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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 잃고 죽음과 비극을 조롱하는 사람들, 혐오표현 규제 필요성 제기된다

"온라인을 통해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은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 박수진
  • 입력 2019.04.14 10:51
  • 수정 2019.04.14 10:53
ⓒ뉴스1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편을 지켜온 세월호 천막 14개 동이 철거됐다. 2014년 7월 유가족들이 참사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텐트 2개를 설치한 지 4년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세월호 천막 철거 당일(3월 18일), 사진과 관련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오르자 이를 조롱하는 댓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세월호 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서울시가 예산 2억원을 들여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조성하는 것을 두고 ”세월호 빨대도 영구화됐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처럼 세월호 유족들은 그간 숱한 조롱과 혐오를 겪어야 했다. 몇년 전만 해도 ‘진도 앞 바다 물맛‘, ‘오늘이 오뎅 먹는 날이냐?’라는 제목으로 어묵 사진 등을 올려 참사 피해자를 모욕하는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상당수가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롱, 혐오적 표현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유족들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혐오가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그들 사이에서는 ‘놀이’가 되고 또다른 갈등을 유발한다는데 있다.

세월호 천막 철거 작업 때 보수성향의 유튜버들은 카메라를 들고 직접 현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를 하며 ”(바로 철거되지 않는 것을 보니) 천막이 아니고 목조건물이네”라며 조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베스트(일베)에는 세월호 천막 철거 기사를 공유하며 욕설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 회원은 세월호를 각종 국물에 비유하면서 ”오는 4월 16일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세월호 침몰 5주년 기념하겠다”거나 ”세월호는 비극이 아니라 XX탕”이라는 식의 비하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물만두로 조롱한 유튜버도 있다. 한 야당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을 ‘시체장사’로 깎아내리기도 했다. 5년이 지나도 세월호 참사 자체를 비난하고 자기 장사에 이용하는 이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혐오와 관련한 입법이 어렵다면 온라인을 통해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은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3주기까지만 해도 유족에게 어묵 사진을 보낸 누리꾼도 있었다. 세월호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트위터에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3주기 당일 보낸 모욕적인 트윗을 공개한 바 있다.

4년 전에는 단원고 여학생들을 성(性)적으로 모욕하는 게시물도 있었다. 당시 일베에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안산 합동분향소를 조문한 후 눈물을 흘리는 단원고 여학생들 사진을 올려놓고 ‘오늘 합동조문한 단원고 여학생들의 야릇한 교복핏’이라며 조롱하기도 했었다.

전문가들은 대형 참사를 두고 혐오, 조롱이 이어지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공감 능력 결여는 반사회적 행동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라며 ”상대방이 얼마나 아플까 공감을 하지 못하면 폭력 등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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