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4월 06일 16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4월 06일 16시 55분 KST

아직 EU 탈퇴 안 한 영국이 (벌써) 여권에서 '유럽연합'을 지워버렸다

겉면에 '유럽연합'이 삭제된 여권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John Lamb via Getty Images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미뤄졌음에도 겉면에서 ‘유럽연합’이 삭제된 여권이 영국에서 발급되기 시작했다.

이 여권은 애초 예정대로 3월29일에 영국이 EU를 떠날 것이라는 가정 하에 30일부터 발급됐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겉면에 유럽연합이라는 문구를 더 이상 포함하지 않는 버건디 색상 여권은 2019년 3월20일부터 도입됐다.” 내무부 대변인의 말이다.

영국은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미뤄달라고 EU에 공식 요청했고, EU 회원국들은 4월12일로 브렉시트 날짜를 변경해줬다. 단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면 영국은 5월22일에 EU를 공식 탈퇴하게 된다.

그러나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는 5일(현지시각) 다시 한 번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브렉시트를 6월30일로 연기해달라고 EU에 요청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스페인, 벨기에 등은 영국의 연기 요청을 그냥 들어줘서는 안 된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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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부는 세금을 아끼고 남아있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당분간” 유럽연합 문구가 적힌 여권도 발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EU가 적힌 여권과 그렇지 않은 여권 중에 선택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유럽연합 문구가 적힌 여권이든 적히지 않은 여권이든 영국 시민들이 여권을 사용하는 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두 디자인 모두 똑같이 유효할 것이다.” 내무부가 밝혔다.

새 여권을 발급 받았다는 한 시민은 ”충격을 받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아직 EU를 탈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옛 여권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건 우리가 EU를 떠난다는 것의 실체를 처음으로 느낀 신호였다.” 

 

내무부는 이번 조치는 여권 변경 작업의 1단계라고 설명했다. 2단계는? 그야 물론 영국의 전통적인 ‘푸른색’ 여권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영국인들이 간절히 기다려 온 이 ‘아이콘’은 “2019년 말”부터 발급될 예정이라고 내무부는 밝혔다.

보수당 정부의 패배로 끝났던 2017년 총선 이후 정부는 옛 푸른색 여권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EU로부터 ”통제권을 되찾아오는(take back control)” 하나의 상징으로 포장됐다. ‘통제권을 되찾아오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선거운동 진영에서 내세운 핵심 슬로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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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아이콘', 푸른색 여권. 

 

그러나 1년 전, 이 새 여권을 제작할 업체로 영국 업체 대신 유럽 업체가 선정됐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의 분노와 조롱을 불렀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장관들이 기꺼이 언론에 나와서 푸른색 여권과 이것이 영국의 정체성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러나 이제 이 상징적인 영국의 정체성은 프랑스에서 생산된다.”

당시 경쟁입찰에서 패배한 영국 기업 데라루(De La Rue)의 CEO 마틴 서덜랜드가 B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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