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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정보경찰, ‘세월호특조위 제압 문건’ 만들었다

2년에 걸쳐 박근혜 청와대에 보고했다.

  • 강병진
  • 입력 2019.04.11 20:46
  • 수정 2019.04.11 20:47
ⓒ한겨레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들이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특조위 보고서’를 작성해 2년에 걸쳐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보경찰은 세월호 특조위와 유가족들을 ‘정적’으로 취급하며,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을 이용해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한겨레>가 최근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박근혜 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 산하 정보경찰들은 2014년 말부터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정보보고 문건을 작성해 지속적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불법 사찰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최근 경찰청 정보국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문건을 발견했다.

조사를 받은 특조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보경찰은 세월호 특조위 구성 전인 2014년 10월께부터 세월호 특조위 해산 무렵인 2016년 9월께까지 지속적으로 세월호 특조위 관련 정보보고를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는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과 세월호 가족들이 ‘좌편향’됐다며 ‘제압’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당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이었던 이석태 헌법재판관에 대해 “좌편향이어서 견제해야 한다”고 평가하거나,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대해 “좌편향되지 않게 제어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 세월호 특조위 위원 구성에 대해 “참여연대가 주도해 위원 추천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하거나, 특정 세월호 특조위원에 대해 “(유)가족들의 입맛에 움직일 사람”이라고 평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 정보경찰은 보수단체를 이용하는 적극적인 ‘방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문건에는 “(세월호 특조위 전원회의) 방청객 대부분이 좌파인사여서 편향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집행부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보수단체를 전원회의에 참여하도록 하고, 사무실 앞에서 집회 중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참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실제로 당시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세월호 특조위 청사 앞에서 장기간 시위를 벌였고, 세월호 특조위에 항의성 면담을 신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반대하는 활동을 했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은 대부분의 파일이 이미 삭제된 탓에 전체 문건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월호 특조위 관계자는 “문건 전반에서 세월호 특조위와 유가족들이 정부의 ‘정적’으로 삼는 기조가 분명했다”며 “국가기관이었던 세월호 특조위 활동에 대한 정보경찰의 평가와 인식이 섬뜩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9일 경찰청 정보국을 압수수색하는 등 ‘불법사찰·정치관여’ 의혹이 있는 정보경찰에 대한 수사에 매진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초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의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만든 문건을 발견해 수사에 나섰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정보경찰이 불법적인 정보활동을 벌인 정황을 포착해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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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경찰 #세월호 #세월호 특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