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뉴디터의 신혼일기] '그렇게 무탈하게 잘 사는' 신혼부부의 진실

별일 없이 결혼에 골인, 매주 파티 열고 재밌게 사는 듯해 모든 지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나...

ⓒKBS1

허프 첫 유부녀, 김현유 에디터가 매주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게재합니다. 하나도 진지하지 않고 의식의 흐름만을 따라가지만 나름 재미는 있을 예정입니다.

미천한 소인에겐 재주가 한 가지 있는데,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잘 맞춰주고 고민덩어리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게 그것이다. 그 덕에 사는 내내 주변 친구들로부터 온갖 고민이란 고민얘기는 다 들었다. 대체로 이성문제, 교제 등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종종 심각하게 데이트폭력의 기미가 보인다거나 상대가 보통 미친인간이 아니다 싶을 때라면 나 역시 진지하게 임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내용이었다: ”나 이런 상황에서 화내도 돼?” ”내가 잘못한 거야?” ”얘 왜 나한테 연락 안 하냐?” 나의 답은 늘 평등하고 공정했으며 정의로웠다. 하긴, 원래 남의 연애 고민에는 타고난 협상의 달인처럼 대처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내가 남들보다 유독 남의 연애에 고나리질을 잘 할 수 있었던 건, 맨날 ”우린 정말 싸운적이 없어...^^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지^^ 모든 관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배려가 아닐까^^?”라고 떠들고 다녀서이기도 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자주 나오는 관계 상담가(Relationship Therapists)들 마냥, 우리 아이가 Dalla Dalla졌어요의 오은영 선생님이라도 되는 마냥...

ⓒ스브스뉴스/YouTube

″선생님 눈을 봐. 생각하는 의자로 가.”

그렇게 니 사랑도 나처럼만 하면 다 되는 척 행세하며 남들의 연애 사연이란 사연에 죄다 내 의견을 추가해 회신해주곤 했다. ‘뉴디터의 신혼일기’ 짱짱팬인 후배 박 사연의 사연만 빼고(?)

아무튼 별일 없이 결혼에 골인, 매주 동네사람들 다 끌어모아서 파티 열고 재밌게 사는 듯해 모든 지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으나 사실대로 털어놓자면 살아가는 건 누구나, 어떤 커플이나 똑같을 거 같다. 게다가 XY유전자들과만 지내 온 신랑과 여중여고여대를 나온 나는 이성에 대한 이해 자체가 상당히 부족한 이들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우리 금도끼로 할까 은도끼로 할까? 쇠도끼는 별론가?”
″아무거나?”
″여보가 좋아하는 걸 해야지~ 금도끼? 은도끼? 아님 쇠도끼?”
″암거나 하라니까?”
″그래두 여보 좋아하는 걸루 해야지~~ 골라봐요.”
″아니 지금 몰라서 묻냐? 내가 2년전 8월에 저기 갔을때 나는 은도끼가 젤 좋다고, 사게되면 꼭 은도끼 살 거라고 말했었잖아. 그 이후에도 세네번은 말했는데? 하루이틀 만나는 것도 아닌게 그걸 왜 몰라? 관심도 없지? 금도끼 은도끼 쇠도끼 두고 그것도 모르는데 나랑 왜 만나냐?”
″아니 저기.. 그게.. 그니까..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뭐가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미안하지도 않은데 이 위기를 빨리 넘기려고 그러는 것뿐이지? 지나고 나면 또 다까먹을 거면서 미안하긴 개뿔이 뭐가 미안해? 뭐가 미안한지는 아냐?”
″....아니 저기... 어... 미안해.”
″아냐 됐어... 나 잘게”
″아아아!!!!!!!!”

성별 역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누가 한 말인지는 표기하지 않겠다. 어쨌든 나는 어딜 가서 저런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다. 사실 저런 자잘한 건 후속조치가 중요한데, 나는 일단 남편이 너무나 내 이상형이었기 때문에 짜증이 났다가도 얼굴만 보면 바로 풀려서 어디 가서 조언을 구할 만큼 싸움이 오래가지 않았다.

물론 신랑이 자잘하게 내 짜증을 유발하는 부분은 매일매일 있다(”왜 내가 앞에 있는데 자꾸 폰만 보고 있는 거야? 그렇게 폰이 좋으면 폰이랑 결혼해서 폰이랑 애낳고 살지 결혼을 왜해?” ”아니 저기... 어... 미안해”). 신랑도 말은 못하겠지만 나 때문에 속터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안 그런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도 무슨 ‘니네 애인이 달라졌어요’ 마냥 남들의 연애 얘기를 듣고 주제넘는 조언을 해 주고 있다. ”넌 어떻게 그렇게 아무 문제 없이 결혼해서 안 싸우고 잘 살아?”라는 소리를 들어 가며... 말을 안하는 것뿐, 행복해 보이는 남의 커플을 너무 부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커플이라도 서로 다른 사람인데 서로 싸우면서 관계를 성장시켜 가는 것 아니겠어? 심각하게 데이트폭력의 기미가 보인다거나 상대가 보통 미친인간이 아니다 싶을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리빙포인트] 사랑 때문에 속터지고 스스로가 빙구같아 자존감 떨어질 땐 장기하와 얼굴들의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딨나요’를 들으며 아래 나오는 뉴디터의 신혼일기를 읽으면, 나만 그렇게 사는건 아니다 싶어 기분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결혼 #라이프스타일 #관계 #연애 #사랑 #연인 #조언 #신혼 #장기하와 얼굴들 #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