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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뉴스위크의 기사에서 볼 수 있는 한일 양국의 오묘한 관계

  • 박세회
  • 입력 2019.04.08 17:06
  • 수정 2019.04.08 17:36
지난 2018년 6월 14일 청와대를 방문한 고노 다로 외무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4일 청와대를 방문한 고노 다로 외무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Pool via Getty Images

일본 뉴스위크는 지난 3일 ″일본을 넘어′ 한국 경제의 함정’이라는 기사를 공개했다. 한국경제는 7일 ”불화수소 90%가 일본산…수입 끊기면 한 반도체 ’치명타″라는 기사를 일본어판으로 공개했다.

두 기사는 다른 듯 보이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해당 기사를 보면 한일 양국이 갖는 특이한 경쟁의식과 그 이면에 있는 두 나라의 공동체적 운명을 살펴볼 수 있다.

뉴스위크는 한국 경제의 2018년 성장률이 2.7%라는 점을 들어 ”리먼 쇼크 이후 3% 내외의 성장을 유지해온 한국은 3%를 크게 밑도는 성장률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라면서도 ”그래도 1%의 성장 페이스가 순항속도인 일본의 경제 성장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훨씬 높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매체는 한일 양국의 1인당 GDP를 비교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2년 2만4000달러에서 3만200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일본은 4만8000달러에서 4만 달러로 떨어졌다”라며 2012년 두 배 가까이 벌어졌던 양국의 경제 수준이 2018년에는 25%가량 차이나는 수준까지 좁혀졌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 1% 성장, 한국 3% 성장의 흐름이 계속되면 양국의 경제 수준의 차이는 10년여 만에 사라질 것이며, 엔화 약세의 흐름까지 생각하면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매체가 한국의 경제 수준이 일본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으로 편중된 산업 구조다.

뉴스위크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삼성, LG, 현대, 롯데 등 대기업에 의조하는 구조로 산업의 저변을 형성하는 중소기업 군이 취약한 상태”라며 ”그 원인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으로 대학 졸업자들이 지나치게 대기업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경쟁에서 필요한 ‘기술력의 부족’을 꼽았다. 뉴스위크는 ”한국은 주력 산업인 반도체, 가전,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생산설비와 부품, 원자재를 일본 및 유럽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중국, 아세안 6개국(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는 흑자를 내는 반면, 산유국인 중동, 철광석 산지인 호주를 비롯한 오세아니아 지역, 일본, EU 등에서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술 면에서는 미국·일본·유럽을 뒤쫓고 있지만, 공업 국가로서의 중국에게 쫓기고 있어 성장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새로울 것이 없는 진단이다. ‘기술의 일본, 자본과 인력의 중국에 한국은 끼어있다’는 식의 분석이다. 

오히려 이런 분석 기사가 나온 타이밍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의 관계와 이 매체의 기사가 나온 시점 그리고 일부 한국 경제지의 태도를 보면 진짜 이야기가 보인다. 

한국경제는 7일 ‘불화수소 90%가 일본 산...수입 끊기면 한국 반도체 ’치명타″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188억1000만 달러어치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일본산이 61억9000만달러어치로 전체의 32.9%에 이른다”라며 ”반도체 제조용 정밀화학원료의 경우 일본 수입 비중이 41.9%나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세정에 꼭 필요한 불화수소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일본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경제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에 대한 항의로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반도체업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라면서도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에서 한국 비중은 23.1%에 이르러 한국 수출길이 막히면 일본 기업도 막대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일본판 기사에 달린 댓글. 
한국경제의 일본판 기사에 달린 댓글.  ⓒ야후 재팬 캡처

한국경제의 이 기사는 중앙일보 일본어판의 온라인 지면을 타고 야후 재팬 인기기사에 올랐다. 해당 기사에는 약 20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아프더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는 댓글이 2만명의 호응을 얻었다. 이 댓글은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 불화수소 수출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뉴스위크의 기사 역시 양국의 경제 공동체를 강조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일본과 한국의 무역관계를 보면 양국이 상호의존 아래 경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미국과 중국이 축이 되는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서 두 나라가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연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경제의 기사에 대한 반응과 마찬가지로 뉴스위크의 기사 역시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기사의 방향과는 전혀 반대다. 해당 기사가 걸린 야후 재팬에는 약 13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제 옆 나라와는 손익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고통을 동반하더라도 일본을 이만큼 깎아내리고 기뻐하는 나라에는 볼일이 없다. 국교를 단절하는 게 좋다”는 댓글이 2만 번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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