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우디 군은 예멘에서 수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결의안은 나의 헌법적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불필요하고 위험한 시도이며,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미국 시민들과 용감한 복무요원들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맞춰 낸 입장문이다.

지난 3월 상원은 근소한 표차로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원도 이번달 초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대통령이 공식으로 전쟁을 선포하지 않은 분쟁에 파견된 군대를 철수시킬 권한을 의회에 부여한 법률(War Powers Resolution 1973)이 활용된 이례적인 사례였다.

이 결의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통과됐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7명은 당 지도부의 입장을 따르지 않고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켄터키)은 ”부적절하고 비생산적”이라며 결의안 부결을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거부권은 남부 국경에 장벽을 짓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저지하려는 의회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데 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곧바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예멘 내전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 버몬트)도 그 중 하나였다.

″끔찍한 예멘 전쟁에서 미국의 개입을 중단하라는 이 초당파적인 결의안을 트럼프가 거부한 것이 놀랍지는 않지만 실망스럽다.”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샌더스가 낸 성명이다. ”예멘인들은 더 많은 폭탄이 아니라 인도주의적 지원을 간절히 필요로 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캘리포니아)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그가 ”초당파적인, 상원과 하원의 투표 결과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분쟁은 지금 중단되어야 한다. 하원은 정치보다 평화를 우선시하고, 이 위기를 끝내고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지속되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의회와 함께 할 것을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 코네티컷)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엄청난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명에서 ”예멘 내전은 인도주의적 위기다. 우리가 아직도 발을 담그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나는 지난 4년 동안 미국이 예멘 내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촉구해왔으며, 대통령의 이 거부권이 나를 멈추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12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언급된 것처럼, 미국은 사우디에 수십억달러의 무기를 팔고 있으며, 미군은 사우디 공군의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작전 관련 조언도 제공하고 있다. 예멘에서의 공습으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예멘 내전은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다. 지난 2월 유엔은 예멘 인구의 약 80%에 달하는 2400만명에게 지원이 절실한 상태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 위기에 놓여 있다고 추산했다.

최근 마크 로우콕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은 ”예멘 인도주의 위기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근본적인 평화”라고 말했다.

″평화가 없다면, 우리는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계속해서 이 위기의 증상만 치료하게 될 뿐이다.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폭력행위는 증가했다. 구조 작전은 돈이 바닥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없다면, 종말이 가까울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Vetoes Bill To End U.S. Support For Saudis In Yemen Wa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