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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전격 퇴진까지, 급박했던 아시아나항공의 1주일

일주일 전, 주식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이진우
  • 입력 2019.03.28 17:36
  • 수정 2019.03.28 17:38
ⓒ뉴스1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28일 밝혔다. 

그룹의 회장까지 퇴진하게 된 ‘감사보고서 사태‘의 시작은 지난 21일로 거슬로 올라간다. 금호아시아나가 ‘한정 의견’을 받은 뒤 박삼구 회장이 퇴진하기까지, 급박하게 흘러간 아시아나항공의 일주일을 정리했다.

 

21일 : 아시아나항공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 돌다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거라는 소문이었다. ‘비적정 감사의견’은 기업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감사의견 중 하나다. 감사의견은 적정과 비적정(한정, 부적정, 의견거절)로 나뉘는데, 비적정 의견을 받는다면 회사의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문이 돌자 한국거래소는 21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매매거래정지 유형은 ‘풍문 등 조회공시관련 매매거래정지‘였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에 ‘감사의견 비적정설’의 진위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답변기한은 22일 오후 6시였다. 22일 하루 동안 아시아나항공의 주식거래는 정지된다. 

 

22일 :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하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22일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한정 의견’이었다. 모기업인 금호산업도 감사 의견 한정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이 재무재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한정 의견을 제시한 근거를 이렇게 밝혔다.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 의무와 관련한 충당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 손상징후가 발생한 유무형 자산의 회수가능액,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에어부산의 연결 대상 포함 여부 및 연결 재무정보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한정 의견을 받은 이유는 주로 충당금 추가설정의 문제”라며 ”회사의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재감사를 신청해 회계법인이 제시한 ‘한정’ 의견 사유를 신속히 해소하고 ‘적정’ 의견으로 변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 항공에 대해 관리종목 지정 예고를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이날(22일) 관리종목 지정 예고를 거쳐 25일 관리종목에 지정된다”며 ”매매거래는 오늘과 25일 정지되고, 26일부터 재개된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인 아시아나IDT의 주가도 급락했다. 22일 아시아나IDT 주가는 전날보다 14.19% 하락한 1만3000원에 거래가 끝났다. 다른 자회사인 에어부산 주가 역시 2.93% 하락했다.

 

25일 : ”감사 의견이 바뀔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엔 비상이 걸렸다. 22일과 23일은 주말이었지만, 중앙일보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자금팀과 회계팀은 전원 출근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29일 에정된 정기주주총회 전에 재감사를 통해 감사 의견 ‘한정‘이 ‘적정’으로 바뀔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연간 매출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인 만큼, 위기감은 그룹 전체에 팽배했다.

한국거래소는 예고한대로 25일 아시아나항공을 관리종목에 지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식은 22일(금요일)에 이어 이틀째 거래가 정지됐다.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투자자가 조기 상황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도 강제 조기상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금융위원장도 경고하고 나섰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한다면 (채권)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성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 아시아나항공이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정정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다

오전 8시 23분. 9시 증시 개장을 37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이 감사 의견을 ‘적정’으로 바꾼 감사보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거래소는 8시 33분 아시아나항공을 관리종목에서 해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감사보고서의 ‘수치‘였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이 ‘부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던 이유는 재무제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제공한 재무제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익은 전년보다 88.5% 감소한 282억원(매출액은 전년보다 8.9% 증가한 7조1834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21일 종가보다 630원(15.6%) 떨어진 3410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금호산업도 2300원(18.7%) 하락한 105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관리종목에서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문제는 남았다. 

 

27일 : 산업은행 회장이 ”시장신뢰가 흔들렸다”고 말하다

산업은행 회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다행히 적정 의견을 다시 회복했지만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라며 ”아시아나항공과 시장신뢰를 회복할 수준의 MOU를 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은 18년 4월 6일 재무구조 개선 MOU를 체결했다. 해당 MOU는 1년짜리여서 연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에 따른 조치였다. 

 

 28일 : 박삼구 회장이 ”모든 책임 지고 퇴진하겠다”고 밝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임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오늘 저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납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입니다”라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는 것이다.

박 회장은 또 ”그룹은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하여 경영상의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며, 빠른 시일 내에 명망 있는 분을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선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박삼구 회장의 퇴진 발표가 나온 오후 2시경 급등했으며, 전 거래일보다 2.92% 오른 352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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