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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세에 손주를 출산한 한 여성과 가족들의 이야기

"내 아들도 가정을 꾸릴 자격이 있다"

  • 박수진
  • 입력 2019.04.06 15:41
  • 수정 2019.04.06 15:55
매튜 엘리지와 엘리엇 도허티
매튜 엘리지와 엘리엇 도허티 ⓒARIEL PANOWICZ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아이를 갖기로 결정한 매튜 엘리지와 그의 남편 엘리엇 도허티는 끈끈한 유대를 갖고 있는 각자의 가족들의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족들로부터 조언 이상의 선물을 받았다.

매튜의 어머니인 세실 엘리지가 그 과정을 돕는 게 어떠냐는 가벼운 농담이 현실이 되었고, 세실이 아들 부부의 딸 우마를 출산한 것이다. 우마의 생일은 3월 25일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엘리엇의 여동생 레아 이라이브가 난자를, 매튜가 정자를 제공했다. 매튜의 어머니 세실이 대리모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누가 어떤 일을 어떻게 맡았는지를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이 많아서, 매튜는 자신의 어머니의 역할을 사랑스럽고도 재미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아주 지적인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듣고 근친상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솔직하게 ‘유전적 기형이 걱정되니?’라고 묻는 걸 봤다. 좋은 질문이다. 확실히 독특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문외한의 용어로 설명하는 게 제일 쉬울 것 같다. 내 어머니는 그저 ‘오븐’에 불과하다.”

ⓒASSOCIATED PRESS

세실은 매튜와 엘리엇을 위해 대리모가 되어주기로 하고 심장과 폐 등을 포함해 철저한 건강진단을 받았다. 세실은 61세였고 폐경기를 지난 뒤였지만, 건강 상태가 완벽에 가까워 충분히 대리모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기적이 없다면 내가 모든 테스트를 통과할리 없으며, 분명 뭔가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건강한 후보가 아니었다면 절대 대리모가 되기를 고집해 아기를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과에서도, 심장의학과에서도, 또 다른 병원에서도 의사들은 ‘할 수 없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식내분비학 전문가 캐롤린 도허티 박사의 도움을 받았다. 도허티는 고혈압, 심부전 등 수많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리모를 할 수 있는 61세 여성이란 사실상 거의 없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게 안전하다는 테스트 결과가 나왔고 세실은 본인의 손주를 직접 낳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막대한 돈이 드는 과정이었다. 엘리지는 이 과정 전체를 통틀어 4만 달러(약 4550만원) 정도를 썼다고 추정한다. 세실이 대리모를 맡아준 덕분에 25,000~35,000달러의 비용을 아낀 것이라고 도허티는 말한다.

“사람들은 대리모 고용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리모의 진료 비용은 어떤 보험으로도 커버가 안 된다. 대리모가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고용한 사람이 파산할 수도 있다.” 도허티의 말이다.

(*편집자 주: 한국과 달리 미국의 건강보험은 민간보험이다.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 보험 적용을 받았을 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의 의료비가 청구되는 것이 보통이다.)

ⓒASSOCIATED PRESS

세실은 생리를 다시 시작하도록 에스트로겐을 투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기를 낳은지 30년이 지났지만 도저히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던 일, 임신을 하게 됐다.

“나는 남편을 보며 ‘음, 우리가 작은 모험을 떠나게 된 것 같네.’라고 말했다.”

난자 채취와 인공 수정이 한번에 성공한 것이 정말 행운이었다. 도허티는 이 성공은 난자의 나이에 달려있다고 한다.

“엘리엇의 여동생으로부터 얻은 아주 어린 난자를 사용한 것이 세실에게 정말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착상 전에 이수성(염색체 이상) 유전자 검사를 했다. 그래서 현대 의학으로 알 수 있는 최대한 유전적으로 정상적임을 확인했다. 그것 역시 도움이 되었다.”

세실에게 임신은 30년 전보다 더 힘들었다. 해도 되는 일, 해서는 안되는 일들의 가이드라인이 바뀌었고, 아침 입덧 등이 더 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한다.

더 힘든 것은 이 흔치 않은 임신을 두고 사람들이 끝없이 질문을 던져대는 것이었다.

