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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패스트트랙 지정, 추인은 됐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산 넘어 산...

바른미래당이 23일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가까스로 추인하면서 여야 4당의 추인 작업이 마무리됐다. 여야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일을 25일로 못박았다.

그런데 이날 바른미래당의 의총이 끝난 후 유승민 의원은 묘한 말을 남겼다.

″논의 과정에서 3분의 2가 (동의하지 않은 것은) 당론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오늘 바른미래당은 당론을 정하지 못한 것”

‘당론이 아니’라는 말의 의미는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보면 조금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오늘 패스트트랙 12대 11로 과반은 넘었으나 2/3가 안되 강제성이 있는 당론 채택은 안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사개특위원들에 대한 권고이지 강제 당론이 안되었기 때문에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권은희 의원에 위임된 것입니다.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는 두 의원 입장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이들의 셈법을 계산해보자. 이번에 각 당이 추인한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안건 소관 위원회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물론 전체 국회의원 5분의 3의 찬성을 받아도 가능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반대파의 숫자만 고려해도 40%가 넘기에 이 방법은 불가능하다.

선거제 개편의 소관 위원회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다.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총 18명 중 11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정개특위는 민주당 8명, 민주평화당 1명, 정의당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인원만 합해도 11명을 넘는다.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 지정은 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공수처 등의 합의안을 처리할 소관위원회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총 18명 중 11명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현재 사개특위 위원은 민주당 8명, 민주평화당 1명, 바른미래당 2명 등으로 구성된다. 11표를 얻기 위해서는 바른미래당 2명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은 오신환, 권은희 의원이다.

 

 

이제 유승민, 하태경 의원의 발언을 다시 보아야 한다. 이것은 당론이 아니라는 말, 표결 행사가 전적으로 위원들에게 위임되었다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이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거부해도 ‘해당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간접적으로 이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날 의원총회에서 오신환, 권은희 의원 모두 패스트트랙 지정 반대표를 던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이 의총에서의 입장과 동일하게 특위 표결에 임한다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권은희 의원은 호남(광주 광산을)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당‘계 의원이란 점을 고려할 때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문제는 오신환 의원이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으로 넘어왔다. 소위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유승민 의원은 선거법은 ‘합의를 기초로 해야 한다’며 패스트트랙 지정을 계속 반대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신환 의원도 쉽게 ‘반대표‘를 던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무리 이번 추인이 ‘당론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해도 당내에서 표결로 결론 난 사안인데 이걸 개인이 틀어버리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 하루 전인 22일, 오신환 의원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추인이 의총에서 표결로 결정될 가능성’에 대해 ”또 수정을 하든 아니면 거기서 끝내서 여기에 대한 종결은 우리가 해줘야 한다. 정치적 책임은 우리가 져야 된다”며 의총에서 나온 논의 결과가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남은 이틀 동안 어떤 변수가 새롭게 등장할지 모른다. 만약 오신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게 되면 공수처 패스트트랙 지정은 물건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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