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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31일 17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3월 31일 17시 24분 KST

애국가의 하느님이 기독교의 하나님이라고요?

“제헌의회가 기도로 시작···대한민국은 믿음의 뿌리”

 

정교분리(政敎分離)는 근대의 산물입니다. 중세 유럽에서 국가 권력과 교회는 하나였습니다. 이교도는 목숨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전쟁과 약탈이 이루어졌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 요소입니다. 종교의 자유가 위협받고 정교분리의 원칙이 흔들리는 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입니다. 종교의 자유 보장, 국교 부인, 정교분리의 원칙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공무원법 59조의 2(종교 중립의 의무) 1항은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2항은 “공무원은 소속 상관이 제1항에 위배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에는 이에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입니다.

정치 지도자,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대선주자들의 종교적 발언이나 행동이 국민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자유한국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3월 19일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3월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황교안 당대표>
“축복송전에 제가 이런 말씀하게 돼서 대단히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우리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애국가에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를 정말 보우하신다. 왜 그럴까. 대한민국의 우리 기독교인이 천만이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열분 중에 한 분은 새벽기도를 가는 것 같다. 그러면 매일 100만명이 새벽기도를 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오늘도 정치하느라고 바쁜 분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모였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나라를 사랑하시지 않겠나. 정말 우리 자유한국당 기독인회는 믿음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대한민국이 그런 믿음의 뿌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 제헌의회가 기도로 시작되지 않았나. 우리의 선친들이 믿음으로 정말 이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고, 또 그것이 오늘의 번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 나라가 위태롭다. 어려운 일이 많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크리스천들의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받으려고만 하는 세상 속에서 나누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그런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부 다 욕하고, 비난하고, 헐뜯는 그런 세상 속에서 그래도 장점을 찾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풍성한 우리 자유한국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이 아침이 그런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저에게 준 화환들이 정말 이 세상의 꽃을, 사랑을, 복음을 그리고 따뜻함을 나누는 그런 씨앗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그런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겠다. 여러분들과 함께 우리 대한민국 하나님 안에서 사랑 넘치는, 희망 넘치는, 미래가 있는 그런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힘쓰고, 또 그렇게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 주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나경원 원내대표>

“반갑다. 오늘 아침에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 대한민국의 큰 어른이신 김장환 목사님의 말씀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고 간다. ‘자유케 하리라’가 올해 극동방송의 올해의 말씀이라고 하시는데 저희 대한민국의 정말 자유가 없어지고 있다. 경제의 자유, 말할 자유, 심지어 생각할 자유도 없어지고 있다. 저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모두 여러분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우리 황교안 당대표님께서 새로 우리 당의 지도부로 오시면서 ‘저희 당이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이제 받기 시작했다’ 이런 말씀들 하신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저희가 그 먼 길을 저희가 아까 김장환 목사님 주신 말씀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패션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 함께 기도해 달라. 고맙다.”

 

한겨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는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한 종교의 자유 보장, 국교 부인, 정교분리의 원칙을 흔드는 위험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첫째, 애국가의 가사에 나오는 하느님이 기독교의 하나님이라는 대목입니다. 둘째, 제헌의회가 기도로 시작되었다는 대목입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첫째, 애국가 가사입니다. 애국가 1절 가사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애국가에 등장하는 군인 이름이 뭐냐’는 ‘아재 개그’는 들어봤습니다. 정답은 ‘이보우 하사’입니다.

그러나 애국가의 하느님이 기독교의 하나님과 같다는 주장은 이번에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하느님과 하나님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유일신이라는 의미의 ‘하나님’이지, 하늘이라는 뜻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애국가의 하느님을 굳이 종교적으로 따지면 기독교가 아니라, 천도교에서 인내천(人乃天)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는 ‘한울님’이나, 가톨릭의 ‘천주님’에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매일 100만명이 새벽기도를 하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사랑한다는 대목도 그냥 넘어가기는 좀 곤란한 대목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여러 곳의 교회 간증에서 “매일 100만명이 새벽기도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됐다”고 했습니다.

저는 새벽기도를 하는 기독교 신자들이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새벽기도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나라를 사랑하시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잘살게 됐다는 식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발언은 전형적인 기복신앙(祈福信仰)입니다. 기복신앙은 신의 뜻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종교를 믿는 것입니다.

모든 종교에는 기복신앙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기복신앙이 지나치면 필연적으로 종교가 세속화하거나 타락하게 됩니다. 중세 유럽 교회에서 면죄부를 팔았던 것이 전형적 사례입니다.

