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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삼켜버리는 블랙홀을 어떻게 찍었는지 아주 쉽게 설명해봤다

첨부된 영상을 보면 좀 더 쉽게 이해된다

  • 박세회
  • 입력 2019.04.11 17:59
  • 수정 2019.04.11 18:11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을 찍은 이미지가 공개되자 탄성이 흘렀다. 빛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을 찍다니!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보는 것은 블랙홀의 이미지가 아니라 블랙홀 주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불리는 블랙홀 그림자의 모습이다.

블랙홀 주변에는 사건의 지평선이라 불리는 가상의 경계가 존재한다. 이 선 안쪽으로 들어가면 빛도 빠져나올 수 없다. 고로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그 어떤 파장도 나오지 않는다.

아래 영상을 보면 무슨 말인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럼 왜 사건의 지평선을 좀 더 일찍 찍지 않았나? 

그 답은 무척 간단하다. 우주를 바라보는 망원경의 해상도(분해능)가 낮아서다.

이번에 찾은 M87이라는 블랙홀은 엄청나게 크다. 얼마나 크냐면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고, 지름은 160억km에 이르는 초대형 블랙홀이다. 이 큰 걸 여태껏 보지 못한 이유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블랙홀에서 우리 지구까지의 거리가 5천500만 광년이라 아무리 커봤자 작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사이언스뉴스에 따르면 지구에서 보는 이 블랙홀은 달에 있는 오렌지보다 작게 보인다.

과학자들에게 여태껏 왜 달에 있는 오렌지 사진도 못 찍어왔냐고 화를 내는 건 너무 가혹하다. 참고로 그 유명한 허블 망원경도 5만 마이크로초 이하의 물체는 구별할 수 없는데, 지구의 전파 망원경에 잡힌 이 블랙홀은 42마이크로초이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자들은 우주의 오렌지 사진을 찍겠다고 부던히도 애를 썼다. 망원경의 해상도를 높일 수만 있다면 달 표면 위에 있는 오렌지라도 찾아내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망원경의 크기는 전파를 모으는 접시 안테나의 크기에 비례하는데, 5천5백만 광년이나 떨어진 블랙홀을 찾아내려면 전파망원경의 접시 안테나가 좀 커야했다. 과학자들이 판단하기에 접시 안테나가 ‘지구’(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지구다)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구만 한 접시 망원경을 만들 수는 없는 일이라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여러 대의 망원경을 하나처럼 연결해 가상의 접시 안테나를 만드는 일이다. ‘아주 긴 기준선 간섭계측법(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 VLBI)이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멀리 떨어진 여러 대의 망원경을 연결해 ‘가상의 접시 안테나’를 만들어 감도와 분해능을 높인다. 

이번 관측 팀은 총 8대의 망원경을 사용했는데, 이 망원경들이 만들어 낸 가상의 접시 안테나의 크기는 가장 먼 두 안테나, 남극과 스페인 사이의 거리를 장반경으로 하는 원이다. 

아래 테크인사이더의 영상을 보면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언스뉴스에 따르면 이 8개의 망원경은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날씨는 전파 관측에 큰 영향을 끼친다) 동시에 전파를 수집했다.  

문제는 이렇게 큰 망원경으로 모은 전파 정보의 양이 너무도 거대해 이를 분석해 데이터의 바다에서 블랙홀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여러 개의 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의 양이 너무 커 전송이 불가능하다보니, 과학자들이 아래처럼 하드디스크 렉에 정보를 담아 주고 받았을 정도다.

아래는 데이터를 담은 하드드라이브를 팔로 감싸고 있는 과학자 케이티부먼의 사진이다. 

ⓒMIT CSAIL 트위터

그런데 이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에 있는 모든 전파 정보 중에서 블랙홀로 추정되는 데이터를 골라낼 수 있을까?

연구진은 2017년 관측을 시작하기 전에 블랙홀의 이미지에 맞는 전파 정보를 편향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알고리즘을 짜두었고, 한 번의 관측에서 수집한 수백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정보를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로 보내 분석했다.

그렇게 얻은 것이 바로 인류 최초의 블랙홀 이미지다.

한편 이번에 블랙홀 사진을 찍은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팀은 전 세계의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엔지니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3개 기관에서 200여명의 연구자들이 지구에 퍼져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으로 블랙홀을 관측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국은 천문연 등 4개 기관, 8명의 과학자가 참여했으며, 외국 연구기관 소속 2명의 한국인 과학자도 참여했다.

특히 2년 전 MIT 대학원생(현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소속)이던 시절 이 팀에 참여한 케이티 부먼(29)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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