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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이 지방선거서 주요도시 기반을 잃다

경기 침체가 투표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OZAN KOSE via Getty Images

터키 지방선거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승리했지만, 수도인 앙카라를 비롯해 일부 주요 도시를 내주면서 타격을 받았다. 경기 침체가 유권자들의 투표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터키 국영방송 TRT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지방선거의 90%가 개표된 가운데 AKP가 약 45%의 득표율을 차지해, 30%를 얻은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을 제쳤다. 

그러나 수도인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는 92% 이상이 개표된 가운데 CHP의 만수르 야바스 후보가 50.6% 획득해 AKP 후보를 3.4%포인트(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CHP는 16년 전 에르도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앙카라 선거에서 AKP를 이겨본 적이 없으며, 여당이 야당에게 시장직을 내준 것도 25년 만이다. 

이스탄불에서는 98.8%가 개표된 상황에서 AKP 후보인 비날리 이을드름 전(前) 총리와 CHP의 에크렘 이마모글루 후보가 5000표도 안 되는 격차로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어 결과는 개표가 완전히 끝나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앙카라에서의 패배 가능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가운데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이스탄불마저 잃을 경우 그 충격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994년 이스탄불 시장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이러한 가운데 AKP의 이을드림 후보는 ”이스탄불 선거에서 우리가 이겼다”며 ”이스탄불 주민들이 우리에게 권한을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승리 선언을 했다. 그러나 CHP의 이마모글루 후보는 ”이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스탄불 주민들과 터키 국민들에게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이겼음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앙카라에서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이스탄불 선거의 패배를 시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국민들이 시장직은 내줬지만 주변 지역은 AKP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규정을 손 대지 않고 강력한 경제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혀 오는 2023년 6월에 있을 총선 전까지 경제 개혁에 집중할 것을 천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유명한 대통령으로 그의 지지 기반은 강력한 경제 성장과 국민들 중 독실하면서도 보수적인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외환위기로 리라화 가치가 30% 폭락하는 등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 인플레이션은 20%까지 치솟았고 실업률도 급등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한 저명한 언론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한 1994년을 언급하며 ”이날 선거는 1994년 선거 이후 역사적인 선거”라며 “25년 전 펼쳐졌던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선언한 선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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