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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18일 10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18일 10시 58분 KST

화학자가 보는 미세먼지 해법

'미세먼지의 핵'을 없애버리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Associated Press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먼저 미세먼지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국내외 학자가 초미세먼지의 형성과정과 구조를 연구하고 있고 초미세먼지의 화학 성분 분석도 상당히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게 과학적으로 규명된 결과들이 얼마나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미세먼지의 형성과정, 구조, 성분을 연구하는 것은 대부분 대기환경공학자들이다. 화학은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만분의 일 크기를 가지는 분자들 사이의 반응으로 이해하는 학문이다. 미세먼지는 화학반응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화학자의 관점에서 미세먼지의 형성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입자 가운데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내지 수백분의 일 크기의 탄소입자가 자리 잡고 있다고 환경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탄소입자는 자동차, 석탄화력발전소 등에서 직접 배출되기도 하는데 이를 1차 미세먼지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1차 탄소입자 크기의 수천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휘발성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분자들이 가스 상태로 배출된 뒤 이들이 대기 중에서 햇빛에 의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2차적으로 탄소입자가 형성되기도 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나무 등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산업단지, 자동차 등에서도 배출되며 질소산화물의 경우는 석탄화력발전소, 경유차, 산업단지 등에서 많이 배출된다. 탄소입자의 2차적인 형성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대기 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의 경우에는 그 감소가 2차 탄소입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명확하지 않은데 이는 2차 탄소입자를 형성하는 화학반응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결국 미세먼지의 핵물질을 없애기 위해서는 1차적인 탄소입자의 배출을 억제하고,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농도를 저감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탄소핵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암모니아와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생성시킨 화학물질로 둘러싸여 있다. 탄소핵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은 밀도가 낮아서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니기 쉽게 만들 수 있다. 미세먼지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의 상대적 비중이 암모니아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런 결과를 분자 수로 바꿔 계산해보면 사실은 암모니아가 미세먼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이 암모니아와 반응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의 껍질물질은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세먼지의 껍질 형성을 억제하기 위해 질소산화물이나 황산화물을 줄이는 것이 좋을지, 암모니아를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감소시킨다고 미세먼지의 형성이 억제될 것이라는 것은 섣부른 결론이다. 오히려 대기 중 농도가 훨씬 낮은 암모니아를 억제하는 편이 미세먼지 저감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 물론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은 산성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여 그 배출을 저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라는 판단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탄소입자,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의 핵을 없애버리면 미세먼지의 껍질이 형성될 일도 없다.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암모니아의 대기 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정책도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질소산화물이 가장 중요한 원인 물질이며 이것만 제거하면 미세먼지가 없어질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