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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 보고서] 트럼프는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고 말한다. 수사 결과는 정반대다.

특검이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 허완
  • 입력 2019.04.19 13:24
  • 수정 2019.04.19 17:40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대선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 수사를 중단시키려고 여러 번 시도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도 만들어냈다.

18일(현지시각)에 공개된 448페이지 분량의 뮬러 특검 보고서 내용이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보고서가 전적으로 자신의 ‘무죄를 입증했다’고 우기고 있다.

로버트 뮬러가 이끄는 특검은 트럼프의 당선을 도우려고 민주당 인사들의 이메일을 훔치는 과정에서 트럼프 캠프 측 인물이 러시아와 모의했다고 기소하기에 충분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특검은 트럼프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 요원들이나 위키리크스 같은 관련자들에게 트럼프의 승리를 돕도록 부추긴 여러 사례들을 제시했다.

뮬러 특검이 이 수사를 중단시키려 함으로써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가 수사를 중단시키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혔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및 사법방해 수사를 비롯해 사법 당국의 수사들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대통령의 여러 행위들이 수사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사건들은 주로 일대일 회의에서 벌어졌으며, 대통령은 일반적인 경로 바깥에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 했다. 이 행위들은 특검 제거 시도부터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수사 회피를 돌리려는 시도, 공식적 권력을 이용하여 수사 범위를 한정하려는 시도, 증언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수도 있는 증인들과의 직간접적 접촉 등이었다. 이런 행동들을 종합해 보면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트럼프, 트럼프 캠프, 백악관 관계자들은 보고서 공개 후 열을 올리며 그동안 해왔던 “공모는 없었다”, “사법방해는 없었다”는 주장을 반복했지만, 보고서에 나온 팩트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이제까지 늘 말해왔던 대로, 공모-사법방해는 없었다!” 뮬러 보고서 공개 후 2시간 뒤 트럼프가 쓴 트윗이다.

보고서 공개 직후, 백악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및 관계자들이 전적으로 특검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주장했다.

“(수사에) 절대 개입하지도, (조사 협조) 요청을 거절하지도 않았다. (백악관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이 특검에 가서 진술했고, 많은 서류를 제출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이 즉석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법무부는 그들이 요구한 모든 요청에 대한 답변이 있었고 전부 충족되었음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면 그 반대 같다. 뮬러는 트럼프가 수사 중 대면조사를 거부했으며, “30건 이상의” 주요 사건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

게다가 수사에 “결코” 개입하지 않기는 커녕, 트럼프가 보다 효과적으로 수사를 막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해임된 제임스 코미 FBI 전 국장과 돈 맥간 백악관 전 법률고문 등이 트럼프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특검은 보고서에 적었다.

“수사에 영향을 주려는 대통령의 노력은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그 주된 이유는 대통령 주위 인물들이 명령 실행이나 요구에 응하기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EVA HAMBACH via Getty Images

 

한편 이 보고서에는 트럼프가 백악관 법률 고문을 마치 범죄 사건 변호인처럼 취급하는 듯한 일화도 담겼다. 뮬러가 특검으로 임명된지 불과 한 달만에 당시 백악관 고문이던 맥간에게 뮬러 해임을 지시했다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는 맥간이 대화 내용을 메모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화를 냈다.

“대통령은 회의 중 맥간에게 왜 특검측에 대통령이 특검을 해임하라고 했다고 말했는지 물었다. 맥간은 그렇게 해야 했으며, 자신과 대통령과의 대화는 변호사-고객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그 메모는 뭔가? 왜 메모를 하는가? 변호사는 메모를 하지 않는다. 나는 메모를 하는 변호사를 둬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맥간은 자기는 ‘진짜 변호사’기 때문에 메모를 하고, 메모는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며 나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나는 로이 콘 같은 훌륭한 변호사들을 많이 뒀다. 그는 메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콘은 1950년대에 근거없이 여러 사람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갔던 조 맥카시 상원의원의 고문이었다. 그뒤 트럼프와 마피아 고위 보스들의 변호사를 맡다가 1986년에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뮬러 특검 보고서에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를 돕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이를 되풀이했다는 증거도 들어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FBI의 ‘일반 직원들’이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몇 번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샌더스는 특검에 ‘FBI의 수많은 직원들’에게 들었다는 발언이 ‘말 실수’였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FBI의 일반 직원들이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한 것은 ‘그 순간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온 것이며 근거는 전혀 없었다고도 말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40석을 더 얻어 하원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은 뮬러 특검과 주요 증인들을 의회에 소환해 증언을 듣겠다고 18일에 밝혔다.

 

* 허프포스트US의 ‘No Collusion, No Obstruction’ Report Shows What Seems To Be Plenty Of Both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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