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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일본인 사진 작가가 담은 자유로운 '이방인'들의 모습(사진)

교토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구미씨는 대학생이 되었을 때 일본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바꿨다.

‘매거진 하우스’의 전속 포토그래퍼를 거쳐 현재는 광고계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 김구미씨의 사진집 ‘EXIT’가 출간됐다. 촬영지는 영국이며, 피사체는 영국에 살고 있는 ‘이방인’들이다.

ⓒhuffpost JP/Koomi Kim

″그녀를 만난 건,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집에서 아이를 낳으니까 사진 찍으러 와주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걸어 온 헝가리 산모.”

ⓒhuffpost JP/Koomi Kim

″국적도, 나이도 알 수 없던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들. 일요일 아침 거실은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다.”

ⓒhuffpost JP/Koomi Kim

″학생이자 어머니였던 독일의 젊은 미혼모.”

어린 시절 언니들과 함께 몇 번이나 읽은 ‘마더 구스’ 동화책부터 학창시절에 심취했던 영국 락, 김씨에게 영국은 아주 오래 전부터 동경의 대상이었다. 김씨가 그런 영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스무 살 때 일이었다.

혼자 떠난 런던 여행에서 김씨는 앞에 앉은 사람들의 머리 색과 피부 색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김씨는 그 순간 느낀 편안함을 잊지 못한다. 그녀 역시 이민자의 뿌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에서 자란 김씨는 대학생이 되었을 때 그때까지 사용하던 일본식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바꿨다. 그녀의 가족들은 자신의 뿌리를 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김씨 역시 한국계라는 것에 컴플렉스를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이름으로 바꾸고 난 뒤, 김씨는 여러 고충을 겪었다. 월세방을 구할 때 부동산으로부터 거절을 당하는 등 상상하지 못한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갑자기 ‘정체성’이라는 벽이 김씨의 삶을 가로막았다. 김씨가 런던을 방문했던 건 정확히 그 시기였다.

ⓒhuffpost JP/Koomi Kim

첫 영국 여행을 다녀오고 10년이 흐른 뒤, 김씨는 사진작가가 됐다. 그리고 ”일이 아닌 나의 사진을 찍고 싶다”며 ‘매거진 하우스‘를 퇴사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김씨는 런던, 그 중에서도 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이스트 런던에 거주하며 런던 예술 대학 사진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김씨는 그 가운데 국적이나 성별을 넘어 ‘자기 자신‘으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정체성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4년 간의 영국 생활을 마친 뒤 김씨는 일본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도 몇 차례나 영국을 방문한 김씨는 사진 작업을 계속했다.

ⓒhuffpost JP/Koomi Kim

김씨의 사진집 ‘EXIT’가 출간된 건 지난 3월 29일이었다. 이 날은 영국이 브렉시트 기한으로 당초 예정했던 날이다. 김씨가 이 날을 출간일로 맞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국민 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유럽 연합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후 영국은 이민자를 배제하고 다양성을 제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김씨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던 너그러운 영국의 모습은 앞으로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huffpost JP/Koomi Kim

브렉시트 국민 투표가 열렸던 2016년 6월 이후 김씨는 다시 런던을 찾았다. 거리는 이탈파와 잔류파, 각각의 생각이 뒤엉켜 어지러웠다. 그 모습을 보며 김씨는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렸다. 2005년, 런던 시내에서 일어난 동시 다발 테러였다.

″당시 런던에 있었는데, 거리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테러 때문에 회사를 쉬게 되면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 될 테니,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사에 가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 때 이 나라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렉시트의 시한은 연장됐고, 영국은 아직 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의 다양성에 대해 표현했고, 이제는 자신의 이름 ‘김구미’가 익숙해졌다는 김씨가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가 영국 사람들의 미래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구미 씨.
김구미 씨. ⓒHuffpost JP/Koomi Kim

김씨의 더 많은 사진은 여기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허프포스트 일본판의 ’国籍やジェンダーを超えて自由に生きる。「違うことが当たり前」に救われた写真家・金玖美さんの視線′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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