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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계약서 잘 쓰는 법

봄에는 파혼 상담을 받는 부부도 많다.

  • 장영인
  • 입력 2019.04.13 14:41
  • 수정 2019.04.13 14:42
ⓒchatsimo via Getty Images

“결혼해도 내 물건은 내 것, 네 물건은 네 것!” 결혼하면 부부의 재산은 당연히 합치는 것으로 여겼던 과거 풍토가 이젠 옅어지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결혼 성수기인 봄이 왔다. 행복한 웨딩마치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맘때면 파혼 상담을 받으러 변호사를 찾는 이들도 많다. 과거에는 결혼을 ‘사랑의 결실’로 여겼지만, 요즈음은 반드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혼전계약서 상담이 느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예비 배우자와 맺는 혼전계약서는 종류도 많고 내용도 다양하다. ‘가사와 육아는 반반 부담하기’, ‘설날엔 시가, 추석엔 처가 먼저 가기’,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분할은 하지 않을 것’ 등이다. 월급과 자산 등을 각자 따로 관리하고 싶어 하는 예비부부도 많다.

일부 재력가들은 결혼하기 전에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은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혼전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결혼하더라도 배우자에게 내 재산을 넘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혼전계약서를 쓰는 남녀는 많지 않다.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연인 사이에 무슨 계약서까지 써!’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혼전계약서를 쓸 수 있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일단 혼전계약서를 쓰면, 배우자가 계약 내용을 어길 때 법으로 강제할 수 있다.
‘설날엔 시가에 먼저 가기’라고 계약서를 썼는데 처가에 먼저 갔으면, 배우자를 강제로 끌고 시가로 데리고 갈 수 있다는 말일까? 그런 것은 아니다. 금전적인 내용만 효력이 있다. 그래서 법에는 ‘부부재산계약’이라고 한다. 그러니 ‘가사와 육아는 반반 부담하기’, ‘설날엔 시가, 추석엔 처가 먼저 가기’는 계약서에 써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면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재산분할은 하지 않을 것’,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은 포기할 것’은 금전적인 내용이니 계약서에 쓰면 효력이 있을까? 법원은 이것도 안 된다고 한다. 재산분할이나 상속은 미리 포기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산분할은 이혼할 때에만, 상속은 실제로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에만 포기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혼전계약서를 써야 할까? 법적 효력이 있는 부부재산계약서를 쓰려면 두 가지만 따르면 된다. ①결혼하기 전에 각자 가지고 있던 재산에 관한 내용만 ②혼인신고하기 전에 작성해야 한다. 일단 이렇게 계약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결혼한 뒤에는 계약 내용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만약 결혼 전에 부모님이 집을 사주셨다면, ‘부모님이 사주신 집은 배우자와 공동명의 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쓸 수 있다. 반대로 ‘내가 결혼 전에 모아둔 돈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고 정할 수도 있다. 결혼했는데 그 돈을 주지 않으면 배우자의 계좌를 압류하는 등, 돈을 강제로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혼전계약서란 ‘결혼하기 전에 가지고 있던 내 재산은 끝까지 내 것이다’ 정도의 의미만 담는 것이다. 재산분할이나 상속을 포기하라거나 결혼 이후에 생긴 재산을 나눠주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혼전계약서는 작성해도 효력이 없으니, 괜히 기분만 상하지 말고 사이좋게 결혼하길 바란다.

* 한겨레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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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혼 #혼전계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