우리나라 교회 목사님들이 가끔 이런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에 쓰나미가 닥쳐 엄청난 인명피해가 났을 때, 어느 목사님은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유럽과 미국은 잘 살지만, 불교를 믿는 동남아나 이슬람을 믿는 중동은 가난하다”는 말을 아마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종교가 제국주의 침략의 도구로 악용됐던 인류사의 비극을 거꾸로 뒤집어서 합리화시킨 궤변입니다.

둘째, 제헌의회 기도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말은 사실입니다. 인터넷 국회 홈페이지에서 제헌의회 첫 번째 본회의 회의록을 찾아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단기 4281년 5월 31일(월요) 상오 10시 임시의장 추천의 건

○ 국회선거위원장 노진설 : 순서에 의지해서 임시의장을 추천하게 되는데 의원 가운데에서 최고 연장이 되시는 이승만 박사를 임시의장으로 추천하는 것이 어떠습니까?
(의원 일동 박수)
그러면 임시의장은 결정되였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죄송하오나 이승만 박사께서 취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승만 의원 의장석에 등단, 일동 박수)

○ 임시의장 이승만 :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날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읍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윤영 의원 기도, 일동 기립)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선림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도라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날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오랜 시일 동안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사 정의의 칼을 빼서 일제의 폭력을 굽피시사 하나님은 이제 세계만방의 양심을 움지기시고 또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들으심으로 이 기쁜 역사적 환희의 날을 이 시간에 우리에게 오게 하심을 하나님의 선림이 세계만방에 정시(正視)하신 것으로 저희들은 믿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이로부터 남북이 둘로 갈리여진 이 민족이 어려운 고통과 수치를 심원하야 주시고 우리 민족 우리 동포가 손을 같이 잡고 웃으며 노래 부르는 날이 우리 앞에 속히 오기를 기도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의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원컨데 우리 조선 독립과 함께 남북통일을 주시옵고 또한 우리 민생의 복락과 아울러 세계평화를 허락하야 주시옵소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에 의지하야 저희들은 성스럽게 택함을 입어 가지고 글자 그대로 민족의 대표가 되었읍니다. 그러하오나 우리들의 책임이 중차대한 것을 저희들은 느끼고 우리 자신이 진실로 무력한 것을 생각할 때 지(智)와 인(仁)과 용(勇)과 모든 덕(德)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 앞에 이러한 요소를 저희들이 강구(講求)하나이다.

이제 이로부터 국회가 성립이 되여서 우리 민족이 염원이 되는 모든 세계만방이 주시하고 기다리는 우리의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며 또한 이로부터서 우리의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며 자손만대에 빛나고 푸르른 역사를 저희들이 정하는 이 사업을 완수하게 하야 주시옵소서.

하나님이 이 회의를 사회하시는 의장으로부터 모든 우리 의원 일동에게 건강을 주시옵고 또한 여기서 양심의 정의와 위신을 가지고 이 업무를 완수하게 도와주시옵기를 기도하나이다.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날의 우리의 환희와 우리의 감격에 넘치는 이 민족적 기쁨을 다 하나님에게 영광과 감사를 올리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크리스도 이름을 받드러 기도하나이다. 아멘

 

청와대사진기자단
2017년 3월2일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승만 초대 국회 임시의장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감리교 장로였습니다. 기도를 한 이윤영 의원은 북한 출신으로 서울 종로 갑구에서 당선된 감리교 목사였습니다. 일제에 의해 목사직을 파면당한 적도 있습니다.

이윤영 의원의 기도는 애초 식순에 없었습니다. 이승만 임시의장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승만 임시의장이 이윤영 의원에게 기도를 시킨 이유가 뭘까요?

이승만 임시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투표로 국회의장에 선출됐습니다. 그리고 제헌의회가 만든 헌법에 따라 1948년 7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주일 뒤인 7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윤영 의원을 국무총리로 임명했지만, 임명승인안이 본회의 투표에서 곧바로 부결됐습니다. 남쪽에 기반이 없는 이윤영 의원을 자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꼭두각시 국무총리’로 임명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어쨌든 대한민국 초대 국회 본회의가 감리교 목사의 기도로 시작됐다는 것을 근거로 일부 기독교인들은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나라”라고 주장합니다. 그런가요?

제헌의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대한민국 헌법을 제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제헌의회가 1948년 7월 17일 제정한 대한민국 헌법은 12조에 “모든 국민은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는 정치로부터 분리된다”고 명확히 선언했습니다. 종교의 자유, 국교 부인, 정교분리를 첫 번째 헌법부터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나라라는 기독교인들의 주장은 그들끼리의 종교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헌법의 양심 및 종교 관련 조항은 1963년 개정된 헌법에서 16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항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17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로 분리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내용으로 현행 헌법 19조(양심의 자유)와 20조(종교의 자유, 국교 부인, 정교분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참석한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는 3월 19일 아침 7시 30분에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틀림없이 “전부 다 욕하고, 비난하고, 헐뜯는 그런 세상 속에서 그래도 장점을 찾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풍성한 우리 자유한국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3분에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핵심세력은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입니다.

