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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18일 16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19일 14시 10분 KST

핀란드 요리사의 '김치 워크숍'에 가다

몇년 전부터 핀란드에서 김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워크숍에서 담근 김치 사진이다. 절인 배추가 남아 있길래 도와줄 양으로 배추에 김치 양념을 버무렸는데, 내가 가져가도 되는 분위기라 들고 왔다. 워크숍의 김치 양념은 상당히 뻑뻑해 보였으나, 절인 배추의 물기 제거가 덜 되어서 결국 김치다운 김치가 되었다. 살짝 맛을 봤는데, 핀란드 음식처럼 상당히 짜지만, 김치다운 맛이었다.
김치 담그는 참가자들

김치 워크숍

3월 초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김치 워크숍(Kimchi-työpaja) 정보를 접했다. 깔아싸따마(Kalasatama)에 있는 Redi (레디) 쇼핑몰에 위치한 Olohuone (올오후오네)에 모여 같이 김치를 담고, 본인이 담은 김치를 집으로 가져가는 행사였다. 김치에 중독된 핀란드 요리사 율끼 쭈쭈넨(Jyrki Tsutsunen)에게 전형적인 김치와 채식 김치 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10살 이상의 어린이나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공간상의 이유로 20명에 한해 무료로 진행된 워크숍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메일로 운영자에게 워크숍 신청을 했다. 2월에 처음 열렸던 김치 워크숍 참가자 일부는 전화를 통해 재참여 의사를 타진했고, 워크숍 당일 현장에서 참여 가능성을 묻는 사람도 있었다. 핀란드 요리사가 가르쳐주는 김치 담그기는 어떨까? 호기심에 나도 신청 메일을 보냈으나, 워크숍 참여 기회는 얻지 못했다. 그러나, 취재를 빌미로 워크숍에 다녀왔다. 

율끼 쭈쭈넨의 김치 이야기

율끼 : 예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았는데, 맘에 쏙 드는 한국 식당에서 여러 가지 한국음식을 경험했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다 10년 전에 인터넷에서 김치 레시피를 발견했고, 김치를 담가먹기 시작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김치 특유의 매운맛에 중독되어 냉장고에 김치가 없는 날이 없다. 음식이 아무 것도 없을 때는 김치를 먹는 것만으로 족하다. 김치는 아침에 먹는 죽(puuro)과 먹어도 좋다. 특히, 핀란드 음식 중에서는 까렐리안 스튜(karjalanpaisti)와 잘 어울린다. 까렐리안 스튜는 고기에 올스파이스, 맥주, 소금을 넣어 오븐에 2시간 동안 익히는 단순한 요리라 김치 맛으로 고기를 먹기에 좋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 방문해서 다양한 한국음식을 즐기고 싶다.

2월에 김치 워크숍을 처음으로 해봤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넘쳤고, 참여한 사람들은 매우 즐거워했을 뿐 아니라, 집에서 김치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2월의 워크숍 인기로 인해 3월에도 워크숍을 하게 되었다. 김치 워크숍 말고도 김치와 관련하여 2015년 여름에 김치의 날(Kimchipäivät) 팝업 레스토랑을 연 경험이 있다. 러시아식 팬케익인 블리니 주간, 아스파라거스 주간도 있는데 김치의 날이라고 못할 게 없어서 친구와 같이 도전했다. 김칫국(Kimchikeitto), 김치볶음요리(Kimchiwokki), 김치 핫도그(Kimchihodari) 등 3일 동안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하루에 한 종류씩 김치를 재료로 만든 음식을 판매했다. 행사는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김치뿐 아니라 건강한 음식인 모든 발효 음식에 관심이 많다. 다른 핀란드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으로 몇 년 전부터 김치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 같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앞으로 김치뿐 아니라 발효 음식 관련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

김치 워크숍 준비 끝

율끼의 김치 담그는 법

1. 배추를 하루 동안 10%의 소금물에 절여서 준비한다.

2. 마늘, 생강, 양파, 쪽파(chive), 파, 고추, 말린 새우 등을 다진다.

3. 쌀죽을 만든다.

4. 다진 재료와 쌀죽, 액젓(fish sauce), 고춧가루를 잘 섞어 김치 양념을 만든다.

5. 절인 배춧잎 사이사이에 양념을 넣어서 완성한다.

단, 채식주의자 (vegan)의 경우 액젓 대신 간장을 사용하고 말린 새우를 쓰지 않는다. 이삼일 실온에 뒀다가 냉장 보관한다. 냉장 보관 일주일 뒤부터 먹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 맛이 좋아진다. 1년까지 보관 가능하며, 실온에 2주 이상 보관하면 김치 맛이 쓰다.

