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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후보의 '주식투자'는 무엇이 문제인가?

판사,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거래도 ‘사적인 것’으로 봐야 할까?

  • 백승호
  • 입력 2019.04.11 11:08
  • 수정 2019.04.11 13:30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배우자인 오충진 변호사가 ‘일반적이지 않은 주식 거래’를 시작한 것은 2001년부터 확인된다. 그는 1997년부터 서울지방법원의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가 2001년부터 대전지법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해 아이디씨텍 주식 160주를 매입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큰 액수는 아니다. 다만 아이디씨텍이 2001년 11월에야 상장을 한 회사다. 오 변호사는 비상장주식을 거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비상장 주식이라도 매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선택도 아니다.

오 변호사는 2004년에도 텔코웨어라는 비상장 회사의 주식을 300만원 상당 매수하고 상장 이후에 팔았다. 2009년에는 엔에스브이 주식 2400만원 상당을 상장 시기에 매수했다가 이듬해 전량 매도했다.

오 변호사는 2010년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직을 끝으로 퇴임한다. 같은 해 3월, 법무법인 광장의 변호사로 일을 시작한다. 2010년부터 작년까지 한해 평균 5억원에 가까운 급여를 지급받았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오 변호사의 주식투자는 더욱 과감해진다. 2012년에는 엘지화학우 주식을 3억5700만원 매수했다가 이듬해 팔았다. 같은 해에 다음커뮤니케이션 주식을 6억 3770만원어치 매수한 뒤 이듬해 팔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였던 2012년 2월부터 8월까지 오 변호사는 엘지화학이 피고였던 특허권 침해 사건 7건을 수임한다. 또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특허권, 채권 관련 사건 8건을 수임한다.

오 변호사의 사건 수임과 주식 거래에 특별한 연관성이 보이지는 않는다. 엘지화학우의 경우 2012년 9~10만원 사이를 오르내렸던 주식은 2013년 12~13만원 선으로 올랐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오히려 2012년보다 2013년에 소폭 하락하는 모양새였다. 별다른 이익을 실현하지 못했다.

 

 

오 변호사와 관련해서 가장 ‘의문스러운 정황‘이 보였던 것은 ‘이테크건설’ 주식 매입이었다. 중앙일보는 10일, 이미선 후보자의 남편이 건설사 계약 공시 직전 6억 주식 매수했다는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오 변호사는 2018년 1월, 이테크건설의 주식 6억5천만원 상당을 매수했다. 2월 1일, 이 회사는 2월 1일 2700억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실적 발표 후 이 회사의 주가는 52주 최고가인 15만9800원을 기록했다. 오 변호사는 이테크 건설의 주식 일부를 2월 20~21일 사이에 매도한다.

중앙일보는 오충진 변호사는 2017년 4월과 2019년 1월 OCI(이테크 건설의 모회사) 관련 사건을 수임했다는 정보와 함께 “내부 정보를 알지 못하고는 큰 규모 계약 전후에 개인투자자가 거액의 주식을 사고팔 수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계 관계자의 설명은 조금 다르다. 오 변호사의 거래 방식이 내부정보로 매매하는 형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오 변호사는 이테크 건설의 주식을 2015년부터 꾸준히 매입했다. 2015년에 약 4억 6천여만원, 2016년에 약 14억6천여만원, 2017년에는 7억 4천여만원 정도를 매도했다. 2018년 2월 말, 이테크 건설이 계약 수주를 알린 뒤 오 변호사가 매도한 주식은 5800만원가량이다. 여기에 대해 증권계 관계자는 ”정보매매의 경우 빚까지 내며 급하게 사서 정보가 노출되면 바로 되파는 게 기본 패턴인데 오 변호사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 투자자들은 투자종목이 갑자기 오르면 주식 가치가 비싸진다고 생각해 일부를 내다 파는 식으로 정리에 들어간다. 오 변호사도 그런 형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오 변호사가 매수했다던 2018년 1월, 이테크 건설의 주가는 12만원 선을 오갔다. 오 변호사의 매도시점인 2월 20일경에는 14만 5천원 정도였다. 시세 차익이 큰 편은 아니었다.

주식투자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오 변호사의 투자 내용을 보고 ‘팍스넷 아재’ 같다고 이야기했다. 팍스넷은 대표적인 주식 커뮤니티다. 검증되었거나 그렇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올라온다. ‘팍스넷 아재‘는 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주식거래에 과몰입하며 코스피/코스닥 외에 비상장 주식까지도 관심을 보이며 주식거래를 하는 이들을 말한다. 한 금융투자회사는 오 변호사를 ″1등급 공격 투자형‘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실제 그의 투자 행태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다른 주식투자자는 그가 주식이 오르거나 내리거나 상관없이 특정 주를 매집만 하는 모습을 두고 ‘전형적인 가치투자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가 투자를 잘했던 사람 보이지는 않는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미선 후보자는 10일 청문회에서 이 주식 거래에 대해 ‘기업의 동향을 지켜보다 저평가됐다고 보고 산 것’이라며 ”배우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는 매출액이 상당한 중견기업이었기 때문”에 투자했다고 답했다. 앞서 설명했던 내용을 종합해볼 때 거짓 해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미선 후보자 부부의 ‘주식투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이미선 후보자는 ”내부정보 이용이나 이해충돌 문제는 없던 것으로 안다. 주식거래에 불법 요소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과 합법 차원의 문제와는 다른 결로 봐야 한다. 만약 두 부부가 고위 공직자 후보로 나오지 않았다면, 또 ‘판사’라는 중책을 맡지 않았다면 그들의 투자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선 후보자는 판사였고 그의 배우자도 오랜 기간 판사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는 고위공직자의 공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이를 백지신탁하게 되어있다. 백지신탁은 사실상 직무관련된 주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국가 및 지자체 정무직, 1급 이상 공무원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오충진 후보자는 지방법원 부장판사까지 지내다 퇴임했기 때문에 대상자가 된 적이 없었다. 이미선 후보자도 현재 서울지법 부장판사이기 때문에 해당이 없다.

그러나 ‘법이 금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그들이 ‘자유로웠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등 증권사에서 일하는 특정 직종들은 직접 주식거래를 할 수 없다. 이른바 ‘자기 매매‘가 금지돼 있다. 시장과 직접 연관된 정보를 미리 취득할 수 있는 위치고 또 그들의 투자가 시장에 교란을 줄 수 있는 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기 매매’가 불법은 아니다. 이들의 주식투자 금지는 법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금감원의 제재 사항이며 각 증권사의 내부규정 사항이다.

 

 

대법원 법관윤리강령은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경우 관련한 경제적 거래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주광덕 의원은 바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이미선 후보가 관련 주식을 보유한 회사에 대한 재판을 (비록 그 회사가 직접 당사자가 아니었더라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성의 의심’을 살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윤리강령은 판사들의 주식 거래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

10일,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두고 각 당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차라리 남편과 워런 버핏처럼 주식을 하는 게 맞지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 하느냐”고 비꼬았고 정의당도 ”이 정도의 주식투자 거래를 할 정도라면 본업에 충실할 수 없다. 판사는 부업이고 본업은 주식 투자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금태섭 의원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을 던졌다. 그는 ”저도 검사를 했지만 공무원은 주식을 해선 안 된다고 배웠다”며 ”헌법재판관이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볼 때 판·검사는 주식을 하며 안된다”고 말했다.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는 그들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의심의 개연성이 갈만한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바로 이미선 후보자 부부의 주식투자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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