이들 인맥은 정치권, 좌파언론, 시민단체, 민노총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발상과 혁신을 가로막습니다.

과거로 퇴행하는 정치에는 이들의 뿌리 깊은 카르텔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타협이나 협상은 무의미합니다. 오직 대결적 사고방식만이 지배합니다. 그들에게 협치란, 이들 집단사고의 뿌리로부터 태어난 가시꽃들의 향연일 뿐입니다.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제로, 공공일자리 확대, 탈원전...문 정권의 모든 국가정책들이 이들 집단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포퓰리즘입니다.

선거법 등 3법 패스트 트랙 추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그들의 생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어둠의 야합일 뿐입니다.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습니다.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피웁시다.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의 봄’을 맞이합시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일 오후에는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악한 세력은 존재합니다.”

저를 흠집 내기 위한 방법도 가지각색입니다. 제가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의혹사건에 개입했다고 왜곡하고, 심지어 제 아들마저 음해세력들의 타깃이 되었습니다. 음흉한 조작과 검은 모략, 참 가증스럽고 졸렬합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아무리 권력에 눈이 멀어도, 눈뜨고 국민을 바라보십시오.

허위사실을 기획하고 조작하고 모략할 그 시간에,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가서 국민 한 분이라도 더 만나 이야기 듣고 그들의 고통과 불만을 어루만져 주십시오

악한 세력은 존재합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본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검은 결속과 비겁한 선동, 신뢰도 사랑도 양심도 없는 권력에 눈먼 자들의 비겁한 음해....

지금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악한 세력입니다.

천사도 존재합니다.

삶의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미래의 꿈을 키워가는 대한민국 국민.

지금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천사입니다.

저는 오늘 저녁 보궐선거 지역인 창원으로 내려가 창원시민, 통영·고성 시민과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여러분께 틈틈이 현장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십시오.

 

저는 이 두 개의 글을 읽고 무척 당황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19일 아침 조찬기도회에서 했던 말과 페이스북에 쓴 글의 내용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장점을 찾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풍성한”이라는 말과, “어둠의 야합”, “썩은 뿌리”, “악한 세력”, “목적을 위해서는 본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검은 결속과 비겁한 선동, 신뢰도 사랑도 양심도 없는 권력에 눈먼 자들의 비겁한 음해” 같은 지독한 저주를 동일한 인물이, 그것도 거의 동시간대에 했다고 믿어지십니까?

정치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닙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입니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패배하는 것, 그 자체는 하나님의 뜻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 두 사람이 선거에서 대결하면 누가 이겨야 합니까? 전쟁에서 싸우는 두 나라 군인들이 적군을 물리치게 해 달라고 간곡히 기도하면 하나님은 누구의 기도를 들어줘야 합니까?

2016년 4·13 총선에서 이윤석 의원을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기독자유당이 기호 5번으로 정당 득표율 2.63%(62만6853표)를 얻었습니다. 기독자유당은 득표율 3%를 넘기지 못해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기독교 정당인 기독민주당의 득표율은 0.54%(12만9978표)였습니다. 두 정당이 하나였다면 기독교 정당 국회의원이 탄생했을 것입니다.

두 정당은 동성애와 이슬람교를 반대하는 기독교 근본주의 정당이었습니다.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극도로 배타적입니다.

기독자유당은 그 유명한 전광훈 목사가 후원회장이었습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한기지협) 등이 지원했습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윤석전 연세중앙교회 목사,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등 대형 교회 목사들이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기독자유당 사람들은 4월 13일 저녁 개표가 시작되자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CCMM) 빌딩 12층 컨벤션홀에 모여 통성 기도를 했습니다. 방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그 장면을 보며 저는 일종의 공포감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만약 기독자유당에서 득표율 3%를 넘겨 이윤석 의원이 당선됐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했다고 확신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그들의 하나님은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뒤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부대’의 주축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으로 낙인찍고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침례교 전도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를 열렬히 지지하며, 이승만, 김영삼, 이명박의 뒤를 잇는 ‘기독교 신자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걱정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최근 말과 행동을 보면 아무래도 사고 방식이 배타적인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너무 가까운 것 같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된다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기독교 안에서도 다른 종파에 속하는 사람들이 과연 국민으로서 온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습니다. 성서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친구일까요, 아니면 부자와 권력자들의 친구일까요? 황교안 대표가 믿는 하나님은 다른 신앙을 조금도 용서하지 않고 응징하는 무서운 하나님일까요, 아니면 사랑의 하나님일까요?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