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4월 11일 17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11일 17시 53분 KST

네타냐후의 승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

우파 유대 민족주의에 호소해 온 네타냐후는 다섯 번째 임기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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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임기를 맞이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대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집권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9일 치러진 총선의 개표가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집권 리쿠드당과 연정 파트너들이 과반 의석을 넘길 게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접전을 펼치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던 야당 측은 패배를 인정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개표가 99% 넘게 진행된 10일(현지시각),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연정 파트너 정당들은 전체 의석 120석 중 65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 됐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네타냐후 총리는 총 다섯 번째 임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는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2009년에 다시 총리직에 오른 이후 4번 연속으로 총리직을 수행할 전망이다. 7월을 넘기면 이스라엘 건국 역사상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오늘은 거대한 승리의 밤이다.” 이날 밤 텔아비브에 위치한 리쿠드당 선거 본부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지지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당선 축하를 걸어왔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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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안보 강경책, 안정적 경제 등에 대한 지지에 힘입어 총리 자리를 지키게 됐다.

 

네타냐후는 현재 세 건의 부패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스라엘 경찰은 2016년 말부터 수사를 벌인 끝에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며 지난해 말 이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스라엘 검찰은 총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지난달, 네타냐후 총리를 기소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청문 절차와 재판, 항소 등의 절차를 거쳐 유죄가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당장 총리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파트너의 이탈 등으로 위기에 빠지자 지난 12월 조기총선을 전격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사실상 네타냐후에 대한 재신임 투표 성격이 짙었다.

육군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는 ‘이스라엘회복당‘을 창당하고, 중도정당들을 규합해 반(反) 네타냐후 야권 연대를 구축했다. 이른바 ‘청백연합‘이었다. 이들은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를 강조하며 ‘곧 물러나게 될 임시 총리는 필요하지 않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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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케미'를 선어게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반(反)이란, 반(反)이슬람으로 뜻을 같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7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했고, 지난해 5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70여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의 정책을 뒤집은 것이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오랜 분쟁을 겪어온 팔레스타인이 미래에 세워질 독립국가의 수도로 간주하는 곳이다. 국제사회도 예루살렘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으로 규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미국 내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유대 민족주의를 적극 활용해 온 네타냐후에게는 큰 정치적 선물과도 같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또다른 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와의 케미’를 선거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막판에는 ‘서안지구 정착촌 합병’을 약속하며 우파 여론에 호소했다. 이 곳 역시 국제사회가 미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영토로 간주하는 지역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승리로 ‘2국가 해법’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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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유대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일방주의와 극우 민족주의 성향에 대해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와는 지극히 사무적인 관계”라고 언급했고, 2국가 해법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네타냐후 총리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이란 핵협정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됐다. 

반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두 사람은 ‘찰떡 궁합’을 과시해왔다. 유대인이자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미국의 중동 정책 설계를 맡아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또 선거 운동 과정에서 나온 그의 발언에 자극 받은 팔레스타인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