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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이 부적절한 신체 접촉 논란에 사과는 커녕 농담을 했다

바이든은 이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허완
  • 입력 2019.04.06 12:16
  • 수정 2019.04.06 13:26
ⓒBloomberg via Getty Images

루시 플로레스 전 네바다주 주의회 의원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과 있었던 불쾌한 경험을 털어놓은지 불과 1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플로레스는 2014년에 있었던 선거 유세에서 연단에 오르기 직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자신의 어깨를 만지고 머리카락 냄새를 맡고 뒤통수에 키스했으며, 이 때문에 불쾌하고 무력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6명의 여성들이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바이든은 어떤 여성에게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 대신, 5일 연설에서 그는 이 상황에 대한 농담을 꺼냈다.

″로니와 포옹해도 된다는 승낙을 받았음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전기공조합(IBEW ; 전력 산업 노동조합)’ 총회에서 위원장 로니 스티븐슨과 포옹한 뒤 바이든이 말했다. 대부분 남성으로 이뤄진 청중들은 웃으며 환호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이후 바이든은 기자들과 만나 사람들과의 신체 접촉에 있어서 자신이 잘못된 일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믿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누구든 그들의 불쾌를 가볍게 여길 의도는 아니었다. 이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나에게 있음을 나는 인지한다.” 바이든이 말했다. 그는 곧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바이든은 ”내가 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내 의도들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한 행동들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내가 의도적으로 무례하게 굴었던 적은 없다.”

 

사과를 거부함으로써, 바이든은 현재의 정치적 환경에서 여성들의 이슈를 자신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줄 기회를 잃어버렸다. 어떤 후보든, 여성 관련 이슈는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바이든이 분명 성폭행을 한 것도 아니고, 성희롱에도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이 여성들이 무력감을 느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여성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의 공동 설립자 셔나 토마스는 이 미투(Me Too)의 시대에 여성들의 문제제기에 진보 남성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보여주는 길을 바이든이 선택할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건 단순히 후보로서 바이든이 성공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토마스가 말했다. ”또한 이것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미투 논의를 진전시킬 기회였다. 사람들은 전부 다 잘했거나 전부 다 잘못했다는 기존 (흑과 백의) 패러다임의 바깥(회색 영역)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바이든이 포옹을 즐겨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며,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이런 면을 좋아한다. 그는 논란이 제기된 사건들에서 자신의 의도는 결백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누구도 그 말을 반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선의 의도를 가진 누군가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며, 그런 일이 벌어지면 보통은 사과를 하기 마련이다.

진보 성향 전략가이자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해리 리드(민주당, 네바다)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했던 레베카 카츠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고 느꼈을 때 사과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는 좋은 사람이고, 그의 스탭들도 그를 존경하고, 여성들에게도 좋은 보스였고, 좋은 법안들도 만들었다.” 레베카가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둘 다 성립할 수 있다.”

카츠는 바이든의 남성 경쟁 후보들이 민주당 내에서 여성들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왔음을 지적하며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이 여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또 하나의 렌즈가 생긴 것이다.” 

ⓒScott Olson via Getty Images

 

제일 먼저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플로레스는 바이든의 이날 발언이 불쾌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부적절하고 일방적인 신체접촉이 얼마나 여성들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조 바이든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플로레스가 트위터에 적었다. ”상대방의 동의 같은 심각한 문제를 경시하는 것은 여성들이 곳곳에서 용기를 내어 해보려고 하는 논의를 약화시키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치인들은 사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연약함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전략적으로도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실수를 덮고 넘어가고, 뉴스 사이클에서 재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사과가 오히려 논란에 더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연설 비서관으로 일했던 데이비드 릿은 ”거의 모든 정치인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건 과거를 잊고 넘어가는 능력”이라고 데일리비스트에 말했다. ”잘못을 덮고 넘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잘못한 적이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경우, 사과가 그렇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랫동안 민주당 정치 전략가로 활동한 조 트리피는 ”바이든이 자신의 의도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측근이라면 바이든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할 것을 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리피는 누구도 이 여성들의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바이든은 그저 이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그건 내 의도가 아니었지만, 여러분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그것 때문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한다면, 내 의도가 어땠는지와는 무관하게 그렇게 느끼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넘어가는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Joe Biden Proves He Just Doesn’t Get Wom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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