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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에 1.6조 지원, 부실 책임 국민에 떠넘기는 국책은행

국책은행 자금만 쏟아붓는 현행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논란과 부실 경영 책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국책은행들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6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시아나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걸 막는다는 명분 아래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사인 금호고속에도 국책은행의 추가 지원이 이뤄진다.

아시아나와 금호그룹은 숨통을 트게 됐지만, 국민 부담에 다름없는 국책은행의 자금만 쏟아붓는 현행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논란과 아울러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부실 경영 책임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DB 산업은행은 2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등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금융지원 방안’을 확정하고, 박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와 특별 약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은 다음주께 별도 체결할 예정이다.

ⓒ한겨레

지원 방안을 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7대 3 정도로 분담해 1조6천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전액 책임지기로 했다.

우선 아시아나가 7%대 금리로 5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면 산은과 수은이 이를 인수한다. 또 신용한도 대출을 최대 8천억원까지 지원하고, 항공기 리스 등에 필요한 국외 신용보증 한도(스탠바이 L/C)도 3천억원까지 별도 지원한다.

아시아나 자구안의 자금 요청 규모가 5천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예비적 자금 지원을 1조1천억원 더 얹어준 셈이다.

영구채는 본질적으론 차입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돼 부채비율 개선 효과가 있다. 산은은 1분기 이후 1000%에 육박할 공산이 컸던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을 영구채 지원으로 700% 선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자금 지원 규모가 커진 것과 관련해 산은 관계자는 “(외부에선) 당면 유동성 위기만 넘으면 된다고 볼지도 모르지만 예비적 자금을 준비하는 게 매각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예비적 지원에서 실제 사용되는 금액은 매우 적으리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또 박 전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에도 1300억원의 규모의 브릿지론(가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호그룹은 대주주→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녔다. 아시아나 재무위기와는 별도로 금호고속도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원 규모의 금융권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산은이 이 대출의 차환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 대출에 금호산업 지분 45.3%가 담보로 맡겨져 있는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 지분 33.5%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아시아나 매각 작업에도 영향 줄 수 있어서 패키지 딜의 성격이 있다”며 “금호고속이 도산 시 국민경제 영향이 크다는 점도 고려했다. 박삼구 전 회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 부실 경영 책임이 큰 대주주 일가는 경영권 매각 결정을 한 것 말고는 금액적으로 의미 있는 추가 고통분담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아시아나 매각을 명분으로 금호그룹 지원이 부수적으로 뒤따라가는 것에 대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채권단에 속한 민간 채권은행들은 기존 대출 만기 연장만 하고 신규 자금 지원에선 모두 발을 뺀 점도 논란거리다. ‘대마불사’ 논리로 구조조정을 시장이 하지 않고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다 보니 기업의 부실 책임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대주주 책임은 사실 사재니 지분담보니 이미 다 나와 있어서 더 나올 게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시아나를 정상화해서 매각을 진행하는 데 중점을 뒀고, 그러면 다른 채권은행도 자율적으로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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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산업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