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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이 불 지른 글로벌 ‘꼰대’ 논쟁

열정과 ‘노오력’도 강조했다.

ⓒFirstpost

“996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많은 기업과 직원들은 996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젊어서 996 안 하면 언제 996을 하겠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11일 회사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한 말이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996에 관해 얘기해보자”며 작심하고 시작한 토론이었다. 996은 중국 정보기술(IT)업계 신조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6일 일한다는 뜻이다. 10년 전 한국에서 유행한 ‘월화수목금금금’과 비슷하게 쓰인다.

마 회장은 직접적인 메시지도 던졌다. “알리바바에 입사하면 12시간 일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편하게 하루 8시간 일할 사람은 필요 없다.” 장시간 근로 탓에 건강을 잃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돼 삶이 피폐해졌다고 호소하며 996문제를 제기한 젊은 엔지니어들은 마 회장 발언에 분개했다. 뉴욕타임스·BBC 등이 보도하면서 글로벌 논쟁으로 확대됐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젊은 창업자나 직원의 돌연사가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혁신을 거듭하며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중 한 곳을 일군 마윈도 어쩔 수 없는 ‘꼰대’인가보다. 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내가 너만 했을 땐 말이야’를 즐겨 쓴다는 점이다. 마 회장은 “나는 12X12를 했는데,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루 12시간씩 1년에 열두달 일했다는 뜻이다.

열정과 ‘노오력’도 강조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12시간도 길지 않다.” “(일하는) 8시간 외의 2~3시간은 배우는 시간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무조건 강요하는 모습도 꼰대로 비친다. “오너는 996을 하면 본인 자산이 불어나지만, 직원은 996을 해도 초과근무 수당조차 못 받는다”는 댓글은 마 회장과 직원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 회장이 간과한 것은 또 있다. 오래 일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도리어 떨어진다는 점이다. 대체로 일하는 시간이 짧은 나라일수록 국민소득이 더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하는 시간이 가장 짧은 편인 독일은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356시간이다.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은 60.5달러이다. 반면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일하는 시간이 긴 한국(2024시간)은 생산성이 하위권이다. 근로시간당 GDP가 34.3달러에 불과해 미국(64.1 달러)·독일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관영 언론이 “오버타임 강제는 불공정”이라며 진화에 나서자 마윈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일단 물러섰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시대와 공감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마윈이 보여줬다.

* 중앙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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