“다들 혼란스러워 했다. 워낙 특이한 상황이니까 그게 불쾌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다들 진지하게 궁금해 했고, 설명을 해주면 ‘와, 놀랍다! 너희 어머니는 록 스타야.’라고들 했다.” 매튜의 말이다.

‘록 스타’는 턱없이 못 미치는 표현이다. 의사들은 보통 50세 이상에게는 체외수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허티는 자신은 45세 이상의 대리모 후보들을 철저히 검사하지만, 모든 생식 내분비학자들이 반드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ASSOCIATED PRESS

“중요한 건 내가 건강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60대는 새로운 40대라고 생각해왔다. 40대들이 아이를 낳는다. 61은 숫자에 불과하다. 이런 나의 느낌과 내 건강이 진짜 동기였다.” 세실의 말이다.

출산 당일, 세실의 혈압이 우려스러운 수치로 올라가서 예정보다 일찍 입원해야했다. 하지만 우마는 튼튼하고 건강했고, 세실은 자연분만했다. 세실은 분만 후 자기 할 일이 끝났음을 알고 차분했고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9개월 동안 임신했던 아기를 넘겨줄 수 있겠어?’라고 물어 본 사람들이 많았다.” 세실의 말이다.

“초음파나 진찰을 위해 병원에 갈 때마다 나는 우마를 내 손녀로 보았다. 절대 내가 가진, 소유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나는 자연분만을 해서 매트와 엘리엇에게 아기를 건네주는 모습밖에 떠올릴 수 없었다. 매트와 엘리엇은 너무나도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했고, 또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매튜는 분만실에 가림막이 있었다고 밝혔다. 웃으며 “우리가 모든 걸 다 볼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지만, 출산 경험 중 자신의 어머니가 전사로 보였다고 설명한다. “어머니는 원초적, 본능적 정신을 지니고 집중해서 해냈다. 이 아름답고 건강하고 멋진 아기에게 생명을 주며 그토록 강렬한 단계까지 들어간 어머니를 보는 건 나로선 정말 대단했다.”

ⓒASSOCIATED PRESS

이런 엄청나게 사적인 경험을 세상에 공개했지만, 세실은 스스로를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가족 전체에게 중요했다. 그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세실은 대리모 출산이 기증으로 간주되고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

“나는 아기를 원하는 게이 커플에 대한 차별을 직접 목격했다. 어떤 식으로든 보험을 받을 수 없었고, 그래서 나는 고심했다. 차별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 건강보험에 이에 대한 변화가 생기길 희망하며 지지자가 되고 싶었다.” 세실의 말이다.

매튜의 아버지이며 세실의 남편인 커크 엘리지는 사람들이 모든 커플은 동등한 기회를 가져야 함을 이해하길 바란다.

“우리는 엘리엇과 매트의 피와 DNA가 흐르는 손녀를 가졌다. 이 모든 것은 이를 위함이었다. 그들은 다른 모두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가질 자격이 있다.” 커크의 말이다.

ⓒARIEL PANOWICZ

매튜는 우마가 자라면 우마가 태어난 기적적인 과정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줄 계획이지만, 지금의 온가족처럼 이 이야기에 감동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한다.

처음 아빠가 된 두 사람들의 삶이 그렇듯, 당연히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매튜는 신생아의 아버지 노릇에 몰입하여, 행복하게 우마를 돌보는데 정신이 팔려 일상의 자잘한 일들을 까먹곤 한다. 얼마 전에는 노크 소리가 들려 한쪽 발에만 신을 신고 문을 연 적도 있고, 우마를 병원에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가 며칠 동안 이를 닦지 않았음을 깨닫기도 했다. “나 자신에게 역겨워,라고 말했다” 그가 웃으며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만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너무 뻔하게 들려서 싫지만, 사실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비하기란 불가능했다. 한 가지에 대해 함께 불안, 초조, 열정을 느끼는 지금, 남편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더욱 깊어졌다. 우리는 지금 집에 와서 배달하는 타이 음식을 주문하고 드라마 ‘뉴욕의 진짜 주부들’을 보는 삶을 살고 있다. 우마와 처음 집에 온 날 밤 배달 음식을 먹으며 우마와 함께 ‘진짜 주부들’을 봤다. 밤에는 번갈아가며 우마를 돌봤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Meet The 61-Year-Old Hero Who Gave Birth To Her Own Granddaughter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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