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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8올림픽·KAL 858기 폭파' 등 1988년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88서울패럴림픽이 호주에서 개최될 뻔했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 김현유
  • 입력 2019.03.31 14:20
  • 수정 2019.03.31 14:50
ⓒ뉴스1

외교부가 생산 30년이 경과한 1988년도 문서 등 총 1602권(약 25만여쪽)의 외교문서를 주요 내용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31일 공개된 외교문서는 주로 1987, 88년에 작성된 것으로 88서울올림픽 및 KAL기 폭파사건 등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88서울올림픽·패럴림픽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사회주의 국가의 대회 참가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북한에 ’88올림픽 남북 분산개최’를 제안했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사마란치 위원장은 북한이 이 제안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한국 측에 ‘IOC가 공식적으로 제안해올 때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답하라 조언했다.

당시 사마란치 위원장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서울올림픽에 참여하고 싶어하는데, 한 가지 장애물이 북한”이라며 ”북한이 2~3개 종목 개최를 수락하지 않으면 사회주의 국가들에게는 서울에 갈 구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마란치 위원장의 예측대로 북한은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88서울패럴림픽이 호주에서 개최될 뻔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1983년 초 호주는 한국 정부에 88패럴림픽을 호주에서 개최할 의지가 있다고 전했고, 처음에 한국 관계 당국은 이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장애인 보호 등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1984년에야 패럴림픽도 서울에서 치러지기로 최종 결정됐다.

KAL기 폭파사건

1987년 11월 29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해 아부다비를 경유해 서울로 날아오던 대한항공(KAL) 858기가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됐다. 이 사건과 관련, 전두환 정권이 이를 정략으로 활용하고자 범인 김현희를 12월 16일 대선 전까지 한국으로 데려오고자 움직인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김현희가 붙잡혀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 바레인 측과의 면담 뒤 ”늦어도 15일에 김현희가 한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12일까지는 바레인에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는 16일 있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정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막판에 이송 일정이 연기되자 박 차관보는 바레인 측을 압박, 대선 전에 김현희를 데려오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김현희는 대선 전날이던 15일 김포공항에서 압송됐다.

ⓒ뉴스1

전두환 정권의 치적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는 퇴임 한 달 전, 5공화국의 최대 치적에 대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전씨는 1988년 1월 6일, 스티븐 솔라즈 미 하원의원과의 면담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평화적인 정부이양을 성취하게 된 것으로서 한국헌정사상 최초의 일이며 한국의 민주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전씨는 “GNP(국내총생산)은 지난 8년 간 배가 되어 성장했고, 안보문제에 있어서는 한미간의 긴밀한 협조 지속을 크게 만족스럽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이밖에 미국의 소리(VOA) 방송중계소 설치문제·1978 한·일 대륙붕 협정·남극기지 설치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고, 외교문서공개목록 및 외교사료해제집 책자는 주요 연구기관 및 도서관에 배포된다. 외교사료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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