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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원로 정치인이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1930년대 나치'에 비교했다

그는 요즘 정치인들의 극단적 주장에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 허완
  • 입력 2019.04.15 23:01
  • 수정 2019.04.15 23:06
ⓒISABEL INFANTES via Getty Images

부총리를 지냈던 영국 보수당 원로 정치인이 현재 정치적 위기의 근원을 1930년대 나치즘의 부흥에 비교했다. 경제 위기에 신음한 독일 국민들이 나치즘에 빠져들었던 것과 현재의 정치적 지형 사이에 ”으스스한” 공통점들이 있다는 것. 

마이클 해즐타인 경(Lord Michael Heseltine)은 14일(현지시각) 방송된 영국 채널4 인터뷰에서 이같은 경고를 내놨다.

기본적으로 이날 인터뷰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보수당 내 극단적 주장들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낸 자리였다. 친(親)EU 성향인 그는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해즐타인은 ”극단적 주장들”이 영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휘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정치에서 조성되고 있는 문제는, 극단적 주장들이 점점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미국의 트럼프든, 이곳의 브렉시트나 (나이젤) 파라지(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 현 브렉시트당 대표) 같은 사람들이든, 이것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층을 소외시키는 정치적 양극화의 문제입니다.”

그러자 앵커는 최근 영국 정치권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야당인 노동당의 중진의원 데이비드 라미는 최근 브렉시트 반대 시위 도중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를 1930년대 독일의 나치즘(Nazism)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비유했다.

그는 이들이 반(反)이민 성향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정치인들의 트윗을 퍼나르고, ”백인 우월주의자”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일했던 스티브 배넌 같은 인물들에 동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번졌지만 라미 의원은 14일(현지시각) BBC ‘앤드류 마 쇼‘에 출연해 ”그 발언은 충분히 강하지 않았다”며 거듭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들을 나치에 비유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독일의 극우도 선거로 당선됐었다.”

보수당의 이 원로 정치인은 관련 질문을 받고는 사실상 노동당 라미 의원 편을 들었다. 

″히틀러는 1933년 제가 태어난 날에 독일에서 취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불행한 우연을 늘 알고 있었죠.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그가 선거로 당선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온갖 종류의 폭력적 기법들을 활용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선됐어요.  우리는 그것들이 1930년대 독일에서 번성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해즐타인의 말이다.

 

해즐타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를 대단히 꺼려왔고, 진행자께서 묻지 않으셨다면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난 날의 극단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집니다. 그럼에도 이 으스스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1930년대 (독일 나치즘)의 극단적 주장들은 경제적 압박의 산물이었고, 오늘날의 극단적 주장들을 추동하는 것이 바로 2008년 이래로 우리의 삶의 질이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다는 팩트라는 생각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 책임을 떠넘길 외부의) 알리바이를 찾고 있어요.”

″브뤼셀(EU)의 관료주의자들, 이민자들, 외국인들, 엘리트들을 (공격 대상으로) 하나로 묶으면, 이는 대안을 간절히 찾고있는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무서운 호소력을 갖게 됩니다. 사실은 경제가 침체되면, 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해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2016년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탈퇴(Leave) 진영의 주요 세력 중 하나였던 나이젤 파라지 당시 영국독립당(UKIP) 대표. 사진은 그가 투표를 1주일 앞두고 '이민 위기'를 강조하는 홍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2016년 6월16일.
2016년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탈퇴(Leave) 진영의 주요 세력 중 하나였던 나이젤 파라지 당시 영국독립당(UKIP) 대표. 사진은 그가 투표를 1주일 앞두고 '이민 위기'를 강조하는 홍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2016년 6월16일. ⓒDANIEL LEAL-OLIVAS via Getty Images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해즐타인은 2016년에 있었던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유권자들에 대한 ”기만”이었다고 본다. 

 ”이 기만은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선거는 세계 경제에 거대한 경제적 위기였던 2008년 경제위기라는 바탕에서 치러졌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일종의 거짓된 행복(fool’s paradise) 속에서 살았는데 그게 무너져내렸던 겁니다. 우리의 삶의 질은 (그 이후) 10년 간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브렉시트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의 삶의 질을 동결해버리면, 그들은 변화를 바라게 되는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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