음식에 세상을 담아내기

율끼 : 사람들이 식당에 가는 이유는 단지 먹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음식은 물론 식당의 분위기를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등 모든 감각이 동원되는 경험을 누리기 위함이다. 식당의 모든 요소들이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제공하는 경험 말이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7년 전에 컬처럴 키친(cultural kitchen 문화적 주방)을 시도했다. 핀란드 디자인 그릇에 핀란드 음식을 내고 핀란드 예술가의 공연을 보면서 음식을 먹는 경험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숲의 정령을 주제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숲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연주가 아닌 숲에서 듣게 되는 소리를 녹음해서 배경음악으로 들려준다. 숲의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음악이 된다.

지금은 레스토랑을 운영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한 달 뒤 숲에 직접 가서 재료를 채취할 거다. 숲의 정령 작업을 준비하는 거다. 미래에는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지내고 싶다. 호수랑 숲만 있으면 된다. 낚시하고 숲에서 버섯이랑 베리들을 채취하고. 느긋한 삶을 꿈꾼다. 히피 말이다.

올오후오네 전경과 스케줄표

워크숍이 열리는 올오후오네(Olohuone)

 올오후오네 운영자 : 거실을 의미하는 올오후오네(Olohuone)라는 공간에서 김치 워크숍이 열렸다. 올오후오네는 김치 워크숍은 물론 다양한 워크숍을 무료로 제공해왔다. 종이접기, 옷 수선 워크숍이 있었고, 곧 자전거 수리 워크숍이 열릴 예정이다. 올오후오네는 헬싱키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방문자들이 원하는 활동에 대한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 참여적인 운영을 한다. 자기의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누구나 자원봉사로 워크숍을 주도할 수 있으며, 올오후오네는 장소와 재료비를 지원한다. 가장 인기가 있는 워크숍은 매주 2번 꾸준히 열리는 요가 강습이다. 요가 워크숍은 예약하지 않고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콘서트도 인기가 높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올오후오네를 운영하는 헬싱키 어번 아트(Helsinki Urban Arts)는 길거리 예술로 특화된 기관으로 다양한 도시 환경 행사와 예술에 관여한다. 싸우나 데이가 하나의 예다. 헬싱키 어번 아트는 도시의 공간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고, 도시 공동체 문화를 창조하며, 예술과 참여를 통해 사회 문제을 해결하려 한다.

글을 마치며...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김치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나름의 해석으로 만든 김치를 제공하는 레스토랑들이 늘고 있으며, 핀란드의 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인 케스코(Kesko) 그룹의 PB 상품 브랜드 피르카(Pirkka)에서도 김치를 판매하며, 다른 브랜드의 김치도 종종 눈에 띈다. 율끼가 김치를 담그는 방법은 한국의 전형적인 김치 담그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하기 힘든 새우젓 대신 말린 새우를 사용하는 점이 흥미로왔다. 채식주의자용 김치에 간장을 사용하는 것에는 살짝 의문이 들기도 했다. 재료를 믹서기를 이용해 갈지 않고 왜 칼로 다지게 하냐고 묻자 워크숍이니까 사람들에게 할 일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양파를 갈면 쓴맛이 난다고 했다. 나는 양파도 갈아서 김치를 만드는데 쓴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다.

김치 워크숍이 있던 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김치전과 막걸리가 제격인 날씨라며 율끼에게 김치전과 막걸리에 대한 설명을 해줬더니 김치전을 먹어보지 않았지만,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핀란드 음식은 무엇이냐고 묻자 생선 수프(kalakeitto)를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까렐리안 스튜와 같이 먹는 김치와 비슷한 한국 음식 조합이 있다고 하며 돼지고기 수육의 조리법을 설명했다. 욜끼는 ”(돼지고기 수육에는) 더  많은 향신료를 사용하겠지?”라며 재료에 대한 흥미를 보였다. 음식 재료로 콜라나 커피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자 욜끼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슈퍼에서 마주친 김치. 유리병에 든 김치는 영국에서 생산된 제품이고 제일 왼쪽의 작은 검은 통은 스웨덴에서 생산된 피르카(Pirkka) 제품이다. 김치, 치미추리, 모조 로조 등이 같은 포장인 것으로 미루어 김치가 소스로 해석된 것 같다. 피르카(Pirkka) 김치는 맛이 달고 양배추로 만들어졌고 잘게 썰어져 있지만 먹을만하다는 한국 사람의 평을 인터넷에서 보았다.

* 북유럽연구소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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