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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슬람국가(IS)가 스리랑카 공격 배후를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첩보를 미리 전달 받고도 공격을 막지 못했다.

  • 허완
  • 입력 2019.04.24 11:03
  • 수정 2019.04.25 12:19
스리랑카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인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백팩을 메고 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23일 공개됐다.
스리랑카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벌인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백팩을 메고 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23일 공개됐다. ⓒReuters

321명이 사망한 스리랑카 폭탄 공격에 대해 23일(현지시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주장했다. 스리랑카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공격이 뉴질랜드 모스크 총기난사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전사들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현지 이슬람주의 단체 두 곳이 지난 주말 스리랑카 교회 세 곳과 호텔 네 곳을 겨냥한 공격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스리랑카 정부의 발표가 나온 후, IS는 자신들의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배후를 주장했다. 이번 공격으로 약 500명이 부상을 입었다.

스리랑카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이 벌어지기 몇 시간 전에 인도 정부로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세 명의 소식통이 로이터에 말했다. 스리랑카 정부가 어떤 대응을 취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첩보에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책임자들을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주 안으로 경찰과 치안부대를 완전히 개혁할 것이다. 24시간 내에 기존 안보 당국자들을 교체하게 될 것이다.” 시리세나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말했다.

″해외 정부로부터 첩보 보고서를 받은 안보 당국자는 그 정보를 나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나는 이 당국자들을 대상으로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어 범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IS의 주장을 살펴볼 것이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자살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성 세바스티안 성당으로 들어서는 모습. 
자살폭탄을 터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성 세바스티안 성당으로 들어서는 모습.  ⓒReuters

 

스리랑카 정부는 최소 7명이 자살폭탄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

IS는 이 공격을 벌였다는 범인 7명의 이름을 지목했다. 그러나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다른 추가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점령했던 영토를 서방 국가들이 지원한 군인들에게 빼앗겼던 IS는 성명 발표 이후 ‘아마크’에 8명의 공격범이 등장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중 7명이 복면을 쓴 채 IS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담겼다.

로이터는 이같은 주장의 진위 여부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으며, 스리랑카 당국은 공격범들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앞서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부 부장관은 두 개의 스리랑카 이슬람 무장단체들,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와 ‘잠미야툴 밀라투 이브라힘’이 이번 공격을 저질렀다고 의회에 말했다.

이번 공격은 부활절 예배가 진행중이던 교회들과 아침식사 중이던 호텔 식당을 겨냥했다. 교회 세 곳과 고급 호텔 세 곳에서의 첫 폭발은 20분 사이에 벌어졌다. 수도 콜롬보 인근의 한 저가 호텔과 주택가에서도 이른 오후 각각 폭발이 있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공격범들이 또다른 호텔을 대상으로 공격을 벌이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성 세바스티안 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희생자들의 집단 장례식이 거행된 가운데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성 세바스티안 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희생자들의 집단 장례식이 거행된 가운데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스리랑카 정부와 군 소식통들은 이번 사건 이후 체포된 용의자 40명 중에 시리아인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은 스리랑카인이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인 38명도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외국인 희생자들의 국적은 호주, 중국, 덴마크, 인도, 네덜란드, 포르투갈, 터키, 미국, 영국 등이다.

유엔 아동기금은 희생자들 중 어린이 45명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CNN은 폭파범 중 한 명이라는 남성이 큰 백팩을 메고 있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 남성은 콜롬보 북부 성 세바스티안 성당으로 들어가기 전 한 어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곳에서 수십명이 사망했다.

 

‘보복’

위제와르데네 국방부 부장관은 3월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두 곳에서 50명을 숨지게 한 테러에 대한 복수가 이번 공격의 동기라고 수사관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조사 결과 이건 뉴질랜드 모스크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총격범의 단독 범행이었던 뉴질랜드 테러 공격과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수사 당국자들이 보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희생자가 묻힌 묘소 앞에서 한 남성이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희생자가 묻힌 묘소 앞에서 한 남성이 오열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힌두교도 및 타밀족과의 내전이 10년 전 종식된 이후 비교적 평온했던 스리랑카에 종파 갈등으로 인한 폭력행위가 되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리랑카 인구 중 불교가 다수(70%)를 차지한다.

스리랑카 인구 2200만명 중에는 기독교인, 무슬림, 힌두교도 같은 소수 집단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은 스리랑카에서 벌어진 최악의 분쟁과 집단 간 갈등을 크게 겪지 않아왔다.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에 의한 공격 가능성에 대해 인도 정부로부터 첩보를 전달 받고도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를 놓고 스리랑카 정부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첫 번째 공격이 발생하기 2시간 전에 스리랑카 측에 교회들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 정보를 경고했다고 한 스리랑카 국방부 소식통과 인도 정부 소식통은 말했다.

또다른 스리랑카 국방부 소식통도 이같은 경고 메시지가 첫 번째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에” 있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대통령실과 인도 외교부는 모두 이에 대한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22일 스리랑카의 한 장관은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이 경고 메시지를 받지 못했으며, 시리세나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고위 안보회의에서 배제되어 왔다고 말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자신과 대통령의 갈등으로 인해 대응에 차질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일축하며 대통령과 견해차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긴밀히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메싱게 총리를 해임했으나 대법원의 결정으로 그를 다시 복귀시켜야만 했다. 

성 세바스티안 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희생자 집단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성 세바스티안 성당 인근 공동묘지에서 희생자 집단 장례식이 엄수되고 있다. 스리랑카, 네곰보. 2019년 4월23일. ⓒAthit Perawongmetha / Reuters

 

장례식들에 대한 우려

화요일(23일)은 애도의 날이었다. 콜롬보 북쪽 해안도시 네곰보의 성 세바스티안 성당에서 치러진 집단 장례식에는 1000명 넘는 애도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일요일 이곳에서만 100명 넘는 희생자가 나왔다.

폭발로 지붕 대부분이 날아간 성당의 앞마당에서 거행된 장례식에서는 기도와 찬송가 소리가 울려퍼졌다.

운구를 맡은 이들은 흰색 옷을 입고 나무관을 하나씩 옮겼다. 친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스리랑카 대주교 말콤 카디널 란지트는 추가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추도식을 연기할 것을 다른 성당들에 권고했다.

치안부대 요원들에게는 추가 공격에 대비해 경계령이 내려졌으며, 정부는 용의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구금하고 심문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경찰에게 부여하도록 하는 비상 조치를 시행했다. 사건 당일에는 야간 통행금지도 시행됐다.

정부는 선동성 루머들이 집단 간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같은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온라인 메시지 서비스들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스리랑카 당국의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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