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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둘러싼 근거 없는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폭스뉴스, 유튜브, 그리고 물론 트위터에서.

  • 허완
  • 입력 2019.04.17 15:11
  • 수정 2019.04.17 15:33
ⓒAssociated Press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프랑스의 9/11”이며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만이 이것은 아마도 사고일 거라고 말할 것이다.” 15일(현지시각) 저녁 미국 폭스뉴스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화재 원인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인터넷에서는 온갖 음모론들이 퍼지고 있다. 주요 뉴스 채널과 영상 플랫폼은 이를 부추기고 있다.

화재 발생 당시 USA투데이 등 미디어의 유튜브 생중계 뉴스 채널 영상 하단 관련자료 패널 창에는 9/11 테러의 정보가 등장했다.

유튜브는 허프포스트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 패널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나온 것이며 우리 시스템이 가끔 실수를 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는 노트르담 화재 관련 생중계 영상에서 해당 자막을 비활성화 했다고 밝혔다.

@YouTube 는 대체 왜 @FRANCE24 의 노트르담 생중계에 9/11 정보를 넣는 것인가?

(게다가 최소한 지금 보기에는 진행 중인 리노베이션이 화재 원인으로 보이며 테러의 증거는 없다)

파리의 역사적 건물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와 테러리즘의 연관성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화재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은 리노베이션 중이었다.

폭스뉴스는 프랑스 TV 방송국에 대해 거짓 주장을 해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적이 있는 미디어 애널리스트이자 음모 이론가인 필리페 카르센티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 시의원에게 화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셰퍼드 스미스와의 인터뷰 중 카르센티는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만 이것은 프랑스의 9/11과도 같다.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은 사고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미스는 카르센티의 말을 끊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 영상은 “진실을 덮으려는 음모”의 증거라며 수백 번 리트윗되었다.

폭스뉴스의 비현실적 순간이었다. 셰퍼드 스미스가 노르트담 대성당 화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사람들은 이게 사고라고 말하려 할 것”이라고 말하는 프랑스 선출직 공무원의 말을 끊어버려야 했다.

마이크 로쉴드 작가는 음모론의 경로를 추적한 적이 있다. 음모론은 소규모 익명 계정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해서 더 큰 계정들이 이를 ‘다시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수십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다시 내뱉어진다’고 한다.

로쉴드의 예상대로 영향력이 큰 몇몇 사람들(12만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캐나다 기독교인 활동가의 인증된 계정 등)도 이것은 사고가 아니라는 추측성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지금까지는 큐어넌(QAnon)-노트르담 연결이 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저명한 계정들로 퍼질 것이다. 그들은 보다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다시 내뱉을 것이다.

이번 화재가 방화에 의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음에도 영국 미디어계의 케이티 홉킨스는 이 사건이 “서유럽 유대교와 크리스천 문화의 진실에 대한 무시무시한 징후”라고 말했다.

“우리에겐 불이 붙었다. 불을 끌 힘이 없다. 우리의 국가들이 불타는 것을 우리는 겁에 질린 채 바라본다. #NotreDame.”

트위터에서는 모두가 온갖 사람들에게 화재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에 쏠린 관심을 돌리려 했다든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에서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등의 주장들이 나온다. 심지어 몇 주 전에 파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셸 오바마의 짓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떤 사람은 화재의 배후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톨릭계 소아성애 범죄의 ”증거들을 불태우기” 위해서 ”희생 제물”을 바쳤다는 것이다.

노트르담이 불타고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큐어넌은 이미 숨은 권력집단(deep state)/미셸 오바마/마크롱이 어린이 희생과 브렉시트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저지른 위장술책이라고 밝혔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면 이런 일이 흔히 뒤따른다. 9/11에 대한 음모론은 아직도 인기가 높으며, 서구에서 테러나 총기 난사가 일어나면 거의 매번 ‘숨은 권력집단(deep state)’의 아젠다를 위한 ‘위장술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노르트담 대성당 화재는 15시간 만인 16일 오전 완전히 진압됐다.

밤새 400명에 가까운 소방관들이 투입돼 불길이 성당의 전면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사투를 벌였다. 겁에 질린 파리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지붕이 불에 탔고, 첨탑이 쓰러졌다. 

파리 검찰은 방화의 증거는 없으며 사고로 발생한 화재라는 전제 하에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 허프포스트UK의 Notre Dame Conspiracy Theories Are Being Fuelled By Fox News, YouTube And Of Course, Twitte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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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