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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햄버거 '임파서블 와퍼'를 시범 출시한다

'임파서블 와퍼'에 소고기는 단 한 점도 들어가지 않았다.

  • 허완
  • 입력 2019.04.01 22:11
  • 수정 2019.04.02 12:06
ⓒBurger King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이 실리콘밸리의 푸드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와 함께 미국에서 채식주의 버거를 시범적으로 출시한다고 1일 밝혔다. 버거킹은 이 새로운 버거를 ‘임파서블 와퍼’로 부르기로 했다. 만우절 농담은 아니다.

로이터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버거킹은 이날부터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59개 매장에서 이 채식주의 버거를 우선 출시한다. 반응이 좋으면 ‘임파서블 와퍼’를 미국 전역에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버거킹은 미국에서 7200여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고기 패티 없는 햄버거는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다고 생각한다면, 잠시 판단을 유보해도 좋을 것 같다.

버거킹의 마케팅 최고책임자 페르난도 마차도는 내부 테스트 결과 고객들은 물론 직원들까지도 ‘임파서블 와퍼’와 일반 와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NYT에 말했다.

″와퍼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우리 팀 직원들이 시도해봤는데 그들은 어떤 게 어떤 건지 구분해내는 데 애를 먹었다.” 마차도의 말이다. ”나는 이게 그저 틈새 제품이 아니라 큰 사업이 될 거라는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

 

버거킹이 공개한 홍보 영상에 등장하는 고객들은 자신들이 먹은 와퍼의 패티가 고기가 아닌 ‘식물성 고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듣고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물론, 이들은 하나같이 와퍼의 오랜 팬이다.

″이거 봐요, 소고기잖아요.” 한 남성이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아마도 매주 두 개씩은 먹었을 거라는 남성은 ”그건 불가능하다. 완전히 와퍼랑 똑같은 맛이었다”고 말한다. 

버거킹의 북미지역 회장 크리스토퍼 피나조는 ”와퍼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만들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우리 가맹점주들과 직원들, 임원진의 동료들을 상대로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거의 아무도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임파서블 와퍼‘는 일반 와퍼보다 1달러 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피나조는 자체 조사에서 소비자들이 보다 건강한 버거에 돈을 더 낼 뜻이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 버거 패티는 ‘제로(zero) 콜레스테롤’을 자랑한다. 

다만 ‘임파서블 버거’가 일반적인 육식주의자들을 위한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라도 하는 듯, 일반적인 와퍼에 들어가는 마요네즈가 여기에도 똑같이 들어간다고 NYT는 전했다. 채식주의자들 중 달걀도 먹지 않는 비건들은 잠재 고객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다. 

'임파서블 푸드'를 창업한 팻 브라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채식 패티'를 들여다보고 있다. 2019년 3월26일.
'임파서블 푸드'를 창업한 팻 브라운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채식 패티'를 들여다보고 있다. 2019년 3월26일. ⓒJane Lanhee Lee / Reuters

 

’100% 소고기‘를 고집하는 버거킹과 ‘사람들이 소고기를 그만 먹도록 하겠다’는 임파서블 푸드가 손을 잡은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NYT는 전했다.

스탠포드대 교수 출신인 팻 브라운은 전 세계의 육류 소비를 줄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2011년 ‘임파서블 푸드’를 세웠다. 육식의 윤리적, 환경적, 건강적 문제들에 대한 불편함이 창업 배경이었다.

그러나 인류의 육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육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우리의 온전한 초점은 육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브라운이 NYT에 말했다.

이 패티에 들어가는 헴(heme)이라고 불리는 핵심 재료는 진짜 소고기와 똑같은 ‘피 흘리는’ 모습(육즙)과 맛, 식감을 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콩나무 뿌리와 유전자 변형 이스트를 통해 대량으로 헴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임파서블 푸드'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진짜 소고기와 거의 똑같은' 채식 패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올해 CES 언론 초청 행사에서 선보인 '임파서블 버거 2.0'에 들어가는 패티의 모습. 라스베이거스, 미국. 2019년 1월7일.
'임파서블 푸드'는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진짜 소고기와 거의 똑같은' 채식 패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은 올해 CES 언론 초청 행사에서 선보인 '임파서블 버거 2.0'에 들어가는 패티의 모습. 라스베이거스, 미국. 2019년 1월7일. ⓒROBYN BECK via Getty Images

 

이 업체의 채식 패티를 먼저 시범 도입했던 미국의 햄버거 체인점 ‘화이트 캐슬‘은 지난 12월 채식 버거를 정식 메뉴로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1일부터는 서부지역의 패스트푸드 체인 ‘레드 로빈’이 570개 매장에서 이 업체의 채식 패티로 만든 버거를 출시한다.

이에 따라 임파서블 푸드는 야간에도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최근 근무 시프트를 추가했으며, 버거킹에 납품할 패티 생산을 전담하는 라인을 추가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업체가 만든 제품은 미국 뿐만 아니라 홍콩과 마카오, 싱가포르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으며,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도 소개됐다.

한편 채식 버거를 도입한 게 버거킹이 처음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비욘드 미트(Beyond Meat)‘는 지난 1월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칼스 주니어(Carl’s Jr)’를 통해 채식 버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영국의 제과점 체인 ‘그렉스‘는 올해 초 영국 전역에서 ‘채식 소시지롤’을 출시했다. 이 낯선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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