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일본 여성인 내가 대만에서 느낀 '새로운 시대 우리의 생리(生理)'에 대하여

대만에서 나는 컬쳐 쇼크를 경험했다

  • 박세회
  • 입력 2019.04.22 16:59
  • 수정 2019.04.23 12:27
해당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sutthinon sanyakup via Getty Images

내가 생리에 대해 올린 트윗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4월 8일에 올라온 저자의 트윗은 현재 ‘좋아요’ 3만6천여개, 댓글 1만 4천개가 달렸다.)

″대만에서 생활하며 우선 놀란 게 ‘생리‘의 개방성이다. 생리로 몸이 안 좋을 때 학교나 회사에 안 가고 쉬는 건 당연하고. 내가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사원 모두가 있는 메일 창에 ‘생리로 쉬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아침부터 부릉부릉 올린다. 술자리 남녀가 섞인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나 생리니까!”라고 외치고 따뜻한 물만 마시는 아이도 있다.”

별 거 없는 트윗에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반응해줬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대만에서 경험한 생리에 관한 컬쳐 쇼크를 공유했더니, 그에 관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 지금까지 생리 때문에 괴롭다고 말할 수 없었다. 

- 생리통의 괴로움을 알아주지 않았다. 

- 좀 더 부담 없이 생리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 남녀 모두 생리에 관한 지식을 늘려나가야 한다. 

- 남자 입장에서도 여자가 생리 중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잠시 ‘나와 생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요?

지금은 어떻게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일어난 작은 사건이 있다.

‘임간학교’(주로 여름 방학에 산이나 들에서 진행하는 야영 프로그램)에 가기 전, 전교생 집회가 끝난 후 선생님이 “5학년 여학생은 남아주세요”라고 말했다.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들.

5학년 여자를 제외한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나간 뒤 선생님은 ‘생리‘와 ‘생리대의 사용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나는 그때까지 생리한 적이 없어서 여성의 사타구니에서 매달 피가 나오다니, 먼 세계의 일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여자만 모인 비밀집회가 끝난 뒤에 먼저 쫓겨났던 남자애들이 끈질기게 ”여자들끼리 무슨 얘기 했어?”라고 물었다.

아직 초경을 하지 않은 때여서인지, 생리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여자애는 가랑이에서 피가 나와서 기저귀 같은 패드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며 비밀 집회의 내용을 상세하게 남자애들에게 말했다.

남자애들이 ”에~~~~!”하며 어깨를 으쓱하는 순간, ”기시모토 씨!”(작가의 결혼 전 성)라며 중년 여자 선생님이 외쳤다. 

교실에서 나와서 복도의 구석으로 나를 데려갔다. 종종걸음으로 선생님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동안, 나는 왜 불려가는지 알지 못했다.

선생님은 목소리를 낮추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이렇게 말했다.

″모처럼 여자만 모아서 비밀로 설명한 걸 왜 남자한테 말하는 거야? 정말 부끄럽다! 앞으로 큰 소리로 생리에 대해 얘기하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그 선생님의 말에 의문을 품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어른에게 ‘생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야?’라고 물어봤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열 살짜리 초등학생이고 선생님이 하는 말이 맞다고 믿던 시절. 나는 왜 그런 몹쓸 짓을 해버렸을까...라며 불러가서 혼나고 난 후 몇 번이나 내가 한 말을 후회했다. 

그 후로는 계속 어릴 적에 주입된 ‘생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말을 굳게 지켰다. 수영 수업에 빠질 때도 감기라고 우겼고, 전교 집회에서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웅크리고 앉아버렸을 때에도 수면 부족이라고 말했다.

생리 중에 화장실에 갈 때도 다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조용하고 어두운 화장실에서 패드를 교환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 생리 전 기분이 우울하고 괴로울 때도, 생리 중에 치밀어 오르는 통증이 닥쳤을 때도 나 혼자 견뎌왔다. 왜 여자로 태어났는지, 생리가 없으면 좋을텐데, 라며 화장실에서 몇번이나 혼자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대만에서 살게 됐다. 그 무렵 대만인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을 따라 간 식이었다. 

그곳에서 난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문화 충격을 경험했다.

″생리가 시작되어서 못 나가게 됐어.”

처음 사귄 대만인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을 잡은 주말. 슬슬 집을 나와 모이는 곳으로 향하던 중 이런 라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요코는 생리 중이니까.”

대만인 남자친구의 부모를 처음 만났을 때 남자친구는 입을 열자마자 내가 생리중임을 부모에게 알렸다. 부끄러워서 귀 뒤쪽까지 새빨갛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그와 그의 부모는 내가 생리 중인 것을 고려해 약속을 다시 짰다. 

″생리 중이라 쉽니다.”

″오케이, 따뜻하게 하고 자라!”

대만 기업에 취직하고 난 후 매일 같이 동료들로부터 ”생리라서 쉽니다”라는 메일(여기서는 문자로 보임)이 도착했다. 모든 직원이 들어 있는 단톡방이었고, 사장과 남성 직원도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다들 ‘생리로 쉰다’고 당당히 선언했고,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따뜻하게 쉬라며 모두가 생리 중인 직원을 걱정했다. 

조금씩 대만 사람들이 공연하게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생리 중에는 몸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나는 ‘생리’에 대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생리 때문에 어떤 점이 괴로운지 주변에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날린 트윗은 이런 과거의 경험을 무심코 적은 것이다. 그 트윗이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기뻤다. 

아~. 정말 변해가는 구나.

레이와(令和, 일본의 새 연호)의 시대를 사는 여성은 자신이 생리 중이라고 서슴없이 망설이지 않고 주변에 말한다.

그리고 생리가 찾아 온다는 사실의 고귀함, 생리에 관련한 불쾌감,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이해하고 있다. 

생리만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가진 불쾌감에 귀를 기울이도록.

이번에 트윗이 공유되는 걸 보고 그런 사회로 바꿔 나갈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얻었다. 

우선 나는....

일본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생리 중에는 쉽게 피곤해져”라고 말해보려고 한다. 어떤 식으로 괴로운지 제대로 자신의 말로 설명해보자.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두렵지만. 

하지만, 예전의 나처럼 혼자 화장실에서 우는 여자를 한 명이라도 줄여나가고 싶으니까.

 

* 이 글은 2019년 4월 9일 ‘note’에 실렸습니다. 아래 원문 링크를 덧붙입니다.

새로운 시대, 우리의 ’생리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일본 #국제 #대만 #생리 #생리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