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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특검 보고서] 트럼프-러시아 수사 결과에서 알 수 있는 9가지

2년여에 걸친 수사 결과를 담은 400쪽 넘는 보고서가 마침내 공개됐다.

  • 허완
  • 입력 2019.04.19 14:33
  • 수정 2019.04.19 17:30
ⓒASSOCIATED PRESS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 편집본이 18일(현지시각) 공개됐다. 400쪽이 넘는 이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의회와 미국 시민들은 특검 수사에서 발견된 것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보고서가 공개되기에 앞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 장관은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공모는 없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주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보고서가 의회에 송부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바 장관의 결정은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보고서 공개 직후 민주당은 다음달 하원 법사위원회에 뮬러 특검을 출석시켜 수사 결과에 대한 증언을 요청하기로 했다.

2년 가까이 뮬러 특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 캠프 관계자 6명과 러시아인 및 기관들이 다양한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은 이날 공개된 특검 수사 보고서의 주요 내용들이다. 

ⓒJoe Raedle via Getty Images

 

1. 뮬러 특검은 트럼프의 사법방해 의혹에 관련된 10가지 사례를 들여다봤다

보고서에는 트럼프가 특검 수사에 개입하기 위해 자신의 권한을 활용함으로써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를 저질렀을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이 담겼다. 뮬러 특검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및 사법방해 수사를 비롯해 사법 당국의 수사들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대통령의 여러 행위들이 수사에서 발견됐다. 이러한 사건들은 주로 일대일 회의에서 벌어졌으며, 대통령은 일반적인 경로 바깥에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 했다. (2권 157쪽)

특검 보고서는 트럼프가 도널드 맥간 전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뮬러 특검 해임을 지시하고, 정치적 측근 코리 르완도스키에게 당시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로 하여금 수사 범위를 향후 선거 개입에 국한시키도록 한 사건들을 지목했다.

그러나 사법방해로 트럼프 대통령을 기소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수사를 방해했을 수 있는 대통령의 행위들이 그와 같은 의도로 이뤄졌음을 특검이 입증해야 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이 보고서가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그가 무죄임을 밝히는 것은 아니다. (2권 2쪽 / 2권 8쪽 / 2권 182쪽)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2. 트럼프의 사법방해 시도는 측근들에 의해 좌절됐다

트럼프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기를 거부한 측근들 덕분에 사법방해 혐의에서 살아남았던 것일 수 있다.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대통령의 시도는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으나 이는 상당 부분 대통령의 주변 인물들이 지시를 이행하거나 요청에 따르기를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2권 158쪽)

예를 들어 당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트럼프 정부 초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는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했다. 플린은 이후 FBI에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맥간 전 백악관 법률고문은 뮬러 특검을 해임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했으며, 레완도스키는 뮬러 특검의 수사가 공정하지 않으며 수사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를 제프 세션스 당시 법무장관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EVA HAMBACH via Getty Images

 

3. 뮬러 특검 보고서는 2016년 미국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광범위한 개입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전면적이고 체계적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 (1권 1쪽)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작전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번째는 미국 정치 시스템에 ”불화를 심으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소셜미디어 상의 작전을 벌인 러시아 단체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는 동시에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비난했다. 두번째는 클린턴 캠프의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들을 해킹하고 이렇게 확보한 문서들을 악명 높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한 러시아 정보기관들이었다.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4.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불법적으로 선거 개입을 모의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뮬러 특검의 수사는 트럼프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접촉이 있었음을 발견해냈다. ”이 접촉들에는 선거운동을 지원하겠다는 러시아의 제안도 포함된다.” 보고서는 이렇게 적었다. ”일부 사례들에서 (트럼프) 캠프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고, 다른 사례들에서 캠프 관계자들은 이를 피했다.”

뮬러 특검은 러시아 정부가 대선에 개입했음을 확인했지만 ”이번 수사에서 트럼프 캠프 구성원들이 러시아 정부의 대선 개입 활동들에 모의 또는 협력했다는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 보고서는 특히 ”공모(collusion)”가 아니라 ”모의(conspiracy)”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했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바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반복된 표현을 재차 언급하며 뮬러 특검이 ”공모는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5. 특검은 수사 도중 다른 여러 범죄 혐의를 찾아냈고 이를 다른 수사에 넘겼다

특검은 이번 수사 범위에서 벗어나는 다른 범죄행위들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고, 총 14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넘겼다.

