럼 비닐봉지를 여러 번 재사용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핀란드는 한국처럼 종량제 쓰레기봉투가 따로 없다.

핀란드 비닐 소비에 대한 납득이 되는 수치를 발견하긴 했지만, 여전히 비닐 4장이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수치를 무턱대고 지어내진 않았을 거라는 희망으로 핀란드 기사로 한정하지 않고 영문 기사를 찾아봤다. 비닐 4장이 언급된 영문 기사를 몇 개 발견했다.

그중 한 기사가 유럽 비닐 사용에 대한 그래프를 포함하고 있었다. 그래프 수치가 100 단위로 되어 있어서 정확한 수치를 읽을 수는 없었으나 핀란드가 일회용 비닐을 4장 정도 소비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래프는 기사에 언급되지 않은 여러 번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봉투 사용량을 포함하고 있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로 보이는데 기사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의 ‘핀란드 1인당 연간 비닐 소비 4장‘을 포함한 기사는 이처럼 앞 뒤 자르고 쓰인 영문 기사의 비닐 4장을 그대로 옮겨다 쓴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한국 기사의 비닐 4장을 여기저기 다른 기사 및 칼럼에서 애용해서 ‘핀란드 1인당 연간 비닐 소비 4장’이라는 전설이 완성된 듯하다.

한국이 핀란드 비닐 4장의 전설을 어찌 완성했는지 짐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정확한 통계 값과 출처가 궁금했다. 그래프를 바탕으로 이미지 검색을 하여 어찌어찌해서 수치 확인 가능한 웹상의 그래프를 찾았다. 유럽의회 뉴스의 페이지삽입되어 있어야 할 그래프인 듯한데 기술적인 문제 때문인지 새창에서 확인 가능했다. 해당 페이지의 그래프는 마우스를 막대 위로 이동하면 해당 항목의 값을 보여주었다. 그래프의 통계값의 출처는 유럽집행위원회 (European Commission)로 쓰여있다. 궁금했던 핀란드의 비닐 사용은 일회용 봉투 4장, 다사용 봉투 73장이라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핀란드의 1인당 연간 비닐 소비는 두 값을 더한 77장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다사용 플라스틱 봉투도 결국은 여러 번 쓰인 뒤 일회용 봉투처럼 버려질 테니 말이다.

아래 그래프에 대한 설명을 한번 곱씹어 보았다. 2010년 1인당 일회용 또는 다사용 플라스틱 쇼핑백(plastic carrier bags) 사용량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슈퍼마켓 안에서 과일이나 야채를 담을 때 쓰는 비닐봉지(한국은 속 비닐이라고 부르는 듯)나 집에서 음식 담는 용으로 쓰는 1회용 비닐봉지, 쓰레기봉투용으로 사는 20장짜리 두루마리 비닐봉지 등은 포함하지 않는 듯한 용어가 사용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연간 420장 비닐 사용이 포함하는 비닐의 범위가 핀란드의 비닐 사용 통계에 적용된 비닐의 범위와 같은지는 불분명하다.

글을 마치며

핀란드의 비닐 소비에 대한 기사는 감소를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단순한 비닐 사용만이 아닌 전반적인 삶의 자세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다루고 있었다. 일회용 비닐이라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환경에 부담을 줄였다든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가게에서 산 수제 빵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환경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세심한 견해를 접하기도 했다. 이번 글은 비닐봉지 4장에 대한 오해를 푸는데 집중하고 싶어서 핀란드 언론에서 언급한 비닐 관련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정보들을 담지 않았다. 여유가 될 때 이번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바란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