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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약간의 역사'를 배운 뒤 50년 넘은 이스라엘 정책을 뒤집었다

핵심 중동정책을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고백이나 다름 없다.

  • 허완
  • 입력 2019.04.08 11:31
ⓒEthan Miller via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라고 발표했다. 이 결정은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 정책의 극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6일(현지시각) 자신이 측근들로부터 ”약간의 역사”를 배운 뒤 빠르게 이 논쟁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공개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공화당 유대인연합(Republican Jewish Coalition)’ 주최 행사에 참석해 자신의 맞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 이스라엘 미국대사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정책고문 제이슨 그린블랫과 전화로 이 문제와 관련 없는 주제에 대해 논의하다가 갑자기 골란고원 문제를 꺼냈다고 말했다.

″나는 ‘여러분, 부탁 하나만 하자. 약간의 역사 좀 알려달라. 빨리. 빨리 하고 싶다.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많다. 중국, 북한. 속성(quickie) (과외) 좀 해달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당시 대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측근들이 자료들을 건네준 뒤, 트럼프는 자신이 프리드먼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내가 이스라엘 골란고원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프리드먼은 이같은 제안에 놀란 듯 ”훌륭한, 아름다운 아기”처럼 반응했으며, ”정말... 그렇게 할 것인지” 물었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그렇다. 지금 하면 어떨까 싶다. 뭣 좀 작성해보자.” 트럼프는 자신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이 행사에 모인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우리는 빠른 결정을 내렸고, 좋은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의 말이다.

 

트럼프는 이같은 전화통화가 언제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3월21일, 트럼프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백악관 방문에 맞춰 선언서에 서명하면서 이를 공식화하기 며칠 전이었다.

NPR이 보도한 것처럼, 이 선언서는 50년 넘게 이어져 온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과 결별하는 것이자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지켜 온 입장에서 일탈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아랍국가들과 치른 1967년 6일 전쟁 이후 골란고원 등을 장악했고, 1981년에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정책 변화는 비리 혐의를 받고 있으며, 총선에서 야당에 쫓기고 있는 네타냐후에 대한 트럼프의 ”가장 분명한” 지지 의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 이스라엘 정착촌의 모습.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9년 4월7일.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 이스라엘 정착촌의 모습.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9년 4월7일. ⓒRonen Zvulun / Reuters

 

네타냐후는 자신이 재선(5선)에 성공하면 이스라엘이 점령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West Bank) 내 유대인 정착촌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이곳에는 300만명 가까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곳을 미래 독립국가의 심장부로 간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고위 인사는 네타냐후의 공약을 비판하며 이스라엘이 ”뻔뻔스럽게 국제법을 위반”하도록 트럼프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부 국가들이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계속해서 이스라엘에 면죄부를 주는 한,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의 국가적 인간적 권리를 침해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지지가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뻔뻔스럽게 국제법을 위반할 것이다.” 오슬로 평화협정(1993년) 당시 협상 대표로 참여했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사에브 에레카트가 낸 성명이다.

트럼프는 이날 행사에서 네타냐후를 ”여러분의 총리”로 지칭하기도 했다. 초당파 성향 미국유대인위원회(American Jewish Committee)는 트럼프의 표현을 맹비난하며 그가 미국인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Says He Made Major Israel Decision After Quick ‘Little History’ Less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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