이 중에서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알려진 건 두 건에 불과하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를 지냈던 마이클 코언에 대해 금융사기 및 연방공직자보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를 발견해 이를 뉴욕 연방검찰과 FBI 뉴욕지부에 넘겼다. 코언은 선거자금법 위반 및 의회 위증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2월 의회에 출석해 트럼프 캠프 내부 활동 내역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공개적으로 알려졌던 두 번째 사례는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법률고문을 지냈던 그레고리 크랙과 그가 몸 담았던 로펌 스캐든이 해외에이전트등록법을 위반한 혐의에 관한 것이었다. 연방대배심은 최근 크랙을 기소했다. 거짓 진술을 하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대신해 그와 자신의 로펌이 했던 업무와 관련된 정보를 법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이 부분은 트럼프 대선캠프 책임자였던 폴 매너토프의 친(親)러시아 우크라이나 정당 로비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Mark Wilson via Getty Images

 

6. 특검이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나는 망했다”고 말했다

″오 마이 갓. 끔찍하다. 내 대통령직은 끝났다. 나는 망했다(fu**ed).” (2권 78쪽)

특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것은 2017년 5월 뮬러가 러시아의 대선개입 수사를 이끌 특검으로 임명됐다는 소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었다. 트럼프는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제프 세션스가 이 소식을 자신에게 전하자 격노하며 ”제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둘 수 있지?”라고 말했다.

"이 독립검사들이 나오는 순간 대통령직을 망쳐버릴 거라고 모두가 나에게 말한다. 이게 끝나려면 몇년씩 걸리고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다. 이건 지금껏 나한테 벌어졌던 일들 중 최악이다.” (2권 78쪽)

세션스 장관의 비서실장이었던 조디 헌트가 작성한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이후 트럼프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세션스 장관이 러시아 수사 지휘권을 내려놓을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를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션스는 대선 기간 동안 러시아 정부 인사와 접촉한 사실을 숨긴 사실이 드러나자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수사 지휘권을 넘겨받은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뮬러 특검을 임명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7. 뮬러 특검은 그럴 만한 가치가 없었으므로 트럼프를 소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뮬러 특검 보고서에는 왜 트럼프 대통령이 소환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만약 소환됐다면 트럼프는 특검에 진술을 했어야만 했을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므로 특검팀은 트럼프 대면조사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 법적 다툼과 수사를 조기에 끝내는 것의 가치 사이에서 ”그 손실을 저울질 했다”고 한다. 뮬러 특검팀은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해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2년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특검은 여러 차례 트럼프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2018년 11월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뮬러 특검의 질문들 중 일부에 대한 답변을 했다. 특검 보고서는 이 답변서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관련된 질문들에만 답변햇으며, 자신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법방해 혐의 또는 자신의 대선캠프와 러시아의 모의 혐의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Alex Wong via Getty Images

 

8.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제임스 코미 FBI 국장 해임에 관해 언론에 거짓말을 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건 오직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권고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뮬러 특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5월에 있었던 이 사건에 대한 샌더스 대변인의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트럼프가 코미를 해임하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 즉 자신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달라는 요청을 코미가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해임 직후, 대통령은 자신이 (법무부의) 권고에 근거해 행동(코미 국장을 해임)했을 뿐이라는 보도자료를 받아적도록 했고, 백악관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그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그와 같은 (법무부의) 권고가 있기 전에 코미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 애초에 허위 명분에 의존했다는 것은 대통령이 실제 해임 사유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으나 확보된 증거로는 그와 같은 우려가 개인적, 정치적, 혹은 양쪽 다에 관한 것이었는지 드러나지 않았다. (2권 77쪽)

뮬러 특검 보고서에는 백악관 관계자들이 트럼프를 돕기 위해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이를 되풀이했다는 증거도 들어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FBI의 ‘일반 직원들’이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몇 번 말했다. 그러나 그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샌더스는 특검에 ‘FBI의 수많은 직원들’에게 들었다는 발언이 ‘말 실수’였다고 말했다. 샌더스는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FBI의 일반 직원들이 코미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한 것은 ‘그 순간의 분위기에 휩쓸려’ 나온 것이며 근거는 전혀 없었다고도 말했다. (2권 72쪽)

ⓒASSOCIATED PRESS

 

9. 맞다. 트럼프는 ‘트럼프타워 미팅’의 진짜 이유를 덮으려고 시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악명 높은 2016년 6월의 ‘트럼프타워 미팅’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인과 주고 받았던 이메일들을 트윗으로 공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렸었다. 이 회동에는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들, 러시아 정부와 연관이 있는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미팅 요청을 받을 때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타격을 입힐 정보를 약속 받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에서 열렸던 이 회동의 진짜 동기를 덮으려고 시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장남이 러시아 측과 주고 받은 이메일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다. 2017년 여름, 트럼프는 당시 커뮤니케이션 고문으로 일하던 호프 힉스에게 자신은 이메일에 대해 얘기조차 하고 싶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힉스는 결국에는 그 이메일들이 유출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트럼프는 힉스를 신뢰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후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트럼프 주니어에게) 말했던 인물과의 회동이었다는 대목을 입장문에서 삭제하도록(2권 5쪽)” 개입했다고 특검 보고서는 밝혔다. 기존 보도 내용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대신 트럼프는 이 회동이 오직 러시아의 입양금지법(미국 인권법)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명하도록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마이클 코언은 대통령이 거짓 해명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했었다.

 

* 허프포스트US의 Key Takeaways From The Full Redacted Mueller Repor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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