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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메이 총리가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 옵션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확인 국민투표'가 브렉시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9.04.05 18:11
  • 수정 2019.04.05 18:13
ⓒASSOCIATED PRESS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각료들과 격론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각)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메이 총리의 이같은 입장 변화가 브렉시트 찬성파 각료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메이 총리는 국민투표를 한 번 더 실시하자는 주장을 여러 차례 일축해왔다. 

 

'우리는 (이미) 탈퇴에 투표했다' -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 
'우리는 (이미) 탈퇴에 투표했다' -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  ⓒASSOCIATED PRESS

 

국민투표를 다시 한다고?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세 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하원의원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후 메이 총리는 전략을 대폭 수정해 영원한 라이벌이자 정적인 노동당과 마주 앉아 절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영국은 노딜(no deal)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올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보수당과 노동당 안팎에서는 ‘확인 국민투표(confirmatory referendum)’ 방안이 급부상하는 중이다.

새로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에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확인 국민투표’는 영국 정치인들이 브렉시트 계획에 대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해내면 이에 대한 찬반 여부를 국민들에게 묻는 절차를 지칭한다. 의회가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물어보자는 취지다.

확인 국민투표가 옵션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 상태라면 영국은 4월12일에 아무런 대책 없이 무작정 EU를 탈퇴해야 한다. 그 전까지 합의안이 하원에서 통과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미 한 차례 브렉시트 날짜를 연기하는 데 동의했던 EU는 ‘추가 연기는 어렵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브렉시트를 미루고 싶다면 그 기간은 최소 1년이 되어야 하며, 연기가 필요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EU의 입장이다.

확인 국민투표는 EU가 요구하는 ‘합당한 이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떤 대안에도 다수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의회의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투표에 끌리는 심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5일 오전(현지시각), 가디언을 비롯한 영국 언론들은 메이 총리가 일단 6월30일까지 브렉시트를 한 번 더 미뤄줄 것을 EU에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EU는 기간을 1년으로 하되 도중에 언제든 합의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EU를 공식 탈퇴하도록 하는 방안을 역으로 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 문구.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 문구. ⓒISABEL INFANTES via Getty Images

 

누가 국민투표를 찬성하나?

보수당

보수당과 노동당의 일부 의원들은 국민투표가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보수당에서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이 최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는 3일 밤 ITV에 출연해 확인 국민투표가 ”전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나는 이게 전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제시되는 몇몇 아이디어는 실현이 불가능하고, 협상할 수도 없다.”

″(반면) 확인 국민투표 아이디어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만, 또 의회에서 다수 의견이 확보될지도 잘 모르겠지만, 이건 전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제안이고 의회에서 논의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해먼드 장관이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노딜 브렉시트가 초래할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내각 관계자는 이미 노딜 브렉시트를 사실상 배제하도록 메이 총리를 설득 주역이 바로 해먼드 장관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물론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펄쩍 뛴다. 또 보수당 내에서 아직까지 이 구상에 지지하는 의원은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하원에서 진행된 의향투표(indicative vote) 당시 여기에 찬성표를 던진 보수당 의원은 14명에 불과했다.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았던 의원은 17명이며, 이 중 일부는 지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STEFAN ROUSSEAU via Getty Images

 

노동당

노동당에서는 키어 스타이머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에밀리 손베리 예비내각 외무장관 등이 국민투표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일찍부터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해왔다. 

다만 이들이 주장해 온 2차 국민투표는 ‘EU 잔류‘가 투표 용지에 포함되는 형식이다. 이른바 ‘피플스보트(People’s Vote)’다. 

노동당 내부에서도 만만치 않게 의견이 엇갈린다. 브렉시트 이후 새로 가입한 젊은 당원들이나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전문직 지지자들은 국민투표를 원한다.

반면 전통적인 지지기반이자 당시 브렉시트 찬성표가 우세했던 공업·농촌 지역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국민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배신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유럽회의론자(Eurosceptics)로 분류되는 코빈 대표부터 일단 브렉시트 찬성파에 가깝다.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거듭되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가 2차 국민투표에 대해 줄곧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이유다.

그러나 코빈 대표도 최근에는 노딜 브렉시트 또는 ”끔찍한 보수당의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브렉시트 취소가 아닌 ‘좋은 브렉시트’를 위한 투표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테레사 메이 총리와의 회동에서 나는 노동당의 (브렉시트) 대안을 제시했고, 노딜 브렉시트나 나쁜 합의안에 의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국민투표 옵션을 꺼냈다.” 코빈 대표가 메이 총리와의 회담 내용을 전하며 한 말이다

ⓒTOLGA AKMEN via Getty Images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투표 용지에 어떤 문항을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의견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EU 잔류를 원하는 의원들은 당연히 브렉시트 취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들은 ‘정말 EU를 탈퇴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어떻게 EU를 떠날 것인지’에 대한 투표여야 한다고 본다.

우선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모아져야 국민투표가 성사될 수 있다. 정치권 만큼이나 깊이 분열되어 있는 여론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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