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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산불 지상파 ‘재난 특보’에는 수어 통역이 없었다

재난 상황에 대처해야 했던 4일 밤, 어떤 방송도 수어 통역 지원을 하지 않았다.

ⓒKBS1/비마이너 제공

4일 밤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작된 불이 속초와 강릉 시내 등으로 번지면서 대형 산불 재난 상황이 발생했지만, 지상파 방송사 재난 특보에서는 농인들을 위한 수어 통역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케이티(KT) 아현지구 화재 때도 재난 때 장애인 안전 문제가 제기됐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5일 새벽 1시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입장을 내 방송국 재난 특보에 수어 통역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공중파 뉴스 속보에선 수어 통역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재난 속보에 수어통역을 지원해달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해당 지역에 있는 분들이 대피를 하거나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그중에는 청각장애인 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국가 재난 주관 방송국인 <한국방송>(KBS)을 포함해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은 4일 밤과 5일 아침 재난 특보에서 수어 통역을 지원하지 않거나 뒤늦게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오전 9시 국가 재난 사태가 선포됐지만 오전 11시 현재 문화방송은 여전히 수어 통역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방송>은 수어 통역을 지원하고 있지만 오전 8시께 시작됐고 <에스비에스>는 오전 10시께 수어 통역 지원을 시작했다. 급하게 불이 나서 재난 상황에 대처해야 했던 4일 밤 상황에는 어떤 방송도 수어 통역 지원을 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방송>(KBS)는 오전 8시께부터 뒤늦게 수어 통역을 지원했다
<한국방송>(KBS)는 오전 8시께부터 뒤늦게 수어 통역을 지원했다 ⓒKBS1

이형숙 서울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포항 지진 때부터 재난 상황 때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이번에도 방송 보도는 여전했다”며 “농인들은 특보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우리나라엔 재난 상황에 장애인이 있을 수 있다는 고려 자체가 없다”고 전했다.

유튜브 채널 <리후 티브이>(LIHOO TV)를 통해 수어 통역 서비스 확대 필요성을 주장해온 농인 유튜버 김리후(30)씨도 “케이티 화재 때도 화재 장소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는데 누구에게도 연락할 수 없었다”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말까지 소중한 정보가 되는 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있어야 할 때 정말 서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불편한 정도면 견딜만할 텐데 아예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 것 같다”며 “(수어 통역 지원은) 배려가 아니라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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