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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인 내가 유방 확대 수술을 받은 이유

자신감을 더해 준다면, 미용 목적 수술을 하는 누구라도 나는 지지하겠다

ⓒKarin Jones

최근 새로 유방확대술을 받았다. 거의 20년만이었는데, 삽입물을 교체해야 했다. 내가 애초에 수술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인가를 그동안 생각해 보았다. 대부분은 알몸을 보지 않은 사람들과는 확대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방확대는 미국에서 2000년에 비해 48% 이상 늘어났다.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성형 수술이고, 2018년에는 31만 4천 건 가량이 시술되었다. 타고난 가슴을 바꾸고 싶어하는 이유는 여성마다 다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유방확대술이 단지 허영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없애고 싶다.

나는 53세의 페미니스트, 어머니이자 전직 의료계 종사자다. 나는 여성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건 피부관리가 될 수도 있고, 학위를 따는 것일 수도 있고, 전업 주부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남들보다 좀더 집착적으로 원하는 것이 가슴일 뿐이다.

사춘기 때의 나는 가슴이 나오는 게 싫었다. 부풀기 시작한 순간부터 싫었다. 어머니는 D컵이었는데, 나도 어머니처럼 될까 봐 겁이 났다. 당신의 나는 덩치가 큰 말괄량이였고 남자아이들과 몰려다녔다. 피구와 태그 풋볼(*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주로 하는 미식축구 또는 럭비와 비슷한 스포츠)을 무척 좋아했고, 가슴 때문에 그런 즐거움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나는 매일 손바닥으로 막 커지기 시작한 가슴을 억누르고 신에게 이걸 멈춰달라고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정말로 성장이 멈췄다.

하지만 그전까지 생각하던 것과 다르게, 친구들의 가슴이 아름다운 둥근 모습으로 커지는 걸 보자 부러워졌다. 체육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은 예쁜 새 브래지어를 입고 뛰어다녔는데, 가슴골이 정말 아름답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또래들의 가슴은 매혹적이었고 나도 친구들과 같은 걸 갖고 싶었다. 내 가슴을 살려 보려고 했지만, 마치 일찍 싹텄다가 매섭게 찬 서리를 맞고 죽어버린 식물과 같았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A컵도 헐거웠다.

나는 내 가슴을 견뎠다. 애초에 모아줄 살조차 없는 여성에겐 원더브라도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섹스에 대한 열정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나는 내 가슴이 아주 작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학원을 다니고, 세계를 돌아다녔고 스키를 신나게 탔다. 하지만 산에서 하루를 보낸 뒤 고어텍스 재킷을 벗으며 스키 패트롤들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깡통도 찌그러뜨릴 수 있는 강한 허벅지 근육이 있긴 했지만,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여성적 아름다움을 지닌 특별한 두 기관이었다.

내 가슴 크기를 갖고 불평한 남성은 없었다. 나는 상대가 비위를 맞춰줘야 되는 사람이었다. 내 하체와 균형이 맞을 풍만한 것이 위에도 있었으면 했다. 비키니 탑을 채울 만한, 심지어 흔들릴 만한 것! 자신이 갖고 태어난 가슴에 대해 애증을 품은 여성들이 많다. 자기 가슴에 대한 불만은 아름다운 가슴에 대한 좁은 문화적 정의에서 태어난 깊은 불안정함일까? 그럴지도. 하지만 나는 나에게서 사라져 버린 무언가를 그리워한다고 느꼈다.

유방은 여성성을 규정하는 특징이고, 작고 보잘것없는 가슴을 가졌다는 사실이 용감함과 과감함의 마법 같은 조합인 대담무쌍함을 느낄 나의 능력을 방해했다.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더 큰 가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나는 스스로와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코 수술을 한 다음 갑자기 수줍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는 사람들처럼, 새로운 가슴을 얻으면 내가 아주 여성적이지 않다는 사라지지 않는 불편함을 떨칠 수 있으려나? 가슴이 있으면 내가 더 크게 외칠 수 있지는 않을까?

