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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군부가 30년 독재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시민들은 민주정부를 원한다.

수단 국민들은 4개월 넘게 시위를 벌여왔다.

  • 허완
  • 입력 2019.04.12 15:43
ⓒReuters TV / Reuters

30년 동안 독재 통치해왔던 오마르 알-바시르(75) 수단 대통령이 11일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군부가 민간에 정권을 이양할 것을 요구했다.

바시르 대통령은 16주 동안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었다. 수단 부통령이자 국방장관인 아와드 모하메드 아흐메드 이븐 아우프는 바시르 축출을 선언하며 2년 동안 군부 통치 후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븐 아우프는 국영 TV에서 바시르는 ‘안전한 곳’에 구금 중이며 군사 위원회가 수단을 통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2월 바시르에 의해 부통령에 임명됐던 이븐 아우프가 군사 위원회를 이끌 것이라고 국영 TV는 보도했다. 수단 군사 참모총장 카말 아브델 마루프 알-마히가 2인자가 된다.

이븐 아우프는 비상사태, 전국적 휴전 및 헌법 유예를 선포했다. 그는 수단 영공을 24시간 동안 폐쇄하는 한편 추가 발표가 있을 때까지 4월 13일부터 국경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Stringer . / Reuters

 

바시르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한 단체 SPA(Sudanese Professionals Association)는 이에 반발하며 시위자들에게 13일부터 국방부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일 것을 독려했다.

곧 수만 명의 시위자가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거리로 몰려나왔다. 바시르가 물러난 것을 기뻐하던 이들은 군부가 정권을 잡게 되었음에 분노했다.

가족들과 남녀노소로 구성된 시위대는 국기를 흔들었다. 반(反) 이븐 아우프 슬로건을 옷에 적은 사람들도 있었다.

바시르는 ‘삼엄한 경비’ 아래 대통령 관저에 머물러 있다고 한 수단 관계자가 로이터에 말했다.

국영 TV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는 통행금지를 시행한다고 전했다.

통행금지가 시작됐음에도 수천 명의 시위자들은 국방부 앞 등 하르툼 이곳 저곳에 머무르며 군사 위원회에 항의했다.

이들은 “그들은 도둑을 제거하고 도둑을 데려왔다!”, “혁명! 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하르툼과 나일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도시 옴두르만의 일부 상점들은 10시 넘어까지 영업을 계속했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SPA는 “통행금지에 따르는 것은 클론이나 다름없는 정부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자리를 지키고 혁명을 수호하라”고 밝혔다.

ⓒStringer . / Reuters

 

SPA는 또한 민주 과도 정부에게 권력이 이양되기 전까지 시위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PA의 고위층 오마르 살레 센나르는 권력 이양을 두고 군부와 협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수단과의 관계 정상화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필수인력을 뺀 정부 공무원들에게 수단을 떠나라고 지시했으며, ‘범죄, 테러, 국내 불안, 납치, 무장 분쟁’을 이유로 미국인들에게 수단을 방문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쿠데타라고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평화롭고 민주적인 수단을 지지하며 (군부가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2년 뒤보다 더 이른 시일 내에 수단 국민들이 평화로운 이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발표했다.

국무부 대변인 로버트 팔라디노는 브리핑에서 “수단인들이 앞으로의 지도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단인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권력 이양을 원한다고 명확히 밝혀왔다. 앞으로 2년 뒤보다 더 빠른 시일 내에 그렇게 되어야 한다.”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포괄적이고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민간 권력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며, “군사 위원회의 2년 통치는 해답이 아니다”라고 트윗에 적었다.

군부에 의해 축출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군부에 의해 축출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Mohamed Nureldin Abdallah / Reuters

 

국제형사재판소 영장

바시르는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기소됐으며,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2003년 시작된 내란에서 약 30만 명이 살해된 것에 대해 집단 학살 혐의를 받고 있다. 바시르는 혐의를 부인한다.

바시르는 ICC 회원국 몇 곳을 방문하여 ICC에 저항했다. 2015년에 남아프리카공화국, 2017년에 요르단을 방문했을 당시 외교 분쟁이 벌어졌으며, 두 나라 모두 그를 체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 이후 지도자가 물러난 것은 이번 달 들어 두 번째다. 알제리에서는 1999년에 집권한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권력 연장을 꾀하다가 6주 동안 이어진 시위 끝에 4월 2일에 물러났다.

바시르의 후임으로는 국방장관, 전 군 정보기관 수장, 이슬람주의자, 그리고 참모총장을 지낸 에마드 알-딘 아다위 등이 거론된다.

이븐 아우프는 오래 전부터 수단 지도층의 일원이었다.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한 아다위는 인근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구도시 포트 수단에서 시위에 참여한 오스만 아부바카르(27)는 일부 군인들도 시위 현장에 나와 함께 군사 위원회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말한다.

이븐 아우프는 정치범을 전부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고, 풀려난 이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사진이 돌고 있다.

수단 동부의 포트 수단과 카살라에서는 시위대들이 수단 정보·안보국 사무실을 공격했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1일 군부가 발표한 ‘긴급 대책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Stringer . / Reuters

 

불확실한 운명

1989년에 무혈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낙하산 부대원 출신 바시르는 의견이 갈리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국가들의 시도에 맞서는 동시에 여러 내부 위기를 연달아 넘겨왔다.

미국은 1993년에 바시르 행정부가 이슬람주의 군벌들을 지원한다며 테러 지원국 명단에 수단을 넣었다. 그 이후 수단은 고립 상태였다. 미국은 4년 뒤 제재도 가했다.

남부 분리주의자들과의 긴 내전은 2005년에 끝났으며 남수단은 2011년에 독립국이 됐다.

정부의 빵값 인상 시도로 촉발된 시위가 12월부터 계속되면서 수단은 시끄러웠으며, 경제 위기로 연료와 현금 부족 현상도 벌어졌다.

시위대는 처음부터 바시르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했다. 의사 등 전문직들의 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여성과 젊은이들도 전반적으로 시위를 지지했다. 치안 당국은 최루가스, 체포, 때로는 실탄으로 대응해 수십 명이 사망했다.

지난 주말 이후 시위는 더욱 거세졌다.

시위자들을 보호하려는 군인들과 시위대를 해산시키려는 정보·안보기관 요원들 사이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연좌농성이 개시된 이래 약 20명이 숨졌다.

해외 활동가들은 바시르를 ICC에 넘기라고 수단에 압력을 넣고 있다.

“다르푸르의 끔찍한 범죄 피해자들이 더 이상 정의를 기다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 휴먼라이츠워치 아프리카 지부 부소장 제한 헨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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