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4월 12일 14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12일 14시 51분 KST

[북미정상회담]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중재'를 부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제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유지해 나가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제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그런 전망을 세계에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의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역으로 전해진 문 대통령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정상이 준비한 모두발언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었다.

″대통령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세 번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계십니까?”

“3차 (북미)정상회담은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단계적 (절차)입니다. 빨리 진행하는 게 아닙니다. 그럴 거라고 말씀드린 적도 없고요. 이건 단계적(으로 가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답했다. ”빨리 진행되면 제대로 된 합의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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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단계’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금방 밝혀졌다.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먼저 4차 남북정상회담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종의 중간 단계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중재를 부탁한 것이다. 

1박3일 일정으로 이뤄진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분위기를 다시 살렸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빠르게 식어가던 ‘대화의 모멘텀’에 다시 불이 붙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네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의 어깨는 다시 한 번 무거워졌다. 북한을 회담장으로 데리고 나와야 하고, 북한과 미국의 견해차를 좁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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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른바 ‘단계적 해법’을 주장한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아나가고, 궁극적으로 최종적인 비핵화에 이르는 방식이다. 각각의 단계에서 무엇을 주고 받을지 합의(스몰딜)해야 하고, 서로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길이다.

미국은 ‘빅딜’을 원한다. 한꺼번에 교환하자는 얘기다. 북한이 한꺼번에 핵을 포기하면 제재 해제나 경제 지원, 관계 정상화 같은 보상도 한꺼번에 주겠다는 얘기다. 일단 합의만 되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이라면 첫 걸음조차 떼기 어렵다.   

한국은 두 가지를 섞어보려고 한다. ‘일단 비핵화 로드맵을 포괄적으로 합의하자. 그런 다음 구체적인 행동은 단계적으로 해나가자‘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면 미국이 일부 제재를 해제하는 식이다.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너프‘다. 즉, 미국이 제재를 일부 해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조치를 북한이 취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얼만큼 충분해야 하는가?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굳이 표현하자면 ‘빅딜‘보다는 작지만 ‘스몰딜’보다는 큰 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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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이 뭔지 봐야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러(smaller)딜’을 수용하겠냐는 질문에 운을 뗐다.

″아마도 다양한 스몰러딜들이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단계적으로, 하나씩 해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 우리는 빅딜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빅딜은 (북한의) 핵무기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비핵화 대화가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 제재를 완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우리는 제재가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솔직히 저는 제재들을 크게 강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정은과 저의 관계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몇 주 전에 저는 (제재 강화를) 보류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제재들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봅니다.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무언가 매우 중대한 일이 벌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부분적 제재 해제 방안으로 거론되어 온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글쎄요, 적절한 시기에 저는 크게 지지할 겁니다.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다.

″올바른 합의(right deal)가 나오면, 핵무기들이 사라지면, 북한은 제가 본 어느 것보다 위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믿을 수 없이 좋은 위치에, 양쪽에 바다가 있고 다른 쪽에 러시아, 중국, 그리고 여기에 한국이 있습니다.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어요. 또 그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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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견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미 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있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제안을 제시하며 중재에 나설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북미 대화가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뜻을 모았다는 부분이다. 청와대는 ”양 정상은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