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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총학생회가 '5·18 망언' 김순례 의원 비판성명을 철회한 이유

숙대 총학생회는 지난 2월, 김순례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한겨레

숙명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5.18 망언세월호 유가족 폄훼 발언 등을 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가 40여일 만에 철회했다.

‘전진숙명’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중앙위)는 8일 ‘김순례 동문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에 대한 성명서 철회 입장문’을 내고 “(김순례 의원 비판 성명을 내는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미흡하다는 지적 등 문제 제기가 있음에 따라 지난 4일 14차 정기회의를 열어 이 사안에 대해 재논의를 했다”며 “14명의 운영위 위원들이 참석해 의결한바 유지 2인, 철회 8인, 기권 4인으로 (성명회) 철회가 결정되었다”고 밝혔다. 중앙위는 이어 “성명서 발표 및 번복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중앙위는 입장문을 내며 운영위원들의 발언이 담긴 속기록을 공개했다. 속기록에서 총학생회장은 “대학이 사회 부정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이다. 발언자가 우리 동문이거나 학교에 불이익이 되더라도 용기 내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총학생회장의 뜻과 달리 비판 성명 철회 결정으로 되돌아왔다.

앞서 중앙위는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해)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라는 김순례 의원의 망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지난 2월18일 냈다. 당시 성명에는 “김 의원은 2015년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그들을 모욕하는 등 이미 인격과 덕망을 갖추지 못한 태도로 숙명의 이름에 먹칠했다”며 “게다가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하여 또다시 숙명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담겨 있었다. 이에 숙명 총학생회는 총동문회가 2016년 김 의원에게 수여한 ‘올해의 숙명인상’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해당 성명은 각 학부의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과 중앙위 의결을 거쳤지만, 지난 1일 총학생회에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독단적 의사결정을 멈추라’는 ‘615명의 숙명인’ 명의의 성명서가 도착하면서 재논의가 시작됐다. 그 결과 중앙위가 8일 공식 성명을 철회하는 데 이르렀다. 재논의를 위한 14차 정기회의에서는 “해당 성명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이용될 수 있다” “공과대·미술대·법과대 등 일부 대학의 설문조사 참여율이 저조했기 때문에 설문조사 결과가 대표성을 띠지 못한다” “동문 여성의원을 여성주의적 시각이 아닌 도의적 명분으로 규탄하는 것이 역사 속에서 지워진 약자들을 조명하는 방식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철회되어야 한다” 등의 반대 의견이 나왔다.

총학생회가 김 의원 비판성명을 철회한 다음 날인 9일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페이스북에 소회를 밝혔다. 황 회장은 해당 성명서가 “정치적 행위이자 여성혐오적 행위”로 기능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황 회장은 “총학생회장으로 중앙위의 의결을 거쳐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사회적 소수자와 연대하고 있음을 당당히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내가 우리 학교에서 배운 가치는 동문 네트워크나 나의 이익, 학교의 명예가 아니라 부정의와 모순에 대한 저항과 연대이다. 그 가치를 실현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여성의원에 대한 비판이 여성 혐오’라는 주장에 대해 “내게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폭력의 세계에 대한 전복이지, 기존의 폭력적인 세계에서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떤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가부장제의 역사를 답습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1978년 숙명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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