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9년 04월 11일 16시 45분 KST

왜 낙태죄는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였을까?

'법의 효력이 사라지는 시점'에 차이가 있다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과 수술을 한 의료인 등을 ‘낙태죄’로 처벌하는 형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입법부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헌법불합치란?

헌법재판소가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을 할 때에 내리는 결정은 크게 위헌/합헌이다.

그러나 반드시 위헌이나 합헌으로 결론 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이나 ‘한정합헌’ 같은 판결을 내릴 수가 있는데 이는 ‘법률을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할 경우에는 합헌’ 또는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해야만 위헌‘이라고 판결하는 것이다. 위헌적인 해석 방법을 헌법재판소가 폐기함으로써 법률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이다. 법률 전체가 아니라 위헌적인 일부 문헌만 폐기를 명하는 ‘일부 위헌’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심판 방식으로는 이번에 낙태죄에 적용된 ‘헌법불합치‘가 있다. 이는 결론적으로는 ‘위헌‘과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법률의 효력시점에 차이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결정하면 그 법률은 곧바로 폐기되지만 ‘헌법불합치’를 결정하면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기간까지 법률은 형식적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입법부는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기간까지 헌법 취지에 맞는 법률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왜 ‘위헌’이 아니었을까?

이 사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두 가지의 가치가 충돌한 사항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 법률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네 가지 기준으로 그 법의 위헌성을 판단한다.

- 법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가?
-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법이 적정한가?
- 법이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려고 노력했는가?
- 기본권을 제한함으로써 얻고자 하는 가치와 균형을 이루었는가?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 조항 자체에 대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현행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고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부분을 문제삼았다.

″입법자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형성함에 있어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제적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아니하여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공익과 사익간의 적정한 균형관계를 달성하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간은 ‘임신 22주’였다.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 전이면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22주 전” 까지는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헌법불합치’를 선택했다. 헌재는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입법자들의 과제는?

헌법재판소는 의회에 2020년 12월 31일이라는 기한을 부여했다. 의회는 이 기간까지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입법자 임의대로 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자신들이 제시한 ‘한계’ 안에서 입법부에 재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말했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보장‘되면서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 이전’에서 제한의 정도가 결정되어야 된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간은 ’22주 내외’ 다.

그렇다면 새로운 법이 입법되기 전에 낙태를 한 임신 여성과 의사는 어떻게 될까? 다른 헌법불합치의 전례를 살펴볼 때 22주 이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사실상 법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기소유예 등) 입법 이후로 선고를 미루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PRESENTED BY 볼보자동차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