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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도쿄대 입학식 축사에서 한 말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 박세회
  • 입력 2019.04.13 16:40
  • 수정 2019.04.15 10:09

4월 12일 도쿄대학의 2019년도 입학식 축사를 맡아 사회학자이자 일본 여성학의 선구자인 우에노 치즈코 명예 교수가 연단에 섰다. 

″입학을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격렬한 경쟁을 뚫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일본 최고의 학부 신입생들에게 우에노 교수는 먼저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어 그는 2018년 도쿄의대의 부정입학 문제를 거론하며 의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치른) 선발 시험이 정당했음을 여러분은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공정하지 않다면 분노가 치솟겠죠.”

″지난해 도쿄의대의 부정입시가 발각되면서, 여학생과 재수생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부과학성(우리나라 교육부에 해당)이 전국 81개 의대를 전수조사했더니 남학생의 합격률은 여학생의 1.2배로 나왔습니다.”

″문제의 도쿄의대는 1.29, 가장 높은 준텐도대(順天堂大)는 1.67이었습니다. 쇼와대, 니혼대, 게이오대 등의 사립학교들이 불평등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돗토리대학교, 시마네 대학교, 도쿠시마 대학교, 히로사키 대학교 등 국립의대에서는 이 비율이 1.0 아래로 내려갑니다. 여학생이 더 들어가기 쉽다는 듯입니다.”

″참고로 도쿄대학교의 이과3류(도쿄대학교의 의예과)는 1.03으로 평균보다는 낮지만 1.0보다는 높습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참고로 도쿄의대와 도쿄대학교는 다른 대학이다. 도쿄대학교의 의예과는 ‘이과 3류’로 부른다.

이어 그는 일본 최고 학부로 알려진 도쿄 대학에서 여성 입학자의 비율이 긴 세월에 걸쳐 ‘20%의 벽’을 넘지 못하는 현실을 알리고, 2019년도에도 18.1 %로 전년도를 밑돌았다는 것도 언급했다. 2019년 도쿄대학의 신입생 전체 정원은 3125명, 이중 여학생은 567명뿐이다.

ⓒNHK 영상 캡처

이어 그는 일본 도쿄 대학에서 겪는 성차별적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다른 대학과의 미팅에서 도쿄대학의 남학생은 인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도쿄대학의 여학생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라며 ”상대방이 ‘어느 대학에 다니세요?‘라고 물으면 ‘도쿄, 에 있는, 대학’이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여학생은 도쿄대학생임을 숨긴다는 뜻이다. 

″왜 남학생은 도쿄대생이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데 여학생은 대답을 망설여야 하는 걸까요?”

이어 그는 도쿄대학교의 연단에서 도쿄대학을 비판했다. 

″도쿄 대학에는 도쿄 대학 여자는 들어갈 수 없고 타 대학 여자는 들어갈 수 있는 남자 서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학생이었던 반세기 전에도 같은 서클이 있었습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지내온 (초·중·고등) 학교는 명분적으로는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석차 경쟁에 성차별은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숨겨져 있는 성차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더 명백한 성차별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도쿄대학 역시 그 예 중 하나입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의 노력을, 제발 자신의 승리를 위해서만 사용하지 마세요”라며 ”유복한 환경과 타고난 능력을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써 주세요”라고 밝혔다. 

우에노 치즈코는 젠더이론, 여성학을 깊게 파고 든 사회학자로 국내에서는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저서로 유명하다. 도쿄 대학 사회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도쿄 대학 명예교수, 리츠메이칸 대학대학원 첨단종합학술연구과 특별초빙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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