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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이 꼬시기 쉽다" 일본에서 구직자 대상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취준생이 꼬시기 쉽다"

  • 박세회
  • 입력 2019.03.29 17:02
  • 수정 2019.03.29 17:04
지난 27일 송치된 스미토코 상사의 남성 직원.
지난 27일 송치된 스미토코 상사의 남성 직원. ⓒANN 영상 캡처

일본에서 대기업 직원들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특히 졸업자들이 모교의 후배들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건 최근 보도된 성범죄 때문이다. 

지난 2일 스미토모 상사(일본의 종합상사)의 한 남성 직원이 ‘OB 방문’으로 찾아온 대학생에게 동료와 함께 술을 강요해 만취하게 한 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동료와 함께 만취한 여성을 호텔에 데려다주면서 몰래 카드키를 숨긴 후, 동료를 먼저 보내고 호텔로 다시 돌아가 성폭행했다. 

‘OB 방문’이란 대학생이 졸업생 선배를 찾아가 구직 활동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28일 비즈니스인사이더 재팬은 일본의 취준생 약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약 50%가 취업활동 중에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으며, 이 중 70%는 누구에게도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피해의 사례를 보면 ‘OB 방문‘이 67명으로 가장 많았고, 46명이 ‘면접 중‘, 39명이 ‘인턴 활동 중’이라고 답했다. 성희롱 혹은 성폭력의 유형은 ”파트너가 있는지를 물었다”, ”가슴을 만지는 등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 ”섹스를 강요당했다”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피해를 본 사람의 대부분은 해당 기업의 전형을 포기하거나 내정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추천 시스템이 있는 기업의 경우 남성 직원이 여러 명의 여성 취준생과 사적인 만남을 갖고, 여성이 관계를 거부하면 ”나는 어떻게 해도 상관없지만, 너는 괜찮겠어?”라는 말로 교묘한 위력을 행사하는 일도 있었다. 설문에 답한 한 학생은 ”‘취준생은 꼬시기 쉽다’는 말을 들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졸업생에게 취업 상담을 할 때 카페와 레스토랑, 노래방 룸과 가해자의 집에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Manop Phimsit / EyeEm via Getty Images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총괄편집장인 하마다 케이코 씨는 아메바타임스에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꽤 자세히 써줬는데, 이럴 경우가 있나 싶을 만큼 심각하다”라며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은 대부분이 소위 인기기업인 대기업을 지망하고 있다.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용해 졸업생들이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성폭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아메바타임스는 ”대학 졸업생과 취준생을 이어주는 어플리케이션 등이 활성화된 것이 이런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이라며 ”해당 앱에 가입한 졸업생 회원의 80%가 남성”이라고 밝혔다

한국 역시 지난 2016년 대기업 인사팀장 출신의 취업컨설턴트 이모(46)씨가 취업컨설팅 강의를 수강하던 A씨(24·여)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이런 범죄의 바탕에는 취준생의 어려움을 이용하려는 심리가 있다. 

경향신문의 2018년 기사 ”“면접관이 성희롱 질문” “면접 전 술자리 강요” 취업 시즌 쏟아지는 ‘구직 미투’”를 보면, 중견기업 면접관인 임원이 술 한잔 하면서 업계 얘기를 해주고 싶다며 전화를 하거나, 사회복지센터장이 자기 마음에 드는 여성 구직자를 불러내 비공식 술자리 면접을 보는 경우가 있었다. 

지난 2018년 3월 취업포털 인쿠르트의 면접갑질 조사를 보면, 면접자들이 면접 자리에서 “어차피 어리니까 오빠라고 불러”, “여자는 오면 일만 더 만드는데”라는 혼잣말, “애 언제 낳을 건가요?” 등의 말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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