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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외교라인을 개편했다. 이제 '온건파'가 전면에 나선다.

이제 김영철 대신 최룡해가 비핵화 협상을 주도할 전망이다.

  • 허완
  • 입력 2019.04.12 18:25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그동안 북한을 대표해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왔다. 사진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 2018년 6월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그동안 북한을 대표해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왔다. 사진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 2018년 6월1일. ⓒASSOCIATED PRESS

″남쪽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지난해 4월2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겸 당 부위원장은 평양 고려호텔에 머물고 있던 한국 취재진들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첫 날 취재진이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러 온 자리였다.

정찰총국장을 지낸 김영철은 과거 여러 건의 대남 도발에 개입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자유한국당이 ”결사 반대”를 외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오바마 정부 당시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인물”로 그를 지목하기도 했다.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회담장에 들어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2018년 7월7일.
북한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회담장에 들어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2018년 7월7일. ⓒANDREW HARNIK via Getty Images

 

군부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영철은 남북미 대화 국면이 개시되자 한국, 미국과의 외교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돌연 취소하자 급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큰 편지’를 들고 미국 백악관을 방문했고, 올해 1월에도 친서를 백악관으로 직접 전달했다.

김영철은 뉴욕평양, 워싱턴 등에서 열린 북미 실무회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로 나서기도 했다. 북한의 대미 외교를 주도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얼굴이 그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상임위원장에 선임된 최룡해(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등극한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등극한 최룡해.  ⓒASSOCIATED PRESS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국가수반에 해당하는 위상과 권한을 가진 직책이다. 북한을 대표해 외교를 이끄는 자리다. 그러나 올해 91세인 김영남은 그동안 한국,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외교적 역할이 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21년 만에 물러나게 된 고령의 김영남을 대신해 이제 사실상 ‘2인자’가 된 최룡해가 본격적으로 북한의 외교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라는 새로 생긴 직책에도 이름을 올렸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이끄는 핵심 국정기구다.

ⓒASSOCIATED PRESS

 

눈에 띄는 부분은 그동안 한국 및 미국과의 협상에 관여해왔던 인사들이 대거 국무위원회에 전진 배치됐다는 점이다. 11명 중 5명이 외교 담당으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비핵화 협상 주체로 통일전선부 대신 국무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비핵화 협상에 깊이 관여해 온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국무위원에 새로 뽑히면서 ‘초고속 승진’했고,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부위원장, 리수용 부위원장(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 위원장)이 국무위원 자리를 지켰다. 직제상으로는 최룡해가 이들을 이끌게 된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는 김영철 대신 최룡해가 특사로 미국을 방문하는 등 대미 외교의 전면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파 대신 온건파가 미국과의 비핵화 및 제재완화 협상을 이끌게 된 만큼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한이 일련의 인사를 통해 ”사실상 ‘외교·경제 병진정책’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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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최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