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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결국 영국 브렉시트를 10월31일로 연기해주기로 했다

EU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 허완
  • 입력 2019.04.11 11:42
  • 수정 2019.04.11 11:53
ⓒBloomberg via Getty Images

3월29일에서 4월12일로. 다시 10월31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정이 다시 한 번 변경됐다. 영국을 뺀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브렉시트를 10월 말까지 연기해주기로 합의했다. 4월12일에 영국이 ‘노딜(no deal) 브렉시트’ 재앙을 맞이할 가능성은 일단 사라졌다.

이에 따라 영국은 10월 말까지 EU 회원국으로 남게 됐다. 그 전에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면 탈퇴 일정은 앞당겨질 수 있다. 5월23일부터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합의안이 비준되지 않으면 영국은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앞서 ‘내가 총리로 재임하는 한 브렉시트 날짜가 6월30일을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던 메이 총리는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EU의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신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통과되면 바로 탈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EU가 이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U 내에서 대(對)영국 강경파로 떠오른 프랑스와 이에 맞서는 독일이 격하게 충돌한 것이다.

ⓒLeon Neal via Getty Images

 

이날 EU 특별정상회의는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해달라는 영국 측의 요청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EU가 영국이 요청한 연기 일정을 그대로 승낙할 것이라고 본 사람은 없었다. 영국과 EU가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미 세 번이나 부결시켰고, 두 번이나 어느 것에도 다수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했던 영국 하원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 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회원국들은 12월말 또는 내년 3월말까지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영국 정치인들이 EU 탈퇴 방식에 대해 다수 의견을 모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브렉시트 관련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프랑스는 동의하지 않았다.  

프랑스는 브렉시트 ‘데드라인’으로 6월30일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논의가 “26대 1(프랑스)” 구도로 전개됐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장기 연기에 반대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한다.

그는 영국 정치인들의 신속한 결정을 압박하기 위해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위협을 살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에서 튕겨져 나가는 이 시나리오는 경제적·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재앙으로 꼽힌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이 회원국으로 남아있는 동안 EU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한 마디로 ‘나가는 마당에 훼방 놓으면 어떻게 막을 거냐’는 얘기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로 초래될 위험에 도박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즉, 이같은 예고된 재앙을 분명하게 방지하려면 6월30일로는 너무 짧다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또 노딜 브렉시트가 압박 수단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영국 보수당 강경파 의원들에게는 오히려 유럽의회 선거가 더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도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은 유럽의회 선거 참여에 결사 반대한다. 계속 EU에 남을 것도 아닌데 향후 5년 동안 EU에서 영국을 대표할 의원들을 뽑아야 하는 상황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ARIS OIKONOMOU via Getty Images

 

결국 EU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의견을 절충한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EU는 2019년 10월31일로 영국의 EU 탈퇴 일정을 연기한다. 단, 이 날짜가 되기 전에라도 영국 하원에서 탈퇴 합의(Withdrawal Agreement ; 탈퇴 조건을 담은 영국-EU의 법적 합의문)가 통과되면 영국은 그 다음달 1일에 EU를 탈퇴한다.

* 영국이 2019년 5월23~26일까지도 계속해서 EU 회원국으로 남아있게 되고, 5월22일 전까지 합의안을 비준하지 못하면 영국은 EU 법에 따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영국은 2019년 6월1일자로 탈퇴 처리된다.

* EU는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다.

* 영국의 입장이 변화하면 EU는 향후 영국-EU 미래관계에 관한 원칙을 담은 정치적 선언(Political Declaration ; 양 측의 미래관계 협상 원칙 등을 담은 선언문)을 재검토할 준비가 되어있다.

* 이 기간 동안 영국은 회원국으로서 전적인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또한 영국에게는 언제든 브렉시트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

* EU는 이 기간 동안 영국이 ”진실된 협력 의무에 따라 건설적이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는 약속에 주목하며, 영국이 탈퇴할 회원국이라는 자신의 상황을 반영하여 이 조약의 의무를 다할 것을 기대한다. (...) 이와 같은 취지로 영국은 EU가 맡은 과제의 성과를 도와야 하며, EU의 목표 달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어떤 조치도 삼가야 한다.”

* EU는 영국의 탈퇴 이후 상황에 대한 주요 사안들을 결정할 때 영국을 뺀 나머지 27개 회원국들끼리 만나서 의논할 것이다.

* EU는 6월에 있을 정기 정상회의에서 관련 진행상황을 검토할 것이다.

 

회의가 끝나고 현지 시각으로 새벽 2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도날드 투스크 EU 이사회 상임의장은 브렉시트 연기 일정이 ”기대했던 것보다 약간 더 짧아졌다”면서도 ”그럼에도 (영국 정치인들이) 가능한 최선의 대책을 찾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부디 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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