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더 많은 여성이 출마하도록

한국의 2030 여성 국회의원은 1명이다.

ⓒDekdoyjaidee via Getty Images

“2030년까지 선거에 출마하는 여성의 수를 25만명으로 만들자!”

다소 무모해 보이는 이 구호는 여성 정치인 인큐베이터를 자처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쉬 슈드 런’(She Should Run)의 것이다. 창립자인 에린 로스 커트라로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부가 만들어져야 하고, 이는 리더와 정부 구성원의 자리에 더 많은 여성들이 존재할 때 가능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일단 출마를 하면,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당선이 된다’는 조사 결과에 주목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면, 여성 정치인 수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여성이 선거에 출마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2011년에 설립된 ‘쉬 슈드 런’은 더 많은 여성들을 선거에 출마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전문성을 발휘한다. 이들은 크게 두가지를 한다. 여성들을 선거에 출마시키기와 다음 세대를 교육하기. 우선 미국 내의 크고 작은 선거에 출마할 여성들을 추천받아 당사자를 설득하고, 실질적으로 출마시키는 전 과정을 담당한다. 또한 앞으로 출마자가 되고 싶은 여성들을 교육하여 출마 가능성을 지닌 여성의 수를 늘린다. 2018년 말까지 ‘쉬 슈드 런’의 출마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은 1만4000여명이다. 2018년 한해에만 180여명의 여성이 중간 선거에 출마자로 나섰다. 다소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구호 덕분에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시민의 일원으로, 특히 제도와 정책을 만드는 당사자로 인식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오늘의 정치인들이 출마하고, 내일의 정치인들이 길러지고 있을까? 2019년 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의회연맹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17.1%로, 121위이다. 이는 세계 193개국 평균 24.3%보다 크게 낮은 수치이고, 작년보다 다섯 단계 하락한 것이다. 우리의 여성 국회의원 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른 나라에서 여성의 의회 진출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에겐 오늘의 여성 정치인들이 한참 모자란다. 심지어 이들 중 2030 여성 국회의원은 1명이다. 이 비율이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국민대표기관인 의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정치대표권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여성에게 절반의 의석을 ‘보장’해줘야 하는가에 논의가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의 절반인 여성이 당연히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절반의 의석을 가져야 함을 기본으로 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입법 전문가로서, 정치인으로서의 전문성은 여기서 발휘된다.

2020년 총선이 일년 하고도 15일 남았다. 의회와 각 당이 절반의 국민의 정치대표권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른 것은 아니지만 늦지 않았다. 모두 무모해 보이는 구호를 외치고, 이를 달성 가능한 우리의 미래로 만들기 위한 전문성을 발휘하시길 바란다. 그중 하나는 더 많은 여성 출마자들을 찾고, 이들을 출마시키는 일일 것이다. 다음번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이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구호를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년 4월엔 투표소에서 더 많은 여성들의 이름을 만나고 싶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