보조의사(P.A.) 트레이닝을 마친 33살 무렵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나는 막 결혼한 상태였으며 곧 괜찮은 월급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늘 원했던 선물을 주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남편과 호주로 휴가를 갔다가, 의료계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 시간적 여유를 두고 강화된 여성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남편은 권하지도 말리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행복하기만을 원할 뿐이었다.

그때는 2001년이었다. 미국에서는 장기적인 안전성 우려로 1996년부터 실리콘 유방 삽입물이 금지된 뒤였다. 나는 여성병원에서 일했을 때 식염수 삽입물을 만져본 적이 있다. 식염수 삽입물은 보기에 덜 자연스럽고, 촉감도 덜 진짜 같아서 싫었다. 하지만 새로운 화합 실리콘 삽입물이 다른 나라들엔 있었다. 하룻밤을 병원에서 보내는 입원비를 합쳐도 호주에서의 수술비는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쿠카부라(*호주 서식 물총새)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회복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입고 있던 브라를 풀고 새 가슴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울 뻔했다. 의사와 나는 크기를 너무 크게 하지 않기로 하고, B컵에 합의했다. 전에는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던 내 유두 아래 새로운 풍만함이 있었다. 이제 완벽한 물방울 모양의 부드러운 살이 내 가슴팍을 장식하고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치 떨어져 있었던 신체 부위와 재회한 것 같았다. 내 자신의 모습에 흥분해서, 예상치 못했던 즐거운 기분에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병원에서 일하게 되어 수줍음이 줄고 더 사교적이 되었다고 말한다. 질병, 그리고 스트레스를 뚫어가야 하는 기간 동안 내가 이끌어 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유방확대술을 받은 것도 그때였고, 나는 그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나는 내 몸이 더 편안해졌고, 자세가 더 꼿꼿해졌고, 마침내 여성들 중의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이 수술만이 내가 진정으로 삶을 즐기게 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촉매가 되어 자신감과 만족감의 상승 속도가 빨라졌음은 확신한다.

나는 이 화합 삽입물을 18년 동안 사용했다. 아들에게 수유할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거의 잊고 살았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부터의 자유로워지는 것만으로도 수술비를 들인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받은 유방조영술에서 삽입물 하나가 찢어진 것 같은 모습이 관찰됐다. 실리콘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삽입물 밖에 뿌옇게 퍼져 있었다. 곰모양 젤리처럼 탄탄한 삽입물이지만, 삽입물 안에는 실리콘(free silicone)이 조금 들어있다. 찌르르한 통증이 느껴졌고 실리콘이 내 림프계로 옮겨가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수술 일정을 잡았다.

새 삽입물을 넣지 않고, 예전 것만 제거한 후 납작한 가슴으로 폐경기를 맞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모든 수술이 그렇듯 위험이 따랐고, 10살짜리 아들이 집에 있는데 새 삽입물을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 실리콘 삽입물의 안전성에 대한 최근 소급 연구에 의하면 장기적 건강 문제는 아주 드물었고, 미 식약청(FDA)은 2006년에 이를 인정했다. 내 유방삽입물이 문제가 되기 전에 당뇨병이나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차라리 훨씬 높았다.

하지만 삽입물을 교체해야 할 가장 좋은 이유는 ”내가 원하기 때문”이었다. 50대가 되었지만 나는 젊었을 때는 못했던 방식으로 내 몸을 즐기고 있었다. 이 가슴은 중년에 싱글이 된 다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의 나의 일부였다. 내 가슴은 성적 성숙감과 에로티시즘에 지금도 기여하고 있다. 나는 새로운 나라로 가는 여행을 그만둘 수 없듯이 이것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우리 문화 안의 불안함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모든 문화는 남성과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을 상정한다. 나는 배를 집어넣거나 엉덩이를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 몸이 처지고 나이들어도 만족한다. 하지만 더 큰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자신감을 더해 준다면, 미용 목적 수술을 하겠다는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는 지지한다.

새 삽입물이 아주 마음에 든다. 더 둥글고 살짝 더 작다. 조금 덜 튀어나왔다. 마치 근사하게 늙은 듯한 모습이다. 딱 내가 의도했던 대로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독자 기고 글 Why This Feminist Loves Her Breast Implants를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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