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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농촌을 덮친 ‘5도의 비극’

기온 상승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 곽노필
  • 입력 2019.04.22 15:22
  • 수정 2019.04.22 16:49
2018년 5월에 촬영한 인도 타밀나두의 농민 셀바라시(60)의 아내 라사티. 조합에 진 빚에 시달리던 셀바라시는 2017년 5월 자신의 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Federico Borella, Italy, Photographer of the Year, Professional, Documentary (Professional),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2018년 5월에 촬영한 인도 타밀나두의 농민 셀바라시(60)의 아내 라사티. 조합에 진 빚에 시달리던 셀바라시는 2017년 5월 자신의 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Federico Borella, Italy, Photographer of the Year, Professional, Documentary (Professional),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세계사진협회(WPO)가 주최하고 소니가 후원하는 2019 소니세계사진상 `올해의 사진가’(Photographer of the Year)에 기후변화가 초래한 농촌의 참상을 추적한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페데리코 보렐라(Federico Borella, 35)가 선정됐다.

그가 이번 공모전에 제출한 사진 프로젝트의 제목은 `5도’(Five Degrees).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폭을 가리키는 말이다. 5도는 화씨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섭씨로 환산하면 약 3도에 해당한다.

사진프로젝트 `5도‘는 인도 최남단 타밀나두 지역의 농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민들의 자살 사태를 집중 조명했다. 이 지역은 2014년 이후 비를 몰고 오는 북동 계절풍이 약해지면서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1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 UC버클리대 연구에 따르면 인도 농민의 자살 증가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7년 7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47년간의 기후 데이터와 자살 농민 수를 비교한 결과 1980년 이후의 지속적인 기온 상승이 농민들이 극단의 선택을 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30년간 무려 5만9300명의 농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통계적으론 하루 섭씨 1도가 오를 때마다 67명이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면서 인도의 기온은 2050년까지 섭씨 약 3도(화씨 5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대로라면 농민 자살 사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빚이다. 이곳 농민들은 농기구 구입 또는 예전 빚을 갚기 위해 대출을 받는데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하면 벼랑으로 몰리게 된다.

<br /></div>남인도농민협회 회원인 프렘쿠마르의 두개골이다. 이 유골은 2017년 델리에서 벌어진 농민 시위에 등장했다. 이 시위에서 농민들은 가뭄피해 농민들에 대한 지원과 부채 탕감을 요구했다. Federico Borella, Italy, Photographer of the Year, Professional, Documentary (Professional),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남인도농민협회 회원인 프렘쿠마르의 두개골이다. 이 유골은 2017년 델리에서 벌어진 농민 시위에 등장했다. 이 시위에서 농민들은 가뭄피해 농민들에 대한 지원과 부채 탕감을 요구했다. Federico Borella, Italy, Photographer of the Year, Professional, Documentary (Professional), 2019 Sony World Photography Awards

보렐라는 2015년 염산테러를 당한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에 왔다가 인도의 극한기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다 우연히 버클리대의 논문을 접하고는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구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보렐라는 지난해 5월 남인도농민협회 초청으로 타밀나두 지역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기후변화가 바꿔놓은 농촌 풍경, 숨진 농민의 흔적과 유품, 남겨진 사람들의 고단한 모습 등을 목격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보그> 편집장 출신인 심사위원장 마이크 트로우(Mike Trow)는 ”보렐라의 작업은 놀라운 감수성과 상상력, 그리고 예술적 기교를 담아 이를 기록했다는 데 심사위원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구 온난화가 특히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더 빠른 속도로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며 ”따라서 보렐라와 같은 예술가들의 작업이 더욱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보렐라의 사진은 프로페셔널부문 다큐멘터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올해의 청년사진가‘에는 미국의 젤리 웨스트폴(Zelle Westfall)이 선정됐다. 그의 사진 `아부오트’(Abuot)는 자신의 학교 친구를 촬영한 것이다. 피부를 표백하거나 컬러링하는 것이 유행하는 현실에서 검은 피부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

`올해의 오픈사진가‘에는 미국의 크리스티 리 로저스(Christy Lee Rogers)가 뽑혔다. ‘하모니’(Harmony)라는 제목의 이 사진은 하와이에서 촬영한 수중사진이다. 물 밖에서 수영장의 표면을 캔버스 삼아 빛의 굴절 효과를 이용해 촬영했다. 르네상스시대의 대형 회화 작품을 연상시킨다.

`올해의 학생사진가‘에는 스페인의 세르지 빌라누에바(Sergi Villanueva)가 선정됐다. 오렌지 농장의 모습들을 찍은 그의 사진 프로젝트는 `라 테레타‘(La Terreta)다. `라 테레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신토불이 정신인 셈이다.

*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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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변